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스의 분노는 살아있다. 결말도 마음에 든다.








그는 아내를 잃었고, 직장을 잃었으며, 인종차별주의자 교수라고 공개적으로 모욕까지 당했다는데, 그나저나 인종차별주의자 교수라는 건 도대체 뭐람? - P51

순식간에 그런 교수가 된 건 아닐 텐데,인종차별주의자 교수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건,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는 뜻이 된다는 거다. 딱한 번 실수했다는 뜻이 아니다. 당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면 당신은 언제나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뜻이다. - P51

갑자기 당신의 전 생애가 인종차별주의자의 생애가 되어버리는 거다. 그건 씻어낼 수 없는 오명인데다 사실도 아닌데, 그럼에도 그는 지금 침착함을 잘 유지하고 있다.

(한 순간에 다 잃어버린거다.) - P51

그게 그녀가 그에게 갖는 반감의 이유다. 그의 고통이 지닌 사치스러운 특권, 그는 자신에게 단 한번도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지상에 존재하는 진짜 고통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는 자신에게 단 한 번도 기회가 없었다는 생각이나 하고 있는걸까? 정말로 기회가 없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아는가? - P64

무슨 일이 일어날 때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그게 결국 아무것도 바꿔놓지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 아닌가.

(바꾸는걸 알았다면 받아들이지 않았을거다.) - P65

강한 결단력을 지닌 성인 남성, 결혼하지 않은 상태일 것. 생활력 있을 것. 재치. 명랑할 것. 도전적 정신. 솔직함. 충분한 학력, 비판적 유머, 매력. 박식하고 양서에 대한 애호, 뛰어난 말솜씨와 기탄없는 말투. 탄탄한 체격. 키는 5피트 8인치나 9인치, 지중해 지역 출신의 가무잡잡한 피부색, 초록빛 눈동자 선호, 나이 불문. 하지만 반드시 지적이어야 함. 살짝 센 듯한 머리칼도 받아들일 수 있고, 오히려 호감이 갈 수도 있음.

(ㅋㅋㅋㅋㅋ) - P135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말이 아니라 그들이 말로 표현하지 않는 모든 것, 그들이 말하고 있지 않은 모든 것이다. - P139

하지만 제가 틀렸습니다. 저는 제 친구에게 결코 ‘저는 이 사안에 대해서는 당신 편을 들 수 없습니다‘ 라고 이야기해선 안 됐습니다. 저는 반드시 당신 편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말했어야 옳았지요. 저는 내부에서 교활하게 오도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당당하고 솔직하게 그의 적들과 맞서려고 노력했어야 합니다. 그가 자포자기하는 마음을 품도록 내버려두는 대신, 그를 지지한다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그가 용기를 얻도록 했어야 했습니다.

(누구 하나 진심어린 편이 있었더라면) - P195

하나의 진실이 있으면 또다른 진실이 있게 마련이다. 이세상은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한다고 혹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로 가득하긴 해도, 사실,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과도 같다. 우리에 대한 진실에는 끝이 없다. 그 점은 우리에 대한 거짓에서도 마찬가지다.

(알려지지 않은게 더 많은 법이다. 끝이 없다.) - P204

하지만 증오의 위험성은, 일단 누군가를 미워하기 시작하면, 예상했던 것보다 백 배 정도는 더 괴롭다는 점이죠. 일단 시작하고 나면, 멈출 수도 없고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보다 통제하기 힘든 건 세상에 없는 것 같아요. 증오심을 다스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술을 끊는 게 훨씬 쉬워요. 그건 중요한 뭔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죠.

(증오에는 끝이 없다.) - P225

"난 당신 같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오."

"정말인가요?"

"그럼, 당신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겪는 문제들에 관해서 말일세."

"선생님이 쓴 그런 책들 가운데 제목을 하나 들면요?"

"휴먼 스테인."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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