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면 어떻하니.....
그런데 그래서 더 좋았다.

언젠가 또다시 네가 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때까지 나도 너 없이 살 수 없다는 마음에 변함이 없으면 며칠 짬을 내 암스테르담으로 오자, 그럼 그게 아니라는 걸 너나 나나 단번에 확인할 수 있을 거다. - P178
그건 그렇고, 동생이 인사를 전해달랍니다. 동생은 저더러 당신을 현실에서 만나는 실수를 저지르지만 말라고 하더군요. 동생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렇습니다. "두 사람 관계는 만나면 끝이야. 그런데 지금 이 관계가 오빠한테 너무너무 좋잖아!" 잘있어요. - P188
우리 감정의 무엇이 단지 우리가 만나게 된 상황에서 기인한 건지? 우리 감정의 무엇이 순간적이고, 무엇이 변치 않고 지속될 수 있을지? 이런 건 각자 스스로, 그러니까 누구든 자기 자신만이 대답할 수 있는 물음이지요. 그래서 당신에게 좀 기다려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 P215
에미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인다면 그건 뭔가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미는 뭔가를 원하면 그저 많이 원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에미가 뭔가를 원한다는 건 모든 걸 원한다는 얘기다. - P231
1) 새로운 일 없었어요. 2) 휴식은 - 길었어요. 3) 당신에게 메일을 쓰지 않은 이유는 - 휴식이었으니까요. 4) 당신이 없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몰라요 -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5) 이제 우리 어떻게 할까요? - 딱 세 가지 길이 있어요. 지금까지 해온 대로 계속하는 것. 그만두는 것. 만나는 것. - P270
우리 만나요! 다시없을지도 모르는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요. 우리가 만난다고 해서 당신이 감수해야 할 게 뭔가요? 잃을 게 있어요? - P277
지나간 시절을 되풀이할 수는 없어요. 지나간 시절은 어디까지나 지나간 시절이고, 새로운 시절은 지나간 시절과 같을 수 없어요. 지나간 시절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늙고 쇠잔해요. 지나간 시절을 아쉬워해서는 안 되죠. 지나간 시절을 아쉬워하는 사람은 늙고 불행한 사람이에요. - P292
이메일을 매개로 한 환상의 사랑, 끊임없이 고조되는 감정,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그리움, 가라앉을 줄 모르는 열정, 이 모든 것이 현실에서의 만남이라는 하나의 진짜 목표, 지고의 목표를 향하고 있지만, 목표 실현은 번번이 미뤄지고 만남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 만남은 종착지도 없고 만료 기한도 없이 오로지 머릿속에서만 완벽하게 누릴 수 있는 세속적인 행복을 깨뜨릴 테니까요. 저로서는 그걸 막을 힘이 없습니다. - P315
나는 우리의 이메일 만남을 끝내기로 했어요. 에미, 당신을 내 머릿속에서 떨쳐내야만 해요. 내 생이 끝날 때까지 날마다 당신이 내 생각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이건 병이에요. 내가 헛물을 켜는 셈이죠. - P329
그녀의 이미지는 너무 부드럽고 연약해서 나의 진짜 시선이 가 닿으면 당장 금이 가거나 깨져버릴거예요. 이렇게 인공적으로 생겨난 에미는 하도 섬약해서 내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라져버릴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따지자면 그녀는 내가 날마다 메일로 그녀를 불러낼 때 쓰는 자판 키와 키 사이의 공기에 지나지 않았어요. 훅 하고 한번 불면 사라져버리는, 그래요, 에미, 난 준비가 끝났어요. 메일함을 닫고, 자판을 훅 불고, 노트북을 접을 거예요. 당신과 헤어질 거예요. - P331
당신은 우리 관계를 그런 관점에서 지금까지 이어왔고 이제 끝내려는 건가요? 그렇다면 우린 그냥 우연한 만남, 덧없는 만남으로 남는 게 낫겠어요.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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