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최고!




남편의 죽음을 알리는 통지서를 받았을 때, 저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영혼의 일부는 아직도 그 숲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일은 제가 인생을 꾸려온 모든 영위를 초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P187

"〈갱부〉라………." 하고 오시마 씨는 희미한 기억을 더듬듯이 말한다. "도쿄의 학생이 우연찮게 광산에서 일하게 되고, 갱부들 사이에 섞여서 혹독한 체험을 한 후, 다시 바깥 세계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지? 중편소설이고, 아주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어. 그것은 그다지 소세키답지 않은 내용이고 문체도 비교적 거칠어서, 일반적으로 말하면 소세키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평판이 안 좋은 것 중 하나인것 같은데…………. 그 책의 어디가 재미있었을까?" - P188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잘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 P190

요컨대 어떤 종류의 불완전함을 지닌 작품은 불완전하다는 그 이유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적어도 어떤 종류의 인간의 마음을 강렬하게 끌어당긴다는 거야. 예를 들어, 넌 소세키의 <갱부>에 마음이 끌린다고 했지. 《마음》이나 《산시로》 같은 완성된 작품에는 없는 흡인력이 미완성의 작품에는 있기 때문이지. - P198

인간은 이 세상에서 따분하고 지루하지 않은 것에는 금세 싫증을 느끼게 되고, 싫증을 느끼지 않는 것은 대개 지루한 것이라는 걸. 그런 거야. 내 인생에는 지루해할 여유는 있어도 싫증을 느낄 여유는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두 가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 보통이지만. - P201

모든 것은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의 책임은 상상력 가운데에서 시작된다. 그 말을 예이츠는 이렇게 쓰고 있다. In dreams begin the responsibilities. 그 말대로다. 거꾸로 말하면, 상상력이 없는 곳에 책임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아이히만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 P235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하지만 널 알다가도 모르겠어, 그런 건 잠자코 마음대로 상상하면 되잖아? 일일이 내 허락을 받지 않아도, 네가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지, 그런 걸 나는 어차피 알 수 없으니까 말이야." - P237

너는 상상력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꿈을 두려워한다. 꿈속에서 짊어지기 시작할 책임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잠을 자지 않을 수는 없고, 잠을 자면 꿈이 찾아온다. 깨어 있을 때의 상상력은 어떻게든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꿈을 막을 수는 없다. - P246

"그렇기 때문에 자네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네. 이건 전쟁이다, 라고. 그러니 자네는 군인이 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하네. 지금 이 자리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단 말일세. 내가 고양이를 죽이느냐, 아니면 자네가 나를 죽이느냐, 둘 중의 하나지. 자네는 지금 여기서 그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네. 물론 그것은 자네 눈으로 보자면, 참으로 불합리한 선택일 걸세.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게. 이 세상의 대부분의 선택은 불합리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 P255

"눈을 감아서는 안 되네" 하고 조니 워커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도 규칙일세. 눈을 감아서는 안 되네. 눈을 감아도 사태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으니까. 눈을 감았다고 해서 무엇인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아니, 오히려 다음에 눈을 떴을 때, 사태는 더 악화되어 있을 거라네. 우리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는 걸세, 나카타씨, 눈을 똑바로 떠야 하네. 눈을 감는 것은 약자가 하는 짓이야.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것은 비겁한 자가 하는 짓이란 말일세. 자네가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고 있단 말이야, 똑딱똑딱하고." - P263

"경험적으로 말한다면, 인간이 무엇인가를 강렬하게 원할 때 그것은 대개 찾아오지 않지. 인간이 무엇인가를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할 때, 그것은 저쪽에서 자연히 찾아오고 말이야. 물론 그것은 일반론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야." - P275

"나는 지금부터 너를 도서관으로 데리고 갈 거야. 그리고 너는 도서관의 일부가 되는거야." - P279

행복은 한 종류밖에 없지만, 불행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야. - P282

"다무라 군, 우리 인생에는 되돌아갈 수 없는 한계점이 있어. 그리고 훨씬 적기는 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한계점도 있지. 그런 한계점에 이르면 좋든 나쁘든 간에 우리는 그저 잠자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 거야." - P290

"고마워" 하고 오시마 씨가 말한다. 그리고 내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는다. "분명히 나는 다른 모든 사람과는 조금 달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인간이야. 그것을 네가 좀 이해해 주었으면 해. 나는 괴물이 아니야. 보통 인간이지.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행동하지. 그러나 그 사소한 차이가 때로는 끝없는 심연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야 물론,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야." - P322

"세계는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고, 나카타 씨. 매일 때가 되면 날이 밝지. 그러나 거기 있는 건 어제와 똑같은 세계는 아니지. 여기있는 건 어제의 나카타 씨가 아니란 말이야. 알겠어?" - P338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즉 네 선택이나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도록 운명 지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래도 너는 조금도 어김없는 너인 거고, 너 이외의 아무도 아닌 거야. 너는 너로서 틀림없이 앞으로 전진하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P352

"아니, 그런 일은 없지 않을까. 설사 나를 만나지 못했어도, 너는 틀림없이 다른 길을 찾아냈을 거야.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 들어. 너라는 사람에게는 왠지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거든" - P354

"나는 꿈을 통해서 아버지를 죽였는지도 몰라요. 특별한 꿈의 회로 같은 것을 통해서, 아버지를 죽이러 갔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죠." - P361

"그것은 ‘생령‘이라고 불리는 존재지, 외국의 예는 잘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종종 그런 것이 문학 작품에 등장하곤 해. 예를 들어, 《겐지 이야기>의 세계는 생령으로 가득 차 있어. 헤이안 시대에는, 적어도 헤이안 시대의 사람들의 심적 세계에서는, 인간은 어떤 경우에는 살아 있는 채 영혼이 되어 공간을 이동하고, 그 상념을 이룰 수 있었어. <겐지 이야기>를 읽어본 적은 있어?" - P397

"사랑이라는 것은 세계를 다시 세워가는 일이니까, 사랑이란 어떤 일이든지 일어나게 할 수도 있어."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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