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엔도 슈사쿠는 대단하다. 그의 철학적 깊이란.

"저 나무, 얼마나 살아왔을까요?"
"200년쯤 아닐까? 아무튼 이 부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겠지.‘
"저 나무가 그러더군요. 목숨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 P12
"나……… 반드시………… 다시 태어날 거니까, 이 세상 어딘 가에. 찾아요………… 날 찾아요……… 약속해요, 약속해요." 약속해요, 약속해요라는 마지막 목소리만은 아내의 필사 적인 소망이 담겨서일까, 다른 단어보다 강했다. - P25
"불교에선 어째서 사십구일에 모이는 건가요?"
"불교에서는 인간이 죽으면 그 혼백이 중유 상태가 된다고 여깁니다. 중유란 아직 환생을 하지 않은 상태로, 훨훨 인간 세상을 떠도는 것입니다. 그리고 칠 일마다 남녀 한 쌍의 몸안에 스며들어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러니까 우선 초칠일이 있는 거지요." - P27
인간도 우리와 마찬가지야. 한 번 죽지만, 다시 살게 되. - P29
"언제 여행에서 돌아올 셈이야. 언제까지 집을 마냥 비워둘 작정이냐고." - P31
"이 사람은 뭐든 합리주의만으로 생각한다니까요." 하고질녀는 불만스러운 듯 볼이 불룩해졌다. "합리주의만으로는 밝힐 수 없는 게 이 세상엔 수두룩하잖아요." - P33
"간단해요. 그런 갑갑한 학생복, 입지 말아요. 저녁에 쿠르톨 하임에 가서 무릎 꿇고 기도 따위 하지 말아요. 당신 어머님은 믿었을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그런 거 믿지말아요." - P63
대학 시절에 몸속을 마냥 치달았던 자신을 더럽히고 싶다는 그 충동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그녀는 사회인이 되고서야 깨달았다. 마음 깊숙이 뭔가 파괴적인 것이 숨죽이고 있다. 그것이 분명한 형태를 취하기 전에 미쓰코는 칠판지우개로 글씨들을 모조리 지우듯 소멸시키고 싶었다. - P77
(대체 넌 무얼 원해?) 여전히 마냥 신기한 듯 자신을 바라보는 같은 칸의 소녀를 향해 미스코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것은 미쓰코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했다.(대체 넌 무얼찾고 있니?) - P85
누마다는 어떤 부부건 간에, 서로 용해될 수 없는 고독이 있음을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알았다. 그러나 그 자신의 고독과 이 새의 고독은 밤의 정적 속에서 서로 통한다. - P115
만약 인간이 진심으로 이야기 나누는 대상을 신이라 한다면, 누마다에게 신은 때때로 검둥이이거나 코뿔소새이거나 이 구관조였다 - P121
"난 말이제, 전쟁에서 돌아온 뒤로, 기구치 씨처럼 사회생활도 변변히 꾸려 나갈 수 없었다니께. 술이라도 안 마시면 속이 갑갑한 기라. 내 맘 이해하겠지?" 하고 대답했다. - P136
"미얀마에서 말야, 죽은 병사의 고기를…… 먹었어. 아무것도 먹을 게 없었지. 그렇게 하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했어. 그만치 아귀도에 빠진 자를, 당신의 하느님은 용서해 주시는가?" - P152
"남편은 마치 잠든 것 같아요." 하고 쓰카다의 아내가 중얼거렸는데, 기구치는 쓰카다의 편안한 데드 마스크가 가스통이 그의 마음에서 모든 고통을 빨아들였기 때 문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렇긴 하나 그 임종 때, 가스통은 없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간호사들도 알지 못했다. - P155
"다릅니다. 목욕재계는 죄의 더러움, 몸의 더러움을 정화하기 위한 행위이지만, 갠지스강의 목욕은 정화와 동시에 윤회 환생으로부터의 해탈을 기원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 P161
"신이란 당신들처럼 인간 밖에 있어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인간 안에 있으며, 더구나 인간을 감싸고 수목을 감싸고 화초도감싸는 저 거대한 생명입니다." - P177
저는 고독하기 때문에 필시 고독할 당신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싶습니다. 한심하게도, 저는 고독합니다. - P185
"그리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성모 마리아 처럼 청순하지도 우아하지도 않고, 아름다운 의상도 걸치고 있지 않습니다. 거꾸로 추하고 늙었고, 괴로움에 헐떡이며 그걸 견디고 있습니다. 이 치켜올려진, 고통으로 가득 찬 눈을 한번 보세요. 그녀는 인도인과 함께 괴로워함니다. 조각상이 만들어진 건 12세기인데, 그 괴로움은 현재에도 그대로입니다. 유럽의 성모 마리아와 다른, 인도의 어머니 차문다입니다." - P211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남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인생의 동반자가 된 인연. 필시 그것은 우연한 만남일게 틀림없는데도, 지금의 이소베는 그 인연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느낌이 든다 - P240
강은 그의 외침을 받아 내고 그대로 묵묵히 흘러간다. 그런데 그 은빛 침묵에는, 어떤 힘이 있었다. 강은 오늘까지 수많은 인간의 죽음을 보듬으면서 그것을 다음 세상으로 실어 갔듯이, 강변의 바위에 걸터앉은 남자의 인생의 목소리도 실어 갔다. - P285
힌두교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깊은 강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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