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퇴근으로 뒤늦은 읽기 시작. 일단 지금까지 읽은 문장을 정리해야 겠다.

<지루한 이야기>

글쓰기가 간단하면 간단할수록 스트레스가 더욱 심해진다는 점이다.

(단편 쓰기의 어려움?) - P12

밥줄과 기타 사소한 걱정거리로 생기를 잃은 표정과 빚더미와 궁핍에 관한 끊임없는 생각으로 어두워진 눈빛, 오로지 지출에 관해서만 말할 수 있고 오로지 물가 하락에만 미소 지을 수 있는 이 여자, 이 늙고 뚱뚱하고 굼뜬 여자가 언젠가 그토록 날씬했던 바랴,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바랴란 말인가?

(현실적으로 변한 아내에 대해 권태를 느끼는 이남자.) - P15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연구하고 어마어마한 양의 문헌을 읽고 읽은 것은 훌륭하게 기억하는데, 이것 하나만 가지고 본다면 그는 사람이 아닌 황금덩어리다. 그러나 나머지 다른 점에서는 짐 나르는 말, 아니면 이른바 학술적인 멍텅구리다.

(왠지 나랑 비슷한 거 같은데...) - P23

연극은 자기 자신 안에서 모든 예술을 통합하는 하나의 힘이며 연극배우는 그 힘의 전도사들이다. 그 어떤 예술도 그 어떤 학문도 독자적으로는 무대만큼 강력하고 진실하게 인간의 영혼을 뒤흔들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중간급 정도밖에 안되는 배우가 그 나라의 가장 위대한 학자나 예술가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극과 배우의 힘? 희곡의 대가 체호프의 의견이 아닐까 싶다.) - P41

전반적으로 내 영혼 속에 무언가 견딜 수 없는 게 있다는 느낌이 든다. 더이상 램프도 책들도 마룻바닥 위의 그림자도 거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도 참을 수가 없다. 보이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나를 거칠게 아파트에서 끌어낸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심리란 저런 거겠지. 답답한 기분.) - P57

오늘날 우리는 서로를 경멸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그런 권리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리고 까쨔의 의견이 옳다면, 어쨌거나 아내와 리자가 그녀를 미워할 권리를 갖는 것만큼 까쨔는 그들을 경멸할 권리를 갖는다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상대방이 미워하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일방적인 것은 없다.) - P61

<검은 옷의 수도사>

그는 왠지 여름 동안 이 작고 여리고 수다스러운 존재에게 끌려 마음을 뺏시고 사랑에 빠지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 P117

그녀의 슬픔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지만 그것 때문에 그녀가 겪는 고통은 심각한 것이기에 더욱더 애처롭게 여겨졌다.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일에도 이 존재는 하루 종일, 아니 어쩜 평생 동안 불행할 수도 있겠구나! - P135

"나는 내 전 존재를 압도할 사랑을 윈해. 그리고 그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너밖에 없어, 따냐. 나는 행복해! 행복해서 죽을 지경이야!"

(이 행복은 어떻게 될까?) - P142

"저는 벌써 오래전에 눈치 챘어요. 아빠도 눈치채셨구요.당신은 혼자서 중얼거리고 공연히 히죽히죽 웃기도 하고...잠도 안자고요. 오 하느님, 저희를 좀 살려주세요." - P151

그래, 나 미쳤었어. 과대망상증이 있었어. 하지만 그때는 즐거웠고 건강했고 행복했어. 나는 재미있고 창조적인 인간이었지. 지금 나는 좀 더 합리적이고 좀 더 튼튼하게 되었어. 하지만 그 대신 그냥 보통 사람이 되었어. 평범한 놈이 되었어. 사는게 지겨워. 아, 당신들 하한테 정말로 잔인했어. 그래, 나는 허깨비를 보았어. 하지만 그게 누구한테 해가 되었나? 대답해봐. 수도사가 누구한테 해를 끼쳤냐고?

(정신병의 무서움? 누구한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과대망상이란...) - P155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7-13 2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보니 아무래도 찜이 맞네요ㅋㅋㅋ저도 오늘은 이제야 본격읽기 시작ㅠ

새파랑 2021-07-13 22:59   좋아요 2 | URL
이 책에 단편 세 작품이 실려있는데 이제 <지루한 이야기> 하나 읽었어요 ㅜㅜ 제가 다 읽고 찜 안찜을 알려드릴께요 😊
미미님 아까 많이 읽으신거 같은데 ㅎㅎ 오늘 책 주문을 많이 하셔서 안읽으셔도 될거 같아요. 완전 부러워요. 독서 기계 여왕 맞음 👍👍

scott 2021-07-14 0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새파랑님이 올려주신 체호프의 밑줄 쫘악!
희곡의 등장 인물들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들{즐거웠고 건강했고 행복했어/사는게 지겨워]
허깨비 같은 환상을 쫒는 이들인데,,,,
대수롭지도 않은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작품으로 탄생시킨
체호프 대작가중에 작가!

새파랑 2021-07-14 00:42   좋아요 2 | URL
^^ 오늘은 두번째 작품까지 읽었어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이따 새벽에 읽어야 겠어요 😊 체호프 대작가중에 작가라는 말에 왼전 동의 합니다. 북플 장인 스콧님 👍

희선 2021-07-14 0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톤 체호프는 이름만 알고 책은 못 봤어요 아주 안 본 것도 아니예요 희곡만 있는 책 긴 건 빼고 짧은 건 다 보기는 했어요 희곡 재미있는 것도 있었어요 언젠가 체호프 희곡도 보시겠군요


희선

새파랑 2021-07-14 00:52   좋아요 2 | URL
안톤 체호프는 단편도 잘 쓰고 희곡도 잘 쓰는 뛰어난 작가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이제 두번째 작품 읽는거에요 ^^ 희선님의 예지력처럼 곧 체호프 희곡 읽을 계획이었는데 깜짝 놀랐네요. 어떻게 아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