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40
박상연 지음 / 민음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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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 소설이다. 영화의 경우에는 내가 중학생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학교에서 선생님이 보여주셨다. 보통 선생님들이 영화를 보여주실 때는 시험 끝나고 방학을 맞이하기 전의 애매한 기간에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므로, 나는 그 시간에 영화를 보기보단 잠을 택하는 학생이었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인 즉슨, 영화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밝히고 싶기 위함이다. 영화를 볼 때도 집중하지 않았을 뿐더러 시간도 강산 한번 변할 만큼 지났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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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떤 내용인지는 대충 알고 있기는 하다. 남한 병사들과 북한 병사들이 한 곳에 모여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정도? 러프하게나마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빠의 영향이 적지 않다. 이 영화는 아빠의 인생 영화(까진 아니라고 하시지만 그래도 엄청 재밌게 본 영화)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마침 방문한 국제도서전에서 이 작품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라는 말을 민음사 직원분께 듣고 갑자기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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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책은 솔직히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책이든 영화든 가장 중요한 사건을 대라 한다면 단연코 북한 병사가 살해된 것을 말할 터인데, 소설에는 이말고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인물 및 서사가 있다. 바로 ‘지그 베르사미 소령’이다.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이 인물은 북한군 살해 사건의 수사를 위해 중립국감독위원회에서 파견되어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소설은 이 인물의 서사로 전반부를 꽉 채운 뒤, 절반 분량을 넘겨서야 비로소 북한군과 관련한 사건이 전개된다. 물론 이런 점이 소설의 구조 등을 풍부하게 해준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재미있을 때에 한정되는 것 아닌가? 내게는 이 부분이 작품의 몰입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요소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마치 작가가 장편의 분량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은 듯한 느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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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소설을 다 읽은 뒤에 착잡함, 먹먹함 등의 무거운 여운은 차고 넘치게 느낄 수 있었다. 사건의 내막이 밝혀지는 데에는 이 인물들이 그럴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너무도 납득이 되어서, 거대한 민족적 역사 담론 아래 한낱 개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저 무력하게 휩쓸릴 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다시 한번 제대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영화가 담고 있는 묵직한 슬픔을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아 두려운 마음에 보고 싶지 않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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