한권의 멋진 철학책을 읽은 느낌이다. 이 책은 한번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닌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그대의 시선 속에 있을 뿐 바라보이는 사물 속에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 P21

그대가 ‘확연한 지식으로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는 모든 것은 여러 세기 동안 써먹힐 때까지 그대와는 확연히 분리된 채로 남아 있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것에 그리도 집착하는 것인가? - P21

욕망하는 것은 득이 되고 또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도 득이 된다―왜냐하면 욕망은 그렇게 함으로써 증가되니까. 내 진실로 그대에게 말하나니, 나타나엘이여, 욕망의 대상의 늘 거짓될 뿐인 소유보다는 매번 욕망 그 자체가 나를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느니라. - P21

나타나엘이여, 내 그대에게 열정을 가르쳐주리라. 만약 내가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들을 알았다면 나는 그것들을 그대에게 말해 주었을 것을, 다른 것은 말고, 오직 그것들만을. - P26

바닷가의 모래가 부드럽다는 것을 책에서 읽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맨발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감각으로 먼저 느껴보지 못한 일체의 지식이 내겐 무용할 뿐이다. - P39

나타나엘이여, 결코 미래 속에서 과거를 다시 찾으려 하지 말라. 각 순간에서 유별난 새로움을 포착하라. 그리고 그대의 기쁨들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말라. 차라리 준비되어 있는 곳에서 어떤 ‘다른‘ 기쁨이 그대 앞에 불쑥 내달게 된다는 것을 알라.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어서 그대가 길을 가다가 만나는 거지처럼 순간마다 그대 앞에 나타난다는 것을 어찌하여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그대가 꿈꾸던 행복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대의 행복은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한다면―그리고 오직 그대의 원칙과 소망에 일치하는 행복만을 인정한다면 그대에게 불행이 있으리라. - P45

오, 봄이여! 한 해밖에 살지 못하는 초목들은 그들의 가냘픈 꽃을 더욱 서둘러 피우는구나. 인간에게 봄은 일생동안 한 번밖에 없다. 어떤 기쁨의 추억이 새롭게 찾아오는 행복일 수는 없다. - P59

모든 형태는 지극히 짧은 순간 동안만 같은 존재로 나타날 뿐이다. 각각의 존재를 통하여 형태는 계속되다가 다음에는 그 존재를 포기한다. 나의 영혼이여! 어떠한 사상에도 얽매이지 말라. 어느 사상이든 난바다의 바람에 던져버려라. 바람은 네게서 그것을 걷어내 가리라. 너 자신이 사상을 하늘에까지 가지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 P74

도대체 오늘 저녁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밤이 지나가면 새로운 아침이 태어난다는 것을 저 새들은 모른단 말인가? 영영 잠들어 버리게 될까 봐 겁나는 것일까? 하루 저녁에 사랑을 바닥내자는 것인가? 마치 앞으로는 끝없는 밤 속에서 살아야 된다는 듯이. 늦은 봄의 짧은 밤이여! 아! 여름 새벽이 그들을 깨워줄 때의 그 즐거움. 그래서 다음 날 저녁이 되면 그들은 자다가 영영 죽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조금 덜해질 만큼만 그들의 잠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 P173

이따금 나는 과거 속에서 한 무리의 추억들을 찾아 그것으로 마침내 이야기를 꾸며보려고 하지만 거기서 나는 내 모습을 알아볼 수가 없고 나의 삶은 그것을 넘쳐난다. 나는 항상 새로운 순간 속에서만 즉시 살 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른바 마음을 가다듬어 명상에 잠긴다는 것은 나에게는 불가능한 구속이다. 나는 이미 ‘고독‘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없게 되었다. 나의 내면 속에 홀로 있다는 은 아무도 아닌 것이 된다는 뜻이다. 나의 내면은 존재로 가득 차 있다. 게다가 나는 도처(到處)에서가 아니면 내 집에 있는 것 같지가 않다. 그런데 언제나 욕망이 나를 거기서 몰아낸다. 가장 아름다운 추억도 나에게는 행복의 잔해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아주 조그만 물방울이라도, 그것이 눈물 한 방울일지라도, 나의 손을 적셔주면 곧 나에게는 더 귀중한 현실이 된다. - P185

잠을 이룰 수 없었던 밤들이 있다. 커다란 기대들이 있었다―흔히 무엇을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르는 기대들이ㅡ사지는 피로하고 마치 사랑으로 인하여 휘어진 듯한데 청해도 청해도 잠이 오지 않는 침대 위에서. 그리하여 때로는 육체의 쾌락을 초월하여 더욱 깊이 숨겨진 제2의 쾌락 같은 것을 찾으려고도 했다. - P191

그 별은 반드시 택해야 하는 것을 스스로 원해야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 숙명적이라고 여겨지는 그 길이 각각의 별에게는 그가 선호하는 길이지요. 저마다의 길은 완전한 의지에 따른 것이니까요. 어떤 눈부신 사랑이 별들을 인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의 선택이 법칙을 확정하게 되니 우리는 그 법칙에 좌우됩니다. 우리는 도망갈 길이 없어요. - P200

내 책을 던져버려라. 이것은 인생과 대면하는 데서 있을 수 있는 수많은 자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라. 너 자신의 자세를 찾아라. 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 하지 말라. 너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도 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 말하지 말고-글로 쓸 수 있었을 것이라면 글로 쓰지 말라. 너 자신의 내면 이외의 그 어느 곳에도 있지 않은 것이라고 느껴지는 것에만 집착하고, 그리고 초조하게 혹은 참을성을 가지고 너 자신을 아! 존재들 중에서도 결코 다른 것으로 대치할 수 없는 존재로 창조하라. - P202

인생이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지혜는 이성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 속에 있는 것이다. 아! 나는 오늘날까지 너무 조심스럽게 살았다. 새로운 법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법 없이 살아야 한다. 오, 해방이여! 오, 자유여! 나의 욕망이 다다를 수 있는 곳까지 나는 가리라. 오, 내가 사랑하는 그대, 함께 가자꾸나, 그곳까지 그대를 데리고 가리라, 그대가 더욱 멀리 갈 수 있도록. - P214

행복해질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을 수 있게 된 그날부터 내 마음속에 행복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렇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굳게 믿게 된 그날부터. - P216

고통의 끝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왜 기쁨의 끝에 오는 아픔보다 더 크지 못한 것인가? 그 까닭은, 슬플 때는 그 슬픔 때문에 누리지 못하는 행복을 생각하지만, 행복에 잠겨 있을 때는 그 행복 덕분에 면하게 되는 고통들을 조금도 머리에 떠올리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대에게 행복하다는 것이 당연하게만 느껴지기 때문인 것이다. - P219

그렇지만 자신의 삶을 가득 채우지 못한 사람에게 죽음이란 끔찍한 거야. 그런 사람에게 종교는 때를 만났다는 듯이 이렇게 말하지. "걱정하지 마라. 진짜는 저쪽 세상에서 시작인거야. 넌 거기 가서 보상을 받게 돼." 그러나 살아야 할 곳은 바로 여기 ‘이승’인 것이다. - P286

동지여, 사람들이 그대에게 제안하는 바대로의 삶을 받아들이지 말라. 삶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굳게 믿어라. 그대의 삶도, 다른 사람들의 삶도. 이승의 삶을 위안해 주고 이 삶의 가난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어떤 다른 삶, 미래의 삶이 아니다. 받아들이지 말라. 삶에서 거의 대부분의 고통은 신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들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그대가 깨닫기 시작하는 날부터 그대는 그 고통들의 편을 더 이상 들지 않게 될 것이다. 우상들에게 제물을 바치지 말라.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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