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강>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안읽을 수가 없었다. <보바리 부인>이 떠오르긴 하다. 노벨상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그럴만한 것 같다. 해설이 더 어려움 ㅜㅜ




테레즈, 많은 사람들이 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 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너를 염탐하고, 네가 가는 길목에서 너를 붙잡고, 너의 가면을 벗기던 나는 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 P23

테레즈가 느끼는 감정이 그에게 중요하기나 할까? 중요한 것은 딸아이 때문에 상원으로 향하는 그의 승전이 좌절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딸이란 모두 바보가 아니면 히스테리 환자라고 여겼다.) - P30

너회 부부는 한 손에 있는 두 손가락처럼 붙어 다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단 말이다…………. 한 손에 있는 두 손가락, 알겠느냐? 죽을 때까지 말이야………… - P33

"언니는 고백한 다음, 용서를 구한 다음의 해방감을 상상도 못 할 거야. 그때 새로운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 - P38

‘나는 내 죄가 뭔지 몰라, 사람들이 내게 씌우려던 범죄는 내가 원치 않았던 거야. 내가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 내 안에서, 그리고 내 밖에서 맹렬히 치밀던 이 힘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난 전혀 몰랐었어. 그 힘이 나아가면서 파괴한 것을 보며 스스로도 공포를 느꼈었어……….‘ - P39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사람 은 결코 불행해지지 않습니다………" - P48

베르나르, 황량한 시선의 이 남자는 그림의 번호가 베데커 여행안내서와 다르다고 걱정하고, 최단시간에 봐야 할 것은 전부 봤다는 데 만족하는 그런 남자였다. 그가 이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었다니! - P61

"그 애가 아제베도네 아들에게 반했다니 믿어지시오? 완전히 빠졌다는군. 이 폐결핵 환자 녀석을 위해 그 집에서 빌메자 집을 넓혔었잖소………. 그렇다니까. 아주 심각하대....안은 성년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는군. 어머니는 그 애가 완전히 미쳤다고 쓰셨소. 드길렘 집안에서 이 사실을 몰라야 할 텐데! 알게 되면 드길렘 막내가 청혼을 안 할 가능성이 크지. 안에게서 편지가 왔소? 드디어 사연을 알게 되겠구먼………. 얼른 뜯어봐요." - P64

‘벌써 2년 전이구나. 그 호텔 방에서 나는 핀을 집어 들었고, 사진 속 그 청년의 심장이 있는 곳에 핀을 꽂았어. 화가 나서가 아니라, 일상적인 행동처럼 침착하게 그리고 변기에 구멍이 뚫린 사진을 넣고 물을 내렸어.‘ - P69

정신이 잠든 상태에서도 육체는 살아서 잠결에도 익숙한 먹잇감을 막연하게 찾아나선 것처럼 거친 손길로, 그렇지만 그를 깨우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다시 그를 밀어냈다…………. 아! 마지막으로 영원히 그를 밀어낼 수 있다면! 침대 밖으로, 어둠 속으로 그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 - P74

"그를 만나지는 못하지만 여기서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그가 숨 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 동풍이 불면 그가 나와 같은 시간에 종소리를 듣는다는 걸 알지. 베르나르 오빠가 아르즐루즈에 있든 파리에 있든 언니에게는 똑같아?나는 장을 못 만나지만, 그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알아." - P81

장과의 첫 만남.……………. 모든 상황을 하나하나 기억해 보아야만 해. 나는 한때 안과 함께 간식을 먹던 곳, 나중에는 안이 아제베도를 만나길 좋아했다던 그 산비둘기산장에 가기로 마음먹었더랬지. 아니야, 옛 추억을 되살리러 간 것은 아니었어. - P96

그런데 왜 저희가 한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입니까? 매 순간은 즐거워야 합니다. 이전의 즐거움과는 다른 즐거움을 경험해야 하는 거지요. - P99

내가 장 아제베도를 자주 보았던가? 그는 10월 말에 아르즐루즈를 떠났지…………. 아마 우리는 대여섯 번 산책을 같이 했을 거야. 안에게 전할 편지를 같이 썼던 산책만 따로 생각나는구나. 그 순진한 청년은 안에게 위안이 될 문구들만 생각해 냈어. 그에게 아무 말 안했지만 난 그 문구들이 아주 끔찍했는데. 하지만 우리의 마지막 산책들은 전부 뒤섞여 하나의 기억같이 느껴져. - P105

"하지만 부인은! 부인의 말씀에서 저는 진실함을 향한 굶주림과 갈증을 느꼈습니다…………."

"진정한 내가 된다고요? 진정한 자신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스스로 만드는 거예요." - P107

그와 헤어지자 마자 나는 끝도 없는 터널에 들어가 계속해서 커져 가는 그림자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어. 때때로 나는 질식해 버리기 전에 과연 자유로운 공기를 마실 수 있을까 자문해 보곤했지. 1월에 출산할 때까지 아무 일도일어나지 않았어. - P109

난 그들의 자손받이야. 필요하다면 그들은 이 태아를 위해 기꺼이 나를 희생할 테지. 나라는 개인 감정은 뒷전이야. 가족들의 눈에는 나는 기껏해야 포도나무일 뿐이야. 오로지 내 옆구리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열매만이 중요할 뿐. - P115

오로지 베르나르만이 끔찍한 현실, 그 자체였다. 그의 육중한 몸집, 콧소리, 단호한 어조와 그 만족스러운 태도, 이 세계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하나? 첫 더위가 그녀를 짓눌렀다. 그녀가 죄를 범하려는 찰나에는 그 어떤 경고도 없었다. - P121

"이 문제에서 내 개인적 입장은 고려하지 않겠소. 이제부터 나는 중요하지 않소. 가족만이 가장 중요하지. 난 언제나 가족의 이익에 맞추어 모든 결정을 내려왔소. 가족의 명예를 위해 나는 내 나라의 정의를 속이기로 동의했던 거요. 신께서 나를 판단하시겠지." - P136

그녀의 행동에 숨겨진 수천 가지의 원인 중에서 이 멍청이는 단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가장 천박한 이유를 생각해 냈다. - P138

테레즈는 자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그녀의 상상은 점점 더 구체화되어 갔다. 여러 방법으로 그녀는 자신의 과거로부터 잊어버린 얼굴들, 그녀가 멀리서 소중히 생각하던 입술들, 뜻밖의 만남, 한밤중의 우연이 그녀의 순수한 육체에 가져다주던 희미한 육체를 생각하려 했다. 그녀는 행복을 구상했고, 쾌락을 만들어냈으며, 모든 방법을 통해 불가능한 사랑을 창조해 냈다. - P160

테레즈의 생각은 쾌락만을 위한 미지의 육체에서 분리되어 나왔다. 자신의 행복감에 지치고 상상의 쾌락에도 싫증이 난 그녀는 다른 탈출구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이 그녀의 침대 주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 P161

"베르나르, 당신 같은 사람은 언제나 자기가 하는 모든 행동의 이유를 알아요. 그렇죠?", - P182

"내가 원했던 것이라고요? 뭐, 내가 원하지 않았던 것을 말하는 게 더 편하겠네요. 나는 어떤 인물인 듯 연극하고, 행동하고, 상투적인 말을 하고, 매 순간 진정한 ‘테레즈‘ 를 부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에요, 베르나르, 보세요. 나는 솔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요. 내가 당신에게 하는 이야기는 왜 다 거짓처럼 들리는 걸까요?" - P184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은 돌로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야. 강연도, 박물관도 아니야.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것은 도시 속에서 동요하고 어떤 폭풍우보다도 더 강한 열정이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숲이야. 어둠 속에서 아르즐루즈의 소나무 숲이 내는 신음 소리 역시 인간적이기에 감동적이었던 거야.‘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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