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정말 좋다.




"떠나는 사람도 돌아오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낯선 사람도 헤어지면 다시 만나고, 만나면 다시 헤어진다"는 말도 있잖아...….." - P14

도모에는 눈을 감고 예전에 역사책에서 보았던 나폴레옹의 초상을 기억해내려고 애썼다. 흰 조끼를 입고, 그 흰 조끼에 한 손을 넣은 채 가슴을 펴고 있는 모습을……………그런 모습의 남자일까…………?! 어쨌든 나폴레옹은 키가 매우 작고 못생긴 남자였다고 한다. - P33

육지에는 사람들의 슬픔이 너무 많단 말이야. 항구라는 항구는 꽤‘가보았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둡고 외롭기만 하지. 하지만 바다에만 나오면 금빛 바닷바람이 그런 모습들을 지워버리니까 말이야...... - P40

어두운 선창의 둥근 창에서 흘러들어 오는 흰색의 광선을 등으로 받으며, 온몸 가득히 기쁨을 드러내면서 다카모리에게 손을 내민 이 남자의 얼굴은 백인인지 동양인인지 모를 정도로 햇빛에 그을렸고, 더욱이 정말 말처럼 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굴만 긴 것이 아니라 코도 길었다. 그리고 잇몸을 슬쩍 드러내면서 씩 웃을 때 벌리는 큰 입까지………… 정말 말상도 보통 말상이 아니었다. - P54

구경하고 있던 일본인들은 얼굴을 돌리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윗도리를 어깨에 걸치고 있던 불량배 두목도 휙 뒤로 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모두의 마음속에는 무언가 뒷맛이 쓴 굴욕감이 가득했다. 왠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쓸쓸함이라고나 할까, 후회라고나 할까 그런 것이 자기들 마음을 내리누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 P92

그 눈이 그야말로 슬픈 표정으로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것 같았다……… 가스통은 허리를 굽혀서 큰 손바닥으로 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늙은 개의 슬픈 듯한 눈을 보고 있자니, 자기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길러줄 주인도 없고, 보기도 흉하고, 나이도 들어서………… 이렇게 기침까지 해대는…마치 자신을 꼭 닮은 듯한 외톨이였다. 가스통은 아직 젊지만, 덩치만 클 뿐 무기력하기 짝이 없으니… - P101

"나는 말이지, 사람이 가엾다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 아니, 사람이 불쌍하다 어떻다라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야. 그러니까 이런 장사를 시작했던 거고 말이야." "왜, 당신, 사람을 믿지 않지?" "내가 믿지 않는 게 아니야. 다른 놈들이 나로 하여금 사람들을 믿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린 거지." - P165

"당신 버리지 않는 것... 따라가는 것."
모기가 우는 것 같은 가냘픈 소리였지만, 엔도는 가스통의 서툰 일본어를 분명히 들었다. 당신을 버리지 않는 것, 따라가는 것- 엔도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한 손으로 콜트를 고쳐 잡았다. 일체의 인간적인 감정이나 감상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온 살인청부업자에게 지금 가스통이 한 말처럼 모욕적인 말은 없었다. 그는 무심코‘가스통의 멱살을 잡았다. - P217

"무섭다. "모기만 한 소리로 가스통은 대답했다. "무섭다."‘"무섭다면서 왜 가는데요...가스통씨?‘ 그러고서‘도모에는 무심코 이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오던 것을 분명하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바보아니에요?" 바보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 악취가 가득 찬‘ 베트남호의 사등 선실에서 그를 발견했을 때부터, 도모에는 가스통이 바보가 아닐까 생각할 때가 많았다. - P242

"산다는 것, 정말 어려워요. 도모에 씨, 나 겁쟁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평생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돼요. 참 힘들어요." - P250

처음으로 도모에는 바보와 위대한 바보라는 두가지 말이 어떻게 다른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꾸밈없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꾸밈없이 모든 사람을 믿으며, 비록 자기가 속고 배반을 당해도 그 신뢰와 애정의 등불을 계속해서 지켜나가는 사람, 그 사람은 요즘세상에서 바보로 보일지도 모른다. - P254

하지만 그는 단순한 바보가 아니다. 위대한 바보인 것이다.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 발산하는 작은 빛을 사람들의 인생에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비추는 위대한 바보이다. - P254

"그래도 도모에, 사람들 모두가 아름답고 강한 존재라고는 할 수 없어. 태어날 때부터 겁쟁이인 사람도 있지. 성격이 약한 사람도 있고 말이야. 여자처럼 걸핏하면 울어대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약하고 겁쟁이인 남자가 자신의 약함을 짊어지고서 열심히 아름답게 살려고 하는 건 훌륭하지 않을까?"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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