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오랫동안 그림, 영화, 노래 그리고 춤 사이에서 머뭇거리다가 결국 이 땅 위 어디에 끼어들지를 모르는 모든 이들의 마지막 피난처 같이 보였던 문학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P25
곧 생각을 극단까지 몰아갔고, 나를 영웅 이외의 존재로 보기를 거부하였으므로, 이제 나를 불운을 안고 태어난 영웅으로 보았던 것이다. - P27
이처럼 음악과 춤과 그림이 차례로 떨어져나가고, 우리는 문학으로 만족키로 하였다. 성병의 위험이 있었지만 말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세계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걸작들에 걸맞은 필명을 찾아내는 것뿐이었다 - P29
예전엔 몹시 아름다웠고, 그러나 너무나 오랫동안 남자 없이 살아온 이 여인에게는 아마도 육체적이고 감정적인 보상의 욕구가 있어. 그것을 자신의 아들이 자기 대신 취해주길 바랐던 모양이다. - P31
그토록 어려서, 그토록 일찍, 그토록 사랑 받는다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다. 나쁜 버릇을 들여주기 때문이다.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어디에나 다 있는 일인 줄 알고,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지나치게 요구하게 된다. 바라보고 갈망하고 기다린다. - P36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인생은 그 여명기에, 결코 지키지 않을 약속을 당신에게 주는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죽는 날 까지 찬밥을 먹어야 한다. 그다음부터는 어떤 여자가 당신을 안아서 가슴에 품어준다 해도 조사(弔詞)에 불과할 뿐, 우리는 버림받은 개처럼 언제까지나 어머니의 무덤으로 돌아와 짖어대는 것이다. - P37
나는 내가 그 이외에 다른 어떤 사명도 갖고 있지 않음을, 내가 어떤 점에선 대리인으로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인간의 운명을 주재하는, 알 수 없지만 공정한 힘이, 희생과 헌신의 삶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천칭의 이 편 접시 위에 나를 던졌다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인생의 가장 어둡고 구석진 곳에 숨겨진 은밀하고 희망적인 논리를 믿고 있었다. 나는 세상을 신용하고 있었다. - P46
어떤 일도 내게 일어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이므로. - P46
아마도 그것은 어머니가 아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당신의 삶과 희망의 유일한 근거가 된 그 아들에게 품어온 신앙을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으리라. - P46
나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내놓고 모욕을 받고도 전혀 개의치 않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것은 모든 선의의 사람들이 받는 교육의 일부분을 이룬다. 오래전부터 나는 더는 조롱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나는 인간이란 결코 웃음거리가 될 수 없는 무엇임을 잘 알고 있다. - P51
오늘 지나간 나의 인생에 마지막 시선을 던지는 이 순간 적어도 한 가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모든 것 속에 문제되고 있었던 것은, 사랑하는 어떤 한 존재의 운명이라기보다는, 개선 장군이 되어 인간의 숙명을 밝혀주겠다는 완강한 의지였다는 것 말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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