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책이다. 신은 어디에 있는가? 다 타버린 그의 믿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누구도 범할 수 없고 누구도 모욕할 수 없는 그 얼굴 모습을 생각하면, 바닷가의 물결이 모래에 조용히 젖어들 듯이 불안도 두려움도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 P162

"신부, 당신 때문에 말이오, 당신이 이 나라에 당신 멋대로 자기 꿈을 억지로 실현시키려 해서, 그 꿈 때문에 얼마나 많은 농민들이 괴로움에 빠졌는지 생각해 봤소? 보시오, 피가 또 흘렀소. 아무것도 모르는 저 사람들의 피가 또 흘렀단 말이오." - P210

"너는 그들을 위해 죽으려고 이 나라에 왔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너 때문에 저 사람들이 죽어 간단 말이야." - P212

하나님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만약 하나님이 없다면 수없이 바다를 횡단하여 이 작은 불모의 땅에 한 알의 씨를 가져온 자신의 반생은 얼마나 우스꽝스럽단 말인가. 그건 정녕 희극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매미가 울고 있는 한 낮, 목이 잘린 애꾸눈 사나이의 인생은 우스꽝스럽다. 헤엄치며 신도들의 작은 배를 쫓은 가르페의 일생도 우스꽝스럽다. 신부는 벽을 향하고 앉아 소리를 내어 웃었다. - P215

"행복하십니까?"
신부가 중얼거렸다.
"누가 …?"
"당신."
"행복 같은 것은 사람들 각자의 사고방식에 따라서 다르겠지." - P225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인간은 거짓 믿음으로 자신을 희생할 수 없다. 자신이 두 눈으로 본 농민들, 비참한 순교자들, 저 사람들이 만약 구원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면 어째서 안개비 내리는 바다속으로 돌덩이마냥 가라앉아 갈 수 있었을까? - P239

"내가 배교한 것은 말야, 듣고 있나? 들어 주게나. 그 뒤, 여기 구덩이에 넣어진 뒤 들렸던 저 소리에, 하나님이 무엇 하나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는 필사적으로 하나님께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아무것도 하시지 않았기 때문이야." - P261

"교회의 성직자들은 자네를 재판하겠지. 나를 재판한 것처럼 자네도 그들에게서 추방되겠지. 그러나 교회보다도 선교보다도 더 크고 위대한 것이 있어. 자네가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은 …...." - P266

신부는 발을 들었다. 발이 저린 듯한 무거운 통증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형식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 온 것, 가장 맑고 깨끗하다고 믿었던 것, 인간의 이상과 꿈이 담긴 것을 밟는 것이었다. 이 발의 아픔, 그때, 밟아도 좋다고, 동판에 새겨진 그분은 신부에게 말했다. 밟아도 좋다. 네 발의 아픔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 P267

나는 이 나라에서 아직도 최후의 가톨릭 신부이다. 그리고 그분은 결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비록 그분이 침묵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나의 오늘까지의 인생은 그분과 함께 있었다. 그분의 말씀을, 그분의 행위를 따르며 배우며 그리고 말하고 있었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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