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순종했다. 그러나 행동이 고분고분하다고 해서 욕망까지 그런것은 아니었다. 그의 순진한 계산에 의하면 그녀를 보지 못하게 금지당함으로써 그는 그녀를 사랑할 권리를 얻은 것이었다. - P34

그녀가 바다를 사랑하는 것은 오직 폭풍 때문이었고 초목이라면 폐허 속에서 드문드문 움터 있을 때만 좋았다. 감정적 만족을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이건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워낙에 예술적이기보다는 감상적인 기질이어서 고요한 풍경 감상보다는 뭉클한 감동을 원했기 때문이다. - P59

아마도 그녀는 이런 모든 것들을 누구에겐가 털어놓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뜬구름처럼 변화무쌍하고 바람처럼 회오리치는 이 모호한 불안을 어떻게 표현한단 말인가! - P65

그러나 현재의 찬란함 속에서 그녀의 과거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방금까지 그렇게 또렸했는데, 이제는 그런 삶을 살았다는 사실조차 의심이 갈 지경이었다. 그녀는 여기 있다. - P79

대체 그 무엇이 그저께 아침과 오늘 저녁을 이렇게 멀리 갈라놓는단 말인가?

부유한 생활을 접하는 바람에 그 위에 무엇인가가 덧씌워졌고 그것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었다.

여러가지 자잘한 부분들이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아쉬움만은 여전했다. - P84

그녀는 모든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으며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다가는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석양이 질 때면 더욱 슬퍼져서 빨리 내일이 오기를 갈망했다.
이 실망 이후, 그녀 가슴에 남은 것은 공허뿐이었다. 그리고 똑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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