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있던 일상적인것과 소중한 것이 하나씩 소멸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섬 사람들은 그렇게 멋진 것들을 영원히 마음속에 간직할 수 없어. 섬에 사는 한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잃어버릴 수밖에 없지. 조금 있으면 너도 처음으로 뭔가를 잃을 때가 올 거야." - P5
"하지만 모르겠어. 왜 엄마만 아무것도 잃지 않는지. 왜 아무리 시간이 가도 전부 기억하고 있는 건지." 마치 그게 불행한 일인 것처럼 어머니는 눈을 내리뜬다. 나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한번 더 잘 자라고 입맞춤을 한다. - P10
내일 찾아올지 모를 무언가의 소멸에 대비해 섬 전체가 마음의 준비를 하는 듯한 정적이 주위를 가득 채운다. 이렇게 섬은 밤을 맞는다. - P25
그때 우리는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눈을 마주보며, 훨씬 전부터 서로의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을 느꼈다. 분수의 물보라에 반사된 빛이 R씨의 옆얼굴을 비추었다. 입 밖에 내면 실현될 것만 같아서 나는 그가 모르도록 가슴속 깊이 가만히 중얼거렸다. 만약 말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 P34
"나는 알아, 에메랄드가 얼마나 아름답고, 향수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내 마음에서는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거든." - P84
"내 기억은 뿌리째 뽑혀나가지 않아. 자취를 감춘 것처럼 보여도 어딘가에 여운이 있지. 작은 씨앗 같은 거야. 어쩌다 비가 내리면 다시 떡잎이 돋지. 그리고 설령 기억이 없어지더라도 마음이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기도 해, 떨림, 고통, 기쁨, 눈물 같은 것을." - P107
"아니,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생각해봐. 달력이 사라졌으니 한 달이 끝날 때 그 장을 쭉 찢어낼 수 없잖아. 즉,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에게 새로운 달은 오지 않아. 봄이 오지 않는 거야." - P182
"옛날에 누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나요. ‘책을 불태우는 자는 결국 인간을 불태우게 된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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