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들>
나는 그 머리칼 때문에 프랜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만약 그 머리칼을 자른다면, 그녀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 P14
<깃털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저 늙은 새의 목을 비틀어버리는 게 녀석을 위하는 거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 저놈은 죽일 가치도 없어. 안그래, 올라? 한밤중에 저놈의 소리 때문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도 있다구. 한푼어치의 가치도 없는 놈이야. 안 그래, 올라?" - P31
<깃털들>
"괜찮아요,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으로서는 걔가 미남대회에서 일등할 만한 생김새가 아니라는 걸 우리도 알거든요. 클라크 게이블은 아니에요. 시간이 필요하죠. 아시겠지만, 어른이 되면 운좋게도 제 아버지를 닮기도 하니까요." - P33
<깃털들>
버드와 올라의 집에서 보낸 그날 저녁은 특별했다. 특별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내 인생이 여러모로 썩 괜찮다고 느꼈다. 내가 느낀 걸 프랜에게 말하고 싶어서라도 나는 어서 둘만 있고 싶었다. 그 저녁에 내게는 소원 하나가 생겼다. 식탁에 앉아서 나는 잠시 두 눈을 감고 열심히 생각했다. 소원이란 그날 저녁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것, 혹은 다시 말해 그날 저녁을 놓아버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 소원은 실제로 이뤄졌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것은 내게는 불행이었다. 하지만, 물론, 당시에는 그걸 알 도리가 없었다. - P40
<셰프의 집>
그리고 나도 뭔가 얘기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면, 이게 처음이라고 치면, 그냥 그렇다고 한다면, 그저 상상하는 것일 뿐이니까, 이제까지 일어난 일이 없었다고 한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그게 뭔지? 라고 내가 말했다. 웨스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말했다. 그런 경우라면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돼야 한다고 상상하란 뜻이겠지.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 그런 식의 상상 같은 건 내 안에 남아 있지 않아. 원래 태어나기를 우리는 이렇게 태어난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 - P51
<셰프의 집>
그가 눈을 떴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지는 않았다. 그는 그대로 가만히 앉아서 창문을 바라봤다. 뚱땡이 린다 라고 그가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이 그녀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무의미했다. 그저 이름일 뿐, 웨스는 일어나 커튼을 쳤고 바다는 그렇게 사라졌다. 나는 저녁을 준비하러 갔다. 아이스박스에는 아직 물고기가 몇 마리 남아 있었다. 다른 건 별로 없었다. 오늘밤에 다 먹어치워야겠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게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 P53
<보존>
하지만 아직 젊은데다 몸도 건강한 그녀의 남편이 화장실에 갈 때나 아침에 TV를 켜고 저녁에 TV를 끌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소파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다른 문제였다. 그녀는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 한 번을 빼고는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친구, 그러니까 이십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침대에서 나오지 않는다던 삼촌을 둔 그 친구에게도 그 일에 대해서는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 P61
<보존>
그녀는 아빠가 그리웠다. 이제는 엄마마저도 그리웠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늘 다투기만 했는데도 그녀는 레인지 앞에 서서 고기를 뒤집으며 아빠와 엄마를 그리워했다. - P69
<칸막이 객실>
그는 먼저 로마에 갔다. 하지만 혼자서 거리를 걸어다닌 그는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단체관광을 신청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는 외로웠다. 그다음에는 자신과 아내가 늘 한번쯤 가보고 싶다고 말했던 베니스에 갔다. 하지만 베니스는 실망스러웠다. 거기서 그는 오징어튀김을 먹는 외팔이 사내를 봤고 어디에서나 흔한, 칙칙하고 물때가 탄 건물들을 봤다. - P78
<칸막이 객실>
그 아이는 마이어스의 청춘을 집어삼켜버렸고, 그가 연애해서 결혼한 젊은 여인을 신경과민의 알코올중독자로 바꿔놓고는 번갈아가며 병도 주고 약도 줬다.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자신이 싫어하는 누군가를 만나려고 이 먼길을 나섰단 말인가. 마이어스는 자문했다. 그는 아이의 손, 자기 인생의 적인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싶지도 않았고 어깨를 토닥거리며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는 아이에게 엄마에 대해 묻고 싶지도 않았다. - P82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기도하는 법을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니까 또 되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눈을 감고 ‘하느님, 우릴 도와주세요. 스코티를 도와주세요‘라고 말한 게 다지만. 그러고 나니까 나머지는 쉬웠어. 그냥 술술 나오네. 당신도 기도하고 싶으면"이라고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 P101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그녀는 두 눈을 감고 한번 더 생각해보려고 애썼다. 잠시 뒤 그녀가 말했다. "그래, 어쩌면 잠시라도 내가 집에 가야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여기 앉아서 눈도 떼지 않고 지켜보기 때문에 이애가 깨어나지 않는 건지도 몰라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여기 없으면 스코티가 깨어날지도 집에 가서 목욕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을게, 슬러그 밥도 주고, 그리고 돌아올게." - P107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빵집 주인이 외로움에 대해서, 중년을 지나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의심과 한계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들에게 그런 시절을 아이 없이 보내는 일이 어떤 것인지 말했다. 매일 오븐을 가득 채웠다가 다시 비워내는 일을 반복하면서 보내는 일이 어떤 것인지. - P127
<비타민>
그뒤로 실라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비타민과 관련된 사람 중에서는, 어쨌든. 그녀는 유클리드 애비뉴 쪽으로 걸어가면서 우리의 삶에서 영영 사라졌다. - P136
<비타민>
"지금은 안 돼"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녀를 풀어줬다. 나는 그말이 은행에 있는 돈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37
<비타민>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꿈꾸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 꿈을 꾸지 않으면 미쳐버려. 책에 그렇게 나와. 그건 배출구리구, 사람들은 잠잘 때마다 모두 꿈을 꿔 꿈을 안꾸면 돌아버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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