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작품을 읽었다. 역시 헤세는 최고다.




그래, 그 누구라도 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생을 오랫동안 지켜 낼 수 없을 것이다. 그 또한, 열 개의 목숨을 가진 클링조어 또한 버텨 낼 수 없을 것이다. 그 누구라도 오랫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모든 불을, 자신의 모든 화산을 불태울 수는 없으며, 그 누구라도 밤낮으로 계속해서 불꽃 속에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 P11

나를 밤에, 고통에 내맡기지 말아 주오,
그대 가장 사랑스러운 이여, 그대 나의 월안이여
오, 그대 나의 인광, 나의 촛불,
그대 나의 태양, 그대 나의 빛이여 - P13

시간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왜 항상 바보 같은 연속만 있고, 들끓어 오르는, 충족된 ‘동시‘는 없는 것일까? 왜 그는 홀아비처럼, 노인처럼, 이제 다시 홀로 침대에 누워 있는가? 짧은 생애 전체를 통하여 우리는 즐길 수 있고 창작할 수 있지만, 언제나 노래를 연속으로 부를 수 있을 뿐, 결코 수백가지의 음성과 악기들이 동시에 울리는 완전한 교향곡처럼 소리 낼 수는 없었다. - P16

그 시절 클링조어는 그러한 소년이었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세상에 어려운 일이라고는 없었던 시절, 모두가 클링조어를 사랑하던 시절, 클링조어가 모두에게 명령을 하던 시절, 모든 것이 클링조어에게 귀속되었던, 믿기지 않는 시절에 말이다. - P16

클링조어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했다. 그는 침묵할 수 없었다. 그는 자기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는 몇몇만 알고 있을 뿐인 자기 삶의 은밀한 고통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다. - P25

인생은 전광석화처럼 지나가고 그 광휘도 볼 수 있을 만큼 오래 남지는 않는구나. 천지는 움직이지 않고 영원히 서 있을진대, 변화하는 시간은 너무도 빨리 인간의 얼굴을 스쳐 가는구나. 오, 가득 찬 잔을 앞에 두고 앉아 마시지 않는 그대여, 오, 말해 보게, 자넨 도대체 누굴 기다리고 있는 건가. - P30

아침엔 그대의 머리가 검은 비단결처럼 빛났건만, 저녁엔 벌써 눈이 머리를 덮었구나, 산 몸뚱이가 죽어 가는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는 자는, 잔을 들어 달에게 술친구 하자고 청해 보오. - P31

하지만 내가 느꼈던 어떠한 사랑에 대해서도, 그리고 내가 그녀들을 위하여 행했던 지혜와 어리석음에 대해서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오. 당신이 나와 닮은 점이 많아서 당신을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소. 또한 내가 다른 여인들을 사랑하는 것은 아마도 그녀들이 나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소. - P56

"도대체 우리가 운명을 바꿀 수 있소? 의지의 자유란 것이 존재하기나 하나요? 만일 그렇다면 점성술사 당신이 내 별을 다른 쪽으로 돌려놓을 수 있겠소?"

"돌려놓지는 못하지요, 나는 다만 별을 해석할 뿐이오. 돌려놓는 일은 당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오. 의지의 자유는 있습니다. 그걸 마술이라고 하지요." - P67

"이건 선물이 아니오, 진짜 아니오" 그는 다짐하듯이 말했다. "당신이 나를 잊지 말고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일 뿐이요." - P80

정신적으로 쫓기던 시기의 막바지에 이른 그는 사용하지 않는 빈 부엌에 완성된 그림을 가져다 놓고 자물쇠를 채웠다. 그는 이 그림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베로날을 먹고 하루 밤낮 동안 꼬박 잠에 빠졌다. 그런 다음에야 그는 세수를 하고, 면도도 하고, 새 속옷가지와 옷을 걸치고 시내로 가서 지나에게 선물할 과일과 담배를 샀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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