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렸다. 자크는 한층 주의를 집중했다. 라리종호가 이처럼 말을 잘 듣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는 라리종호를 손아귀에 넣고 주인의 절대적인 권능을 행사하며 자신의 뜻대로 몰고 갔다. 그는 절대로 의심을 거두지 말아야 하는 짐승을 길들일 때처럼 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고 준엄하게 라리종호를 다루었다. - P234
그런데 그렇게 한 달 정도 그가 그 집을 출입하는 동안 루보 부부의 사이는 심각하게 멀어졌다. 아내는 점점 더 침대에 혼자 있는 것을 즐겼으며, 남편과 되도록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으려고 꾀를 냈다. 신혼 초에는 그토록 뜨겁게 짐승같이 덤벼들었던 남편도 잠자리에서 아내를 안기 위해 뭔가를 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 남편은 아내를 애정 없이 안았을 뿐이며, 아내는 사태가 그렇게 흐를 수밖에 없었다고 체념하며, 아무런 쾌감도 느끼지 못하면서 좋은 척 복종하는 여자의 의무감으로 마지못해 따를 뿐이었다. 그런데 이미 범행 직후부터 그녀는 웬지 모르게 그 짓이 역겨울 정도로 싫어졌다 - P248
그의 마음속에 질투의 불길이 사그라진 지금, 그 불길로 입은 견딜 수 없던 화상도 다 아물고 마치 그의 심장의 피가 그자가 흘린 모든 피를 받아 뻑뻑해지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무력감에 휩싸인 지금은, 그토록 화급했던 살인의 불가피성도 더이상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더 나아가 그는 정말 살인을 할 만한 가치가 있었던 일이었나 하고 자문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무슨 후회 같은 것은 아니었고 기껏해야 환멸 같은 것. - P249
그러니까 사람들이 절대 고백할 수 없는 일들을 저질러놓고는 나중에, 그런다고 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닌데도 그냥 그렇게 하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 P249
"정말이지, 유부녀한테 빠진 저런 바람둥이들은 여자가 금방 자기들 한테 달려들 거고 남편은 체면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모르는 척 넘어갈 거라고 굳게 믿는 것 같단 말이야! 난 말이지, 그런 걸 보면 피가 끓어 올라. 보라고, 그런 경우라면 난 내 마누라 목을 졸라버려, 오! 그것도 그 자리에서 당장! 그 조무래기 녀석이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여 놓는 일이 없도록 해, 안 그러면 내가 그자에게 톡톡히 값을 치르게 할 테니까. 안 그렇소? 정말 역겨워."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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