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옷의 어둠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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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

지난번에 읽은 <검은 얼굴의 여우>와 같은 시리즈의 후속작 <붉은 옷의 어둠>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 시리즈는 일반적인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전개 방식을 전혀 따르고 있지 않았다. 이 시리즈만의 특징일 수도 있고, 이 작가만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은, 과연 이 점을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 든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모든 ‘소설’이 그러하지만 특히나 추리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첫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첫장면이 강렬해야 사건의 전개 속으로 독자들을 빨아들여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수법(?)인데, <붉은 옷의 어둠>은 그렇지 않았다. 소설에서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작중 공간적 배경이 되는 ‘암시장’의 묘사, 그리고 시대적 배경인 ‘패전 직후의 일본’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강렬한 사건이 터지기를 기대한 독자에게 이러한 전개는 당혹스러움을 필히 안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추리소설’이 아닌 일반적인 소설을 생각한다면 조금 느낌이 달라질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장르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이고 표지에서도 그런 느낌을 강하게 뿜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이런 도입이 아쉬웠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도입을 꾹 참고 계속 읽어내려 가다보면 암시장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사건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래도 ‘암시장’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비좁고 복잡하고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연상되는 것이 보통인데, 여기서 ‘붉은 옷의 괴인’이 등장한다는 괴소문을 주인공이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도입부에서 어둡고 부정적인, ‘암울’한 배경 묘사에 열심히 공을 들여놓은 탓에 그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한층 더 부각되었다. (어쩌면 작가의 빅픽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가 마냥 ‘장르’적인 소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점들을 직시하게끔 하는 부분들도 있어서 좋았다. 단순한 ‘추리소설’을 생각하고 읽을 사람들에게는 추천을 못하겠지만, 보다 깊이있는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다루는 서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주저없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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