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간단히 말하려고 그저 ‘죽음‘이라고 하지만, 세상에는 사람들만큼 많은 죽음이 있다. 전속력으로 모든 방향에서 달려오는 죽음, 이런저런 사람을 향해 운명이 보낸 능동적인 죽음,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을 볼 수 있는 감각이 없다. 때로는 이삼 년이 지나서야 자기가 맡은 임무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죽음도 있다. - P10
만일 우리가 팔다리 같은 것만 가진 존재라 면, 삶은 견딜 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마음이라 불리는 작은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 마음은 병에 걸리기 쉽고, 또 병에 걸린 동안에는 어떤 사람의 삶에 관계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극도로 민감해져서, 만일 거짓말이 - 우리가 하거나 남들이 했을 경우에는 별 해를 끼치지 않으므로 그 안에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지만 그 사람으로 부터 와서 우리의 작은 마음에 참을 수 없는 발작을 일으키면, 외과 수술을 통해 그 마음을 제거해야 한다. 뇌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발작이 일어나는 동안에는 생각이 제아무리 무한대로 추론을 해도 발작을 완화시키지 못하는데, 이는 마치 제아무리 치통에 주의해도 치통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P56
이렇게 우리는 현실과는 매우 다른 외관을 서로에게 제시하고 있었다. 아마도 두 존재가 마주할 때면 언제나 이런 식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 각자는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부분을 모르고, 설령 안다고 해도 일부밖에 이해하지 못하며, 그래서 둘 다 자신에게서 가장 개인적이지 않은 부분만을 표출하거나, 또는 그들 자신이 그것을 간파하지 못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또는 그들과 관계없는 몇몇 시시한 장점들이 보다 중요하고 기쁘게 해 주는 것처럼 보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멸시받지 않기 위해 집착하는 몇몇 장점들을 갖고 있지 않아서 거기에 관심 없는 척, 또 그것이 바로 다른 무엇보다도 그들이 무시하고 혐오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척하기 때문이다. - P266
그러나 이런 오해는 사랑에서 정점에 다다른다. 그 이유는 아이였을 때를 제외하고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반영하는 인상을 전하려 하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그런 인상을 전하려 하며, 또 내게서 그 생각은 집에 돌아온 뒤부터 알베르틴을 예전처럼 온순한 상태로 간직하여, 그녀가 화를 내며 더 큰 자유를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P267
우리는 타자가 보는 우리의 몸은 보지 못하며, 또 우리 앞에 있지만 타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대상인 우리 생각을 쫓아간다. - P268
알베르틴과의 삶은 내가 질투를 느끼지 않을 때는 권태로웠고, 질투를 느낄 때는 고통스러웠다.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 해도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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