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영혼의 거울이다"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어쩌면 눈은 영혼속으로 선명하고 반짝이는 다채로운 세계의 인상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의 정신 구조의 어떤 부분이 빛의 지각에 의존하는지를 누가 말할 수 있을까? - P249
그리고 운명은 어두운 구름처럼 몰려왔다. 해가 지날수록 소년의 천성적 활기는 썰물처럼 어렴풋하게 점차 사라졌지만, 영혼 속에서 끝없이 울리는 슬픈 기운은 소년의 기질로 드러나며 점점 강해졌다. 어린시절에 특별히 명확한 새로운 인상을 받을 때마다 들을 수 있었던 웃음소리는 이제는 점점 드물어졌다. - P251
우정은 상호 간에 충만되어 더욱 두터워졌다. 에벨리나가 그들의 상호 관계에 평안과 고요한 기쁨을 가져오고, 맹인 소년에게 주위 삶의 새로운 뉘앙스를 전해주었다면, 소년은 자기 나름대로 소녀에게 자신의 슬픔을 안겨주었다. 소년과의 첫번째 만남은 어린 소녀의 예민한 마음에 피투성이 상처를 남긴 듯한데, 충격을 안긴 칼을 상처에서 빼내면 소녀는 피를 흘릴 것이다. 초원의 작은 언덕 위에서 맹인 소년과 처음으로 만난 뒤 어린 소녀는 날카로운 공감의 고통을 느꼈으며, 이제 소녀에게 소년의 존재는 점점 더 필연적이 되었다. 그와 헤어지면 상처는 다시 드러나고 고통이 재발하는 듯하여, 소녀는 자신의 고통을 부단한 보살핌으로 달래기 위해 자기의 어린 친구에게로 줄달음치곤 했다. - P253
"다시 꿈을 꿨어요. 요즘 꿈을 자주 꾸는데...…… 아무것도 기억할수 없어요...." - P317
"그래, 내가 괴롭히고 있지. 난 이런 식으로 평생을 괴롭힐 거야, 괴롭히지 않을 수 없지. 나 자신도 몰랐었는데, 이제는 알겠어. 내 잘못은 아니야.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시력을 앗아간 그 손길이 나에게 악의를 집어넣었어. 태어날 때부터 맹인인 우리는 모두 같아……… 날 내버려둬…… 나를 그냥 버리라고. 너의 사랑에 대해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고통뿐이야………… 난 보고 싶어, 이해하니? 난 보고 싶고, 이 열망에서 벗어날 수 없어. 내가 이렇게 어머니, 아버지, 너 그리고 막심 삼촌을 볼 수 있다면, 난 만족할 것이고………… 기억할 것이고, 이 기억을 남은 생애 동안 어둠 속에서 간직할거야......" - P319
"그렇지 않아." 막심이 날카롭게 대답했다. "너에게는 소리도, 온기도, 움직임도 있고……… 너는 사랑으로 둘러싸여 있어…… 많은 사람이 네가 엉터리라고 멸시하는 것을 위해 시력을 포기하기도 하지....하지만 너는 지나치게 이기적으로 자기 슬픔만을 간직하고 있어...…… - P326
그가 무엇을 보았고, 어떻게 보았으며, 정말로 본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이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을 해도, 그는 하늘과 땅, 어머니, 아내 그리고 막심 삼촌을 보았다고 확신하며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 P344
그래, 그는 눈을 떴어………… 어둡고 괴로운 이기적 고통의 자리에‘그는 이제 삶의 지각을 가져왔고, 인간적 슬픔과 기쁨을 느끼며 눈을떴고, 이제 행복한 사람들에게 불행한 사람들을 상기시킬 수 있어...…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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