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미완성이라니 너무 아쉽다. 역시 사강은 사강이다.






뤼도빅은 뒷좌석에서 짐 사이에 불편하게 끼어 앉은 채 앞에 앉은 파니의 우아하고 평온하고 너그럽고 아름다운 옆얼굴과 목의 곡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얼굴은 마치 타고 있는 기차가 반대 방향의 기차와 엇갈리는 아주 짧은 순간 목격한 맞은편 기차 안의 어떤 얼굴과도 같았다. 무슨 향수인 양 평생에 걸쳐 줄곧 떠올리게 되는 그런 얼굴이었다. - P129

그 누군가가 당신에게, 당신의 슬픔과 당신의 거절에 충분히 관심을 갖는다면, 당신의 거절을 지나치게 모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상처 입은 가슴에도 피가 뛰고 있음을 안다면, 그 모든 것이 다시 아름다운 가을날 오후 테라스로 통하는 열린 창문이 될 수 있다. - P143

전혀 현실적인 근거가 없었음에도 욕망이 그런 느낌을 들게 했고, 질투가 그것을 부채질했다. - P151

그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녀는 놀라고 두려웠다. 누군가와 첫 포옹부터 그토록 내밀하고 자연스럽게 친밀해진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들은 두려움도 호기심도 부끄러움도 없는 또 다른 영역에서 서로를 발견했다. 그것은 운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그보다 열 살이 많든 적든, 그 일이 스캔들이는 아니든, 그것이 지속적이든 일시적이든, 이 사건, 피아노 옆에서의 그 두 시간이 그녀의 삶, 그녀의 습관과 어울리는 그렇지 않든 간에. - P193

자신의 감정이 얼마나 지속될지 얼마나 진지한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이리저리 갈팡질팡 흔들리고 있었다. 유일하게 분명한 감정은 행복하다는 것뿐이었다. - P236

실제 삶에서 사람들은 어떤 일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거나 이해하게 되는 것보다는 뜻밖에 목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가짜 인상을 진짜 인상보다 훨씬 더 예리하게 느끼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 P251

필립의 눈빛을 보고 파니는 그가 자신을 경멸하는 동시에 감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그녀는 이제 필립이 자신과 뤼도빅을 영원히 한데 묶어서 생각하리라는 것, 자신은 그것을 반박할 수도 없고 화를 낼 수도 없음을 깨달았다. 하늘이 한순간 환하게 빛났다가 이내 어두워졌다. 들판 전체가 그들을 속이고 밀고하고 비판하는 것 같았다. - P275

그 불가능한 상황, 그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욕망이야말로 그녀의 연애사에서 가장 관능적인 기억이 었다. 그 순간이 지나가자 그녀는 불쑥 중얼거렸다. "그는 미쳤고, 나는 음란해." - P276

그 아름다운 눈길을 증오의 시선으로 맞받아 탁하고 혼란스럽게 바꿔 놓기 위해서는 그 순간 그녀가 정말이지 그를 증오해야만 가능했다. 그를 정말로 증오하지 않고서는 그녀 자신의 보다 현실적인 모습을 직시하기 어려웠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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