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는 정말 대단한것 같다.


포교도 외교처럼 술책을 부리고 흥정을 하고 위협을 하고 때로는 타협도 해야 한다. 나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면 그러는 것이 꼭 꺼림칙하고 지저분한 행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포교를 위해서라면 눈을 감아야 하는 일도 있다. 이곳 멕시코에서도 1519년에 정복자 코르테스가 상륙하여 소수의 병사로 무수한 인디오를 잡아 죽였다. 그 행위가 하느님의 가르침에서 볼 때 옳은 행위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희생이 있었기에 수많은 인디오가 우리 주님의 가르침을 접하고 그 야만스러운 풍습에서 구원받아 새로운 길을 걷게 된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악마의 풍습에 빠져 사는 인디오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지, 다소의 악에 눈을 감고 하느님의 가르침을 그들에게 전할지는 아무도 경솔하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 P176

"신부님들의 진정한 행복이란 게 일본에는 지나치게 독합니다. 강한 약은 어떤 사람의 몸에는 독으로 변합니다. 신부님이 말하는 더없는 행복은 일본에 그런 독입니다. 멕시코로 와서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 멕시코도 스페인 배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조용히 살았을 텐데 말이지요. 신부님들의 더없는 행복이 이 나라를 흐트러트렸습니다." - P207

"많은 인디오의 고통을 잊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분들은 모르는 체하고 있습니다. 모르는 체하며 진심인 듯한 말투로 하느님의 자비, 하느님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역겨웠습니다. 이 나라 신부님들의 입술에서는 늘 아름다운 말만 나옵니다. 신부님들의 손은 절대 흙으로 더럽혀지지 않습니다." - P224

그러고 나서도 두 번이나 더 계절풍에 의한 폭풍을 만나고 드디어 조국 스페인의 산루카르항을 멀리서 바라본 것은 베라쿠르스를 떠난 지 열달 만이었다. - P258

‘만약 내가 이런 자에게 배례하면.… 골짜기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러자 마음속에 그런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이 복받쳤다. 그는 숙부처럼 부처님을 마음속 깊이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절에서 참배할 때면 아름다운 불상에는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신사 앞에 서면 합장할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무기력하고 볼품없는 사내에게서는 거룩함도 고귀함도 느낄 수 없었다. - P302

"그들의 감성은 늘 자연적인 차원에 그쳐서 결코 그 이상 비약하지 않습니다. 자연적인 차원 안에서 그 감성은 놀랄만큼 미묘하고 치밀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다른 차원에서는 파악할 수 없는 감성입니다. 그러므로 일본인은 인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우리의 하느님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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