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열한번째로 읽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 과연 이 작품만큼 죽음을 잘 묘사한 책이 있을까? 읽을때마다 놀라게 되는 톨스토이의 통찰력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의 부고를 전해 듣자마자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 죽음이 자신과 지인들의 인사이동이나 승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것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타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 P8

<이반 일리치의 죽음>

그들은 가까운 지인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 으레 그렇듯이 죽은 것은 자기가 아닌 그 사람이라는 데에서 모종의 기쁨을 느꼈다. - P10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의 삶은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했으며, 그래서 대단히 끔찍한 것이었다. - P23

<이반 일리치의 죽음>

그는 그렇게 파멸의 벼랑 끝에서 자신을 이해해 주고 불쌍히 여겨 주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외롭게 살아가야만 했다.

(죽음은 홀로 감당해야 할 문제이다.) - P64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건 맹장 문제도 아니고 신장 문제도 아니야. 이건 삶, 그리고…… 죽음의 문제야. 그래, 삶이 바로 여기에 있었는데 자꾸만 도망가고 있어. 나는 그걸 붙잡아 둘 수가 없어. 그래, 뭣 하러 나를 속여? 나만 빼고 모두들 내가 죽어 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남은 시간이 몇 주냐, 며칠이냐, 그것만이 문제야. 어쩌면 지금 당장일 수도 있어. 빛이 있었지만 이제 캄캄한 어둠뿐이야. 나도 여기 있었지만, 곧 그리로 가겠지! 그런데 그게 어디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고 숨이 멎었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소리만 들렸다.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이지? - P70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죽음, 그래, 죽음, 저들은 아무도 몰라.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아. 날 불쌍하게 여기지도 않아. 그냥 놀 따름이야. 저들도 똑같아, 똑같이 죽게 될 거라고, 멍청이들. 내가 조금 먼저 가고, 저들은 조금 늦게 갈 뿐, 결국엔 다 마찬가지야. 그런데도 저렇게 좋을까, 짐승 같은 것들.

(결국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 P70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는 서재로 돌아가 자리에 누웠다. 그는 또다시 죽음과 단둘이 남겨졌다. 죽음과 마주 보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죽음을 바라보며 차갑게 식어 가는 자신을 느낄 뿐이었다. - P78

<이반 일리치의 죽음>

젊은 육신이 있는 대로 드러나게 차려입은 딸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병든 몸뚱이 때문에 괴로워하는데 딸은 싱싱한 몸뚱이를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젊고 건강하고 사랑에 푹 빠져 있는 딸은 행복을 방해하는 질병, 죽음,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였다. - P97

<이반 일리치의 죽음>

그런데 이게 뭐지? 왜? 이럴 수는 없어, 인생이 이토록 무의미하고 역겨운 것이었단 말이야? 만약 인생이 정말 그토록 역겹고 무의미한 것이라면 왜 이렇게 죽어야 하지? 죽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고통을 당해야 하지? 아니야, 뭔가가 잘못됐어.



- P105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죽음은 끝났어.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더 이상 죽음은 없어."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다가 도중에 멈추더니 온몸을 쭉 뻗었다. 그렇게 그는 죽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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