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모든 유혹적인 기운들이 이곳으로 한데 모여든 듯했다. 이곳은 여인들을 추락하게 만드는 외진 규방이자, 어떤 유혹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여자들까지도 끝내 파멸시키고 마는 은밀한 장소였다. 여인네들은 넘쳐나는 레이스들 사이로 손을 찔러 넣은 채 황홀경에 빠져 몸을 떨고 있었다. - P56
롬므와 알베르가 얼굴의 땀을 닦으면서 물러나자 무레는 잠시 동안 꼼짝 않고 선 채 멍하니 돈을 응시했다. 그러다 고개를 들자, 뒤로 물러나 있던 드니즈가 보였다. 그러자 그는 다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에게 가까이 오도록 했다. 그리고 그녀가 한 주먹으로 쥘 수 있는 만큼의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의 농담 속에 담긴 것은 사랑의 거래였다. - P64
"오늘 저녁에 와줄 거라고 믿어도 되겠소?" 그가 속삭이듯물었다.
"아뇨, 사장님, 전 못 갈 것 같아요." 드니즈가 대답했다.
"동생들이 큰아버지 댁으로 오기로 했거든요. 함께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답니다."
"하지만 당신 다리는 어쩌고! 아직 잘 걷지도 못하잖소."
"아니에요, 그 정돈 걸어갈 수 있답니다. 오늘 아침부터 많이 좋아졌거든요." - P109
"전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사장님. 다만,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 전, 사장님의 초대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뿐입니다!" - P111
이제 무레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은 여자는 그녀가 처음이었다. 그동안 그는 몸을 숙여 여자를 줍기만 하면 되었다. 주변의 모든 여자들이 순종적인 하녀처럼 그의 입에서 나오는 변덕스러운 말 한마디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 여자는 그럴 듯한 핑계조차 대지 않으면서 단번에 그를 거절했다. 오랫동안 억눌렸던 그의 욕망은 그녀의 저항에 더욱더 자극받아 이젠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다. - P112
전, 사장님을 다른 사람하고 나눠 가질 수 없으니까요. - P114
그는 재고 조사 따위는 의미 까맣게 잊은 지 오래였다. 그의 왕국도, 엄청난 재물로 터져나갈 것 같은 백화점도 안중에 없었다. 어제의 요란한 승리도, 내일의 거대한 부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드니즈를 좇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가 백화점 문을 넘어서자 모든 것은 사라져버렸고, 사방은 캄캄한 암흑으로 변했다. - P118
다시 일어설 자신만 있다면, 한 번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오. ..…하지만 돈이야 문제될 게 없다고 쳐도, 그보다 더한 마음의 고통이 따를 수도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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