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인공은 ˝로지˝인것 같다. 나쁜여자 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런, 그건 아름다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말이야. 내가 로지를 은빛 태양으로 바라보기 전에는 아무도 그녀를 중히 여기지 않았어. 내가 초상화를 그리기 전까지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다는 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거야." - P203

그녀에게는 아주 희귀하다고 여겨지는 특성이 하나가 있었다. 눈 밑이 살짝 푸르스름한 데다 대단히 촉촉했다. 가끔씩 그것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같아서 한번은 혹시 눈 밑에 바셀린을 바르는지 물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는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

"닦고 나서 한번 봐" 그녀가 말했다. - P205

그녀는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대었다가 얼른 떼는 입맞추고 아니었고 열렬한 키스도 아니었다. 그녀의 아주 도톰하고 붉은 입술이 내 입술에 오래 머물렀고, 나는 그 입술의 형태와 온기와 보드라움을 의식할 수 있었다. 그녀는 서두르는 기색 없이 입술을 폐고는 아무 말 없이 문을 밀어 열고 살그머니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혼자 남겨졌다. 나는 너무 놀라 내내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바보처럼 그녀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돌아서서 하숙집으로 걸어 돌아갔다. 로지의 웃음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업신여기거나 거슬리는 웃음이 아니라 솔직하고 다정한 웃음, 내가 좋아서 웃는 듯한 웃음이었다.

(그렇게 사랑에 빠진다. 나쁜여자인걸 알면서도.) - P206

그간 차마 믿고 싶지 않아 내내 부정했던 의혹이 결국 진실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렌틴 포드, 해리 레트퍼드, 라이어널 힐리어와 외출해 식사했을 때도 나하고 그랬던 것처럼 잠자리를 했던 것이다.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칫 그녀를 모욕하는 말이 나올지도 몰랐다. 질투가 났다기보다 치욕스러웠던 것 같다. 그녀의 손에 철저히 놀아난 기분이랄까. 나는 입 속에 맴도는 지독한 조롱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의지력을 총동원해야 했다. - P222

"아이참, 왜 다른 사람들 일로 속을 썩고 그래? 그게 너한테 해될 게 뭐가 있다고? 내가 재밌게 놀아 주잖아! 나랑 있으면 행복하지 않아?" - P224

"그럼 된 거야. 안달하고 질투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면 안 돼? 기회가 있을 때 인생을 즐겨야지. 어차피 100년 후엔 우리 모두 죽을 텐데 뭐가 그리 심각해? 할 수 있을 때 우리 좋은 시간 보내자." - P224

"그럼 그냥 사랑의 행위라고 해 두죠. 천성이 정이 많은 여자였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남자와 잠자리를 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두 번 생각하는 법이 없었죠. 그건 악덕도 아니고 음탕한 것도 아닙니다. 천성일 뿐이죠. 태양이 햇빛을 발산하고 꽃들이 향기를 내뿜듯 자연스럽게 자신을 내어 준 거예요. 그녀 자신에게 기쁜 일이었어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걸 좋아했으니까요. 됨됨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녀는 늘 진실하고 예의 바르고 순박한 여자였어요." - P274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그녀는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여자는 아니었어요. 애정만 끌어냈죠. 그런 여자를 두고 질투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숲속의 빈터에 있는 맑고 깊은 샘물 같은 여자였어요. 뛰어들면 참으로 황홀한, 떠돌이, 집시, 사냥터 관리인이 나보다 먼저 뛰어들었다고 해서 그 물이 덜 시원하거나 덜 깨끗할 리가 없잖습니까." - P275

"난 당신이 마음에 둔 사람은 그 사람뿐이었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

"그 사람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건 말이지." 로지가 말했다. "그이는 언제나 완벽한 신사였거든."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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