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많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토마스 만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 진다. 우리는 어쩌면 모두 경계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토니오 크뢰거>
가장 많이 사랑하는 자는 패배자이므로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다. - P11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를 쓴다는 것이 얼토당토않은 짓이고 사실 온당치 못한 짓임을 그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이를 생뚱맞은 짓거리로 여기는 모든 사람들의 견해를 어느 정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사실이 그가 시를 짓는 일을 그만두도록 하지 못했다. - P13
자기 자신과 자신과 삶의 관계를 바라보는 이러한 방법과 방식이 한스 한젠에 대한 토니오의 사랑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토니오가 한스를 사랑한 것은 무엇보다 그가 잘생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다음에는 그가 모든 면에서 자신과 상반 상반되고 정반대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 P15
너처럼 그렇게 푸른 눈을 지니고 온 세상 사람들과 그토록 정상적이고 행복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16
그 속에는 그리움이 숨 쉬고 있었고, 우울한 질투심과 극히 미미한 경멸감과 넘칠 듯한 순결한 행복감이 숨쉬고 있었다. - P25
사랑이 그에게 많은 고통과 번민과 굴욕을 안겨다 주고, 그것 말고도 마음의 평화를 깨뜨려 가슴을 온갖 멜로디로 가득 채울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을 원만하게 처리하고, 차분한 가운데 무언가 완전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사랑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마음을 전적으로 거기에 내맡겼으며, 전심전력을 다해 그것을 가꾸어 나갔다. 그는 사랑이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생기가 넘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차분한 가운데 무언가 완전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는 풍요롭고 생기에 넘치는 것을 동경했기 때문이었다. - P27
그래서 그는 해맑고 순결한 자신의 사랑의 불꽃이 불타오르는 제단 주위를 조심스럽게 맴돌다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는, 변치 않는 마음을 간직하려고 불을 휘저으며 어떻게 해서든 그 불씨를 되살리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리 소문도 없이 그 불꽃은 사그라지고 말았다. - P38
삶은 정신과 예술에 대한 영원한 반대 개념입니다. 삶은 완전한 위대함과 야만적인 아름다움의 환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과 같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렇습니다, 정상적이고 예의 바르며 사랑스러운 것이 우리가 동경하는 영역입니다. 그러한 것들이야말로 유혹하고 싶을 정도로 진부한 삶입니다. - P63
당신은 <길을 잘못 든 시민> 입니다, 토니오 그뢰거-<길을 잃고 헤매는 시민> 이지요 - P68
피곤이라는 재 아래서 밝은 불꽃으로 타오르지 않고 어둑어둑하고 고통스럽게 희미한 빛을 내고 있는 이 모든 것은 다 뭐란 말인가? - P78
내가 너희들을 잊은 적이 있었던가? 그는 물어보았다. 아니, 한번도 없었어! 한스, 너도, 금발의잉에, 너도 결코 잊은 적이 없었어! 그래, 내가 작품을 쓴 것은 바로 너희들 때문이었지. 그리고 박수갈채를 받을 때면 몰래 주위를 둘러보면서 너희들이 있는지 살펴보았지. - P115
인식의 저주와 창작의 고통이 주는 저주에서 벗어나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사랑하고 찬미하고 싶구나...다시 한번 시작한다고? 하지만 그래 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어차피 다시 이렇게 되고 말 것이고, 모든 것이 다시 지금까지와 똑같이 되고 말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잘못된 길을 걷는 까닭은 이들에겐 올바른 길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야 - P115
난 두 세계 사이에 서 있어서, 어느 세계에도 안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살아가는 게 좀 힘이 듭니다. 당신 같은 예술가는 나를 시민이라고 부르고, 시민들은 나를 체포하고 싶은 유혹을 느낍니다. - P125
그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갖은 궁리를 해보았지만 그것을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설령 용기가 있다 하더라도 사정은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마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고, 자신이 하는 말을 듣고 멀뚱멀뚱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들의 언어는 자신의 언어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