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올해 읽은 좋은 책 베스트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어서 더 좋았고, 더 서늘했다. 마틴에덴=잭런던은 미쳤다 ㅋ


마틴은 열렬히 그녀를 그리워했다. 그는 타고나기를 사랑이 많았고, 보통 사람보다 더욱 공감을 필요로 했다. 그는 공감에 굶주렸으며, 그에게 공감이란 지적인 이해를 의미했다. 루스의 공감이 대개 감상적이고 의례적이라는 것을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녀의 공감은 대상에 대한 이해보다는 온화한 성품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틴이 그녀의 손을 잡고 반갑게 얘기하는 동안 그녀는 사랑에 촉발되어 그의 손을 마주 잡았고, 그가 무력하게 누워 있는 모습과 병고가 그의 얼굴에 새겨 놓은 흔적을 보고 그녀의 눈은 눈물로 반짝거렸다. - P14

처음으로 루스는 가난의 추악한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굶주리는 연인들은 그녀에게는 늘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굶주리는 연인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 - P15

그 저녁 루스의 집에서 마틴은 기이한 혼란과 모순된 감정을 갖고 돌아왔다. 그는 목표로 삼았던, 아득바득 기어올라 함께 하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실망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성공에 고무되기도 했다. 그 세계로 올라가기는 생각보다는 쉬웠다. 그는 그리로 올라가는 것보다 우월한 일을 해냈으며, (그는 가식적인 겸손함으로 그 사실을 자신에게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가 올라가서 끼게 된 사람들보다 그 자신이 우월하다고 - 물론 칼드웰 교수는 제외하고 - 느꼈다. - P12

"내가 단언하건대, 편집자들 중 99퍼센트의 주된 자격은 실패한 경력이야." 그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그들은 작가로서 실패한 사람들이야. 그들이 글쓰기의 즐거움보다 고역스럽게 사무를 보고 발행 부수와 사장에게 얽매여 살기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는 마. 그들은 글을 써 보려고 했으나 안 됐던 거야. 바로 거기에 저주받은 역설이 있지. 문학에 있어 성공으로 가는 길목을 문학에 실패한 그들 경비견이 지키고 있으니. 편집장, 편집 차장, 편집부원들 대부분, 그리고 잡지와 출판사들에 고용되어 원고를 사전 검토하는 독자들 대부분, 그들 거의 모두가 글을 쓰려 했으나 실패한 자들이야." - P68

"그런데 그들이, 세상의 인간들 중에서 하필 가장 부적합한 자들이 무엇이 출판될 것이고 무엇은 출판되지 않을 것인지 결정해. 독창적이지 않음이 검증된 자들이, 천부적 재능이 없음이 드러난 자들이 독창성과 천재성을 심판하는 자리에 앉아 있어. 그리고 그들 뒤에는 서평가들, 더 많은 실패자들이 있거든. 그들이 시나 소설을 쓰기를 꿈꾸고 시도해 보지 않았다고? 해 봤는데 안 된 거야. 웬만한 서평은 대구 간유보다 메스껍다고. 서평가와 자칭 비평가들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기도 알 거야. 위대한 비평가도 있긴 하지만 혜성처럼 드물지. 내가 만약 작가로서 실패하면 편집자가 될 자격을 얻는 셈이야. 편집자는 어쨌거나 먹고 살 수는 있지." - P69

바다는 잠잠하고 깊다.
그 가슴에 안겨 만물이 잠든다.
한 발짝이면 만사는 끝.
한 번의 추락, 한 방울의 거품, 그것뿐 - P75

"자기는 나를 사랑하지. 그런데 왜 사랑할까? 내 안에서 나로 하여금 글을 쓰지 않으면 견딜수 없게끔 하는 것이, 자기의 사랑을 내게로 끄는 바로 그것이야. 자기가 만났고 사랑할 수도 있었던 다른 남자들과 내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는 나를 사랑하는 거야." - P76

"다른 남자들처럼 만들어서 그들이 하는 일을 하게 하고, 그들이 숨 쉬는 공기를 숨 쉬게 하고, 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해 보라고. 그러면 자기는 다른 남자들과 나의 차이를, 나 자신을, 자기가 사랑하는 바로 그것을 파괴해 버리는 거야.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나를 살아 있게 해. 내가 단순한 사람이었다면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을 거고, 자기가 나를 남편으로 삼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 - P76

"나는 자기의 사랑을 믿기 때문에, 자기 부모님의 적개심이 두렵지 않아 세상 모든 것이 길을 잃고 헤맬지라도, 사랑만은 그렇지 않아. 가다가 나약해져서 맥없이 머뭇대지 않는 한, 사랑은 잘못 갈 수가 없어." - P78

"사람은 자기가 읽은 책들과 일치하는 결론을 내리기 마련이죠." - P85

니체가 옳았습니다. 니체가 누구인지 당신에게 설명하느라고 시간을 끌지는 않겠지만, 그가 옳았습니다. - P140

마틴의 반동적인 개인주의를 가장 극렬한 사회주의 행동대원의 발언으로 변형시켰다. 그 풋내기 기자는 예술가라도 된 듯, 커다란 붓으로 노동조합 지부에 색을 입혀 놓았다. 눈이 야성적이고 머리카락이 치렁치렁한 남자들, 신경쇠약에 걸린 퇴폐적인‘유형의 남자들, 정열적으로 떨리는 목소리들, 높이 치켜든 불끈 쥔 주먹들, 그리고 배경에는 악담과 고함과 성난 사람들의 걸걸한 불평이 깔려 있었다. - P151

이 점을 기억해 줘. 우리의 관계는 단순히 실수였어. 부모님은 우리가 서로에게 맞지 않고, 너무 늦지 않게 알게 된 걸 둘 다 다행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나를 만나려고 해 봐야 소용없어. - P155

마틴이 돌아와서 모두들 기뻐했다. 그의 책은 아직 어느 것도 출판되지 않았다. 그들이 그를 과장해서 볼 여지가 없었다. 그들은 그를 그 자체로 좋아했다. 그는 망명에서 돌아온 왕자 같은 기분이‘들었으며, 외로운 심장은 온정에 흠뻑 잠겨 움텄다. 그는 그날을 만끽하고 최선을 다해 놀았다. 호주머니도 두둑했으므로, 예전에 항해에서 봉급을 받고 돌아왔을 때 그랬듯이, 돈을 물 쓰듯 썼다. - P183

그는 너무 멀리 떨어져 나왔다. 수천 권의 책들이 그들과 그 사이에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가 그자신을 추방했던 것이다. 지식의 광대한 영토로 너무 깊숙이 들어온 나머지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 그는 인간적이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그는 어디에서도 새로운 고향을 찾을 수 없었다. - P191

"인생은, 내 생각에, 실수와 수치뿐." 그래..… 실수와 수치뿐이었다. - P193

"하지만 나는 지금 당신 어머니가 우리의 약혼을 파기시켰을 때보다 사윗감으로 조금도 나아진 게 없어." 그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거든. 나는 그때랑 똑같은 마틴 에덴이야. 사실 그때보다 좀 나빠졌지… 이제 담배를 피워. 나한테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아?" - P228

"가장 나쁜 건, 사랑을, 성스러운 사랑을 내가 의심하게 되었다는 거야. 사랑이 출판과 대중의 주목을 먹여서 살려 내야 할 만큼 천한 것인가? 나는 앉아서 머리가 빙빙 돌 때까지 그 생각을 하곤 했어." - P228

그는 알았다, 자기가 정말로 그녀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음을. 그가 사랑한 사람은 이상화된 루스, 자기 자신이 창조한 천상의 존재, 자기가 쓴 연애시의 환하게 빛나는 정신이었다. 부르주아인 실제의 루스, 부르주아들의 모든 결점과 가망 없이 왜곡된 부르주아 심리를 가진 그녀를, 그는 사랑한 적이 없었다 - P231

삶을 너무나 사랑해서
희망도 공포도 놓고
우리는 짧은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어떤 신이시든
어느 생명도 영원히 살지 않게 하심을,
죽은 자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심을,
아무리 느리게 흐르는 강도
구불구불 바다에 꼭 닿게 하심을.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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