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과 감정에 울림이 있다. 다만 내 취향의 이야기는 좀 아니었다.

"여기는 내 공간이에요. 나만의 공간, 책을 읽으러 와요. 여기서 몇 권이나 읽었는지는 나도 몰라요."
"넌 혼자 있는 게 좋아?"
"아뇨.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난 그걸 견디는 법을 배웠죠." - P99
죽도록 원하지만 시작하면 참을 수 없을지도 모르니 아예 시작하지 않겠다‘ - P123
세월이 흘러 그가 여전히 이 책을 가지고 있다면 보고 가슴 아프기를 바랐다. 그보다는 언젠가 그의 책을 살펴보던 누군가가 이 작은《아르망스》를 발견하고 1980년대 이탈리아 어딘가에서 누가 침묵 속에서 쓴 글인지 물어본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때 그가 슬픔처럼 확 솟구치되 애석함보다는 덜 강렬한 감정을 느꼈으면 했다. 어쩌면 나에 대한 연민이라도.
(이 책에서 가장 와닿는 문장이었다.) - P136
젊음의 유산이자 내 삶의 두 가지 마스코트인 갈망과 두려움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기회를 잡아서 보상을 얻은 사람도 많은데 왜 넌 그러지 못하는 거야? 답이 없다. 수많은 사람이 그랬듯 왜 너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거지? 역시 답이 없다. 역시나 나를 비웃는 말이 나왔다. 엘리오, 나중이 아니라면 언제 할 거야? - P138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숨기는 게 있어. 자신을 숨기거든. 자신을 숨기는 이유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
(맞는 말인거 같다.) - P148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태어나 처음 해 본 일이었다. 그를 내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나는 그 전에, 어쩌면 그 후에도 타인과 공유한 적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 P171
"그럴지도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요. 우린 너무 많은 날, 너무 많은 주를 낭비했어요."
"낭비? 글쎄…… 우리가 진심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는 지도 모르지."
(그 시간은 낭비가 아니었다.) - P198
"그가 나보다 더 나와 닮았기 때문에." - P277
"Cor cordium(마음 중의 마음). 누군가에게 이렇듯 진실한 말을 하는 건 처음이야." - P301
"나도 너와 같아. 나도 전부 다 기억해."
나는 잠시 멈추었다. 당신이 전부 다 기억한다면, 정말로 나와 같다면 내일 떠나기 전에, 택시 문을 닫기 전에, 이미 모두에게 작 별 인사를 하고 이 삶에 더 이상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을 때, 장난으로도 좋고 나중에 불현듯 생각나서라도 좋아요,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을 테니까, 나를 돌아보고 얼굴을 보고 나를 당신의 이름으로 불러 줘요.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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