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부분이 다소 아쉽지만 소세키가 표현하는 인간의 심리는 정말 대단하다.

"저는 옛날 그대로고, 전혀 변하지 않았대요. 변하지 않았다고…". - P168
"놀라는 동안에는 즐거움이 있는 법이야. 여자들은 즐거운 일이 많아 행복하겠어." - P196
"아름다운 분이네요."
이토코는 후지오를 본다. 후지오는 눈을 들지 않는다.
"네."
쌀쌀맞게 내뱉는다. 무척 나지막한 목소리다.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을 받았을 때, 상대에게 맞장구치는 것을 떳떳하게 여기지 않을때 여자는 이런 방법을 이용한다. 여자는 긍정의 말로 부정의 뜻을 담는 신비한 솜씨를 갖고 있다. - P207
사요코를 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고도 선생을 보살피기 위해 하루빨리 후지오와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노는 자신의 생각에 잘못이 있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 남이 들으면 훌륭한 변명이될 거라고 생각한다. 오노는 두뇌가 명석한 사람이다. - P214
문명인은 놀라고 기뻐하기 위해 박람회를 연다. 과거의 사람은 놀라고 무서워하기 위해 일루미네이션을 본다. - P217
사요코는 또 머뭇거린다. 도쿄가 좋은지 나쁜지는 지금 눈앞에서 서양 냄새가 나는 담배를 피우고 있는 청년의 마음 하나로 정해지는 문제다. - P219
책임이 있는 뱃사공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 것만큼 화나는 일이 없는 것처럼 자신의 호오를 지배하는 사람으로부터 모르는 체하는 얼굴로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는 질문을 받는 것은 원망스럽다. 사요코는 다시 머뭇거린다. 오노는 사요코가 왜 이렇게 시원시원하지 못할까, 하고 생각한다. - P219
아름다운 눈매에 영혼을 빼앗긴 자는 반드시 먹힌다. 오노는 위험하다. 사랑스러운 미소에 자신의 목숨을 맡기는 자는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 후지오는 병오년생‘이다. 후지오는 자신을 위해 하는 사랑을 안다. 남을 위해 하는 사랑이 존재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 시적 정취는 있다. 도의는 없다. - P222
자존심이 강한 여자는 턱으로 신호를 보내면 상대가 곧장 달려오는 것을 좋아한다. 오노는 곧장 달려올 뿐 아니라 올 때는 반드시 호주머니에 시가의 구슬을 넣고 온다. 꿈에서조차 자신을 희롱할 의사가 없고 성심을 다해 자신의 장난감이 되는 것을 영예로 생각한다. 자신에게서 그를 사랑할 자격을 찾는 것은 전혀 모르고 그저사랑받아야 할 자격을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눈썹으로, 자신의 입술로, 그리고 자신의 재능으로 알아차리고 오로지 갈망하기만 한다. 후지오의 사랑은 오노가 아니면 안 된다. - P223
자존심은 사랑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앙갚음은 얼마든지 있다. 가난은 사랑을 굶주림에 말라 죽게 한다. 부귀는 사랑을 사치스럽게 한다. 공명은 사랑을 희생하게 한다. 자존심은 미련을 버리지 못한 사랑을 짓밟는다. - P225
이쪽에서 도망쳐 나온 5년이라는 긴 세월을 그쪽에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밤낮없이 풀어낸 실이 사실 가늘긴 해도 붉은 인연의 색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있는 그런 사이인 것이다. - P246
거짓말은 복국이다. 그 자리에서 탈만 나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맛있는 것도 없다. 그러나 독이 있기라도 하면 괴로워하며 피를 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거짓말은 진실을 되살린다. - P246
"당신은 그대로가 좋습니다. 움직이면 변하지요.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움직이면요?"
"예, 사랑을 하면 변합니다." - P262
가까스로 해버린 거짓말은 거짓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속일 생각은 없어도, 해버린 이상 거짓말에 대해 의무가 있고 책임이 있다. 분명히 말하자면 그 거짓말에 평생의 이해가 달려 있다. 이제 거짓말은 할 수 없다. 이중의 거짓말은 신도 싫어한다고 들었다. 오늘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거짓말을 진실로 통용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 P279
저쪽에 가서 한발 깊게 빠지고 이쪽에 와서 한발 더 깊게 빠진다. 양쪽을 어렵게 여겨 한발씩 양쪽에 잡히고 만다. 결국에는 인정에 얽매이고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해? 이해라는 것은 인정의 토대 위에 나중에 씌운 평판의 껍데기에 불과하다. 자신을 움직이는 첫 번째 힘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바로 인정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 P300
상상하면 두려워진다. 인정에 진절머리를 치면 칠수록 무시무시한 전개를 직접 보게 될지도 모른다. - P300
여자는 순간 하얀 버선 한쪽을 뒤로 뺐다. 갈색을 띤 주황색으로 염색한 고풍스러운 무늬가 선명하게 봄의 한적한 정취를 풍기는 오비 사이에서 구불거리는 뭔가를 억지로 잡아당기듯이 날카롭게 빼냈다가는 뱀의 불룩한 머리를 손바닥에 쥐고 가늘고 긴 황금색을 공중으로 흔드니 심홍색 빛은 탁 하고 꼬리부터 솟구친다. 다음 순간에는 오노의 가슴 좌우에 찬란한 금 시곗줄이 고정된 번개처럼 걸려 있다. - P377
"어머니는 가짜네. 자네들이 모두 어머니한테 속고 있는 거지. 어머니가 아니라 수수께끼야. 도덕이 쇠퇴하고 인정이 메마른 말세 문명의 특산물이지." - P381
"어머니가 나한테 집에서 나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나가달라는 의미네. 재산을 가지라는 것은 넘기라는 의미지. 보살핌을 받고 싶다는 것은 그게 싫다는 뜻이네." - P382
"5년간 남편이라고 믿고 있던 사람한테서 특별한 이유도 없이 난데없이 거절당하고 아무렇지 않게 다른 데로 시집갈 수 있는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요코는 그런 경박한 여자가 아니네. 그렇게 경박하게 키웠다고 생각하지 않네. 자네는 그렇게 경솔하게 파혼을 중개하고 사요코의 인생을 그르쳐서 기분이 좋은가?" - P392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킬 수 있는 조건을 빼앗은 사람은 자신이 아니다. 자진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과 방해 때문에 지킬 수 없는 것은 기분이 다르다.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졌을 때 자신에게 그 책임이 없도록 누군가 방해해주는 것은 기쁜 일이다. 왜 가지 않느냐고 양심이 힐문한다면, 가려는 의무감은 있었으나 무네치카가 방해를 해서 어쩔 수 없었노라고 대답한다. - P398
"내가 보기에 진지함이라는 건 실행이라는 두 글자로 귀착하는 거네. 입으로만 진지해지는 것은 입만 진지해지는 거지 인간이 진지해지는 게 아니네. 자네라는 한 인간이 진지해졌다고 주장한다면, 그렇게 주장하는 만큼의 증거를 실제로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네." - P406
"전 모르겠어요. 나가고 싶은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뭐라든 나가고 싶은 거니까요. 그게 어머님께 폐가 될 리 없어요."
"그래도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아무리 비가 내린다고 해도 어머님은 비에 젖을 리 없으니까 상관없지 않나요?"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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