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즈 사강의 <어떤 미소> 여주인공 도미니크의 감정과 행동을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런 고백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 같아." 나 역시 그에게 똑같은 어조로 그리고 거짓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런 고백은 우스꽝스러워. 하지만 나도 너를 사랑해’ 이 대답은 자연스럽게 내게서 흘러나왔다. 차라리 음성학적으로 튀어나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음성학적으로 튀어나왔다니 ㅎ) - P12
내가 내 몸의 고유한 냄새를 알게 된 것은 그의 몸 위에서였다. 사람은 늘 다른 사람의 몸 위에서 자신의 몸을, 그것의 길이를, 자신의 향기를 알게 된다. 처음엔 경계심을 갖고, 나중엔 고마워하면서.
(다른 사람의 몸 위에서...문장 자체가 자극적이지 않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 P15
지난 일년 동안 내 공범이자 동료였던 남자가 갑자기 이렇게 적이 되어버리다니! 나는 그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베르트랑, 너에게 확실히 말하는데, 넌 괴로워할 필요가 없어. 그건 너무 안된 일이야. 나는 그런 거 싫어’ 어리석게도 나는 이런 말까지 덧붙이고 싶었다. 그 여름날들, 그 겨울날들, 너의 방을 떠올려봐. 그 모든 게 삼주만에 파괴될 수는 없어. 그건 말도 안 돼. 나는 베르트랑이 그것을 내게 강하게 확신시켜줬으면, 그가 나를 안심시켜줬으면, 그가 나를 다시 붙잡아줬으면.
(그녀의 마음은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 P41
나는 나를 만나지 못해서 그가 불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은 내가 진정한 나 자신이 되는 데 방해가 되었다. - P49
"내가 프랑수아즈에게 돌아간 후에 넌 어떤 위험을 무릅쓰게 될까? 나에게 집착하고, 괴로워하고, 그 다음엔?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 하지만 지루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거야. 너는 더 많이 사랑할 거고, 아무 일도 없는 것보다는 더 행복했다가 더 불행해질 거야, 그렇지 않아?"
(지루한 것보다는 불행하게 되더라도 잠시 행복한게 좋은걸까?) - P82
"아주 기분 좋은 방식이에요. 당신은 그러기로 결정을 했고, 그것을 했고, 결과를 받아들이잖아요. 당신은 두려움이 없어요."
"내가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데? 베르트랑이 나를 죽이지는 않을 거고, 프랑수아즈는 나를 떠나지 않을 거야.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고." - P107
나중에 나는 그를 떠나야 할 것이다. 그를 떠난다, 그를 떠난다… 무슨 이유로?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기 위해? 불안정한 그 지루함으로, 곳곳에 흩뿌려진 그 고독으로 돌아가기 위해? - P117
"당신은 뤽과 같은 본성을 가진 부류예요. 조금 불행한, 나 같은 금성인(성격이 온화한 사람 - 옮긴이)에게 위로받도록 운명지워진. 당신은 그 본성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
(나도 금성인 성격인가 보다...) - P148
나는 내가 결혼한 남자의 즐거운 공모자가 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생각했어야 했다. 적어도 이것이 그것, 사랑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어야 했다. 그 강박관념, 그 고통스러운 불만족. 나는 웃으려고 애썼다. 그는 그 웃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정하게, 부드럽게 내게 이야기했다. 마치 곧 죽을 것처럼… 프랑수아즈가 많이 힘들어한다고. - P178
도미니크, 날 용서해, 너와 함께해서 무척 행복했어. 알겠지만, 이 일은 지나갈 거야. 모든 것은 지나가. 내가 무엇이든 해줄게 - P184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육체적 부정이란 정말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하지만 난 언제나 그 모양이었죠. 그리고 특히 이번엔…… 이번에는..." - P195
이 끈덕진 마음속의 동요는 무엇일까? 프랑수아즈는 뤽과 그녀의 반쪽의 행복을 되찾을 필요가 있었고, 나는 스스로를 희생할 필요가 있었다. 이 생각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그것은 내 보잘것 없음을 숨기기 위한 마지막 노력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희생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 - P197
보름째 되는 날 나는 뜰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이웃집 남자의 질 좋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안단테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벽을, 죽음을, 어떤 미소를 환기시키는, 나는 침대 위에 꼼짝않고 누워 오랫동안 그 음악을 듣고 있었다. 나는 퍽 행복했다.
(어떤 미소...) - P199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고는 놀랐다. 미소 짓는 내가 보였던 것이다. 미소 짓는 나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혼자라는 것. 나는 나 자신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혼자, 혼자라고, 그러나 결국 그게 어떻단 말인가? 나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이다.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였다. 얼굴을 찌푸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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