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모래의 세계

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샘플북리뷰

현재 세계 정세를 살펴보면 수많은 선진국에서는 산업국가에서 탈산업국가로, 물질 세계에서 비물질 세계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이러한 추세를 두고 물질의 세계를 탐구하는 책을 지금 꼭 읽어야 할까? 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물론 탈산업을 추진하는 것은 맞으나, 그만큼 물질 소비의 추세 또한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과 구리에 대한 수요는 최근 들어 더욱 증가했고 아직도 땅을 폭파하여 많은 양의 모래와 암석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면, 아직까지 우리는 물질의 세계에서 살고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총 여섯 가지의 물질을 다루고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인류 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물질은 많겠으나, 어떤 문명의 붕괴 및 승리를 불러일으킬 정도의 파장을 야기한 족적을 남긴 물질을 저자는 여섯 가지로 정하였다. 이는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이며, 내가 읽은 샘플북에는 ‘모래’를 다루고 있는 부분만이 담겨있었다.

‘모래’라니…;; 집 앞에 있는 놀이터에만 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그 ‘모래’가 이 여섯 가지의 물질 중 하나에 해당한다니…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의아함을 품고 있지 않을까 싶고 나 또한 그렇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모래’가 얼마나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모래의 기본 성분은 ‘실리카’이다. 이는 흔히들 ‘석영’이라고도 부르며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실리콘’의 기초라고도 볼 수 있다. 실리콘으로는 고분자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으며, ‘반도체’라고 불리는 실리콘 칩을 만드는 데에도 쓰인다. 

모래 하나 가지고 반도체라는 공학적 기술의 집약체를 만드려면, 얼마나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할지 평범한 우리는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이때 중요한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중국’이 오늘날 철, 건설, 배터리 등등의 분야를 주도하는 국가로 성장했음에도 ‘반도체’ 하나 만큼은 발끝조차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력의 문제 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서 중국이 주도적 지위를 얻는 것을 막기 위해 서방 국가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도 한다. 즉, ‘무역 전쟁’이 발발하기도 한다. 바로 그 ‘모래’ 때문에. 널리고 널린, 흔하디 흔한 그 ‘모래’ 때문에 말이다.

또한 우리가 한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 바로 모래로 만들 수 있는 것에는 ‘유리’라는 엄청난 물질도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경제사학자들은 이 ‘유리’가 끼친 영향력에 많은 연구를 진행한다는데, 이 부분은 분량이 초과할 듯하여 생략키로 하겠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물질’에 대한 뒷이야기를 담은 것뿐만 아니라 그에 담긴 인류의 역사를 짚어가기 때문에 너무도 흥미롭게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샘플북만을 읽었지만, 나는 이 책이 정식 출간된다면 꼭 구매하여 나머지 다섯 가지 물질에 담긴 이야기도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