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좋다.


여자는 그 어둠 속에서, 어둠보다 더 어두웠다. 여자의 부축을 받아 이부자리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도 어째서인가 그에게는 그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여자뿐만 아니라, 모든 것의 윤곽이 뿌옇기만 했다. 이부자리에 쓰러지고 나서도 아직도 열심히 모래 위를 달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꿈속에서도 쉬지 않고 달렸다.…………. 그런데도 잠은 얕았다. 삼태기를 운반하는 소리도, 멀리서 개 짖는 소리도, 고스란히 기억에 남아 있다. 여자가 밤참을 먹으러 돌아왔다가 머리맡에 있는 등잔에 불을 붙이는 것도 알고 있었다. 도중에 한 번 물을 마시러 일어났다가 그대로 잠이 깨고 말았다. 그렇다고 여자를 거들러 나갈 만큼의 기력은 없었다. - P195

불현듯, 새벽빛 슬픔이 북받친다………. 서로 상처를 핥아 주는 것도 좋겠지. 그러나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를 영원히 핥고만 있는다면, 끝내는 혓바닥이 마모되어 버리지 않을까? - P198

납득이 안 갔어……… 어차피 인생이란 거 일일이 납득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 P198

어떤 생활이든 해답이야 없을 게 뻔하지만………뭐 조금이라도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이 많은 쪽이 왠지 좋을 듯한 기분이 들거든 - P210

<그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어제까지의 일이 먼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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