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 관해 그럴듯한 환상을 간직할 수가 없는 법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싫어하고, 또한 그 일이 매력 없어 보이는 것은 결국 자신의 개성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완전한 자기기만의 위안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행위들이 우연히도 우리의 기질과 딱 맞아떨어질 때뿐이다. - P136
나는 서류 더미에 갇혀 내 손으로 모든 실을 잡고 있도록 돼있다. 하지만 나는 내손안에 들어온 것만 잡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저자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실의 다른 쪽 끝을 묶어버릴 수 있다. - P139
"스티비, 너 경찰이 왜 있는지 모른단 말이니? 경찰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뭔가를 가진 사람들한테서 어떤 것을 빼앗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있는 것이란다." - P204
그는 자신이 이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이렇게 빨리 드러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부인이 스티비의 코트 안쪽에 주소를 적은 천을 꿰매놓았으리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모든 걸 다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고 보면, 그녀가 스티비가 길을 잃어도 염려할 게 없다고 말했을 때의 의미는 바로 그런 의미였던 것이다. 그녀는 남편에게 스티비가 길을 잃어도 금방 나타날 것이라고 분명히 얘기했다. 그런데 정말로, 스티비는 말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 P285
"당신은 저주받을 거요." 오시폰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그 이유가 뭔가? 그게 약자들이 희망하는 거겠지. 강자들이 가게 될 지옥을 생각해낸 것은 약자들이 아니겠나. 오시폰, 내가 자네한테 느끼는 건 우호적인 경멸감일세. 자네는 파리 한 마리도 못 죽일 사람이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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