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슬픔을 안고
문철승 지음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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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슬픔을 안고> - 문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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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를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읽은 문철승 시인의 <기쁨이 슬픔을 안고>는 전에 읽은 이병률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 정호승의 <슬픔이 택배로 왔다> 등의 시집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앞서 말했듯 나의 시력(詩歷)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점이 다른 건지 정확하게 콕 집어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구태여 말해보자면, 이전의 두 시집은 시가 담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면서 묵직한 울림을 받게 되는 반면에, 이 시집은 시의 내용보다는 색다른 표현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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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흐르는지


빛으로 흘러

지혜의 강이 되고


보고픈 그대따라

내 가슴의 기슭으로 와 닿네


- <그대의 강물>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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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보고 싶어하는 그리운 마음이 ‘강’이 되었다고 하며, 그 강이 ‘내 가슴의 기슭으로 와 닿’는다고 한 부분의 경우가 그렇다. 이 구절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그리움’의 표현을 내게 알려주는 듯하였다. 이런 ‘표현’의 측면에서 느껴지는 신선함, 색다름 등의 감상이 이 시집에서 많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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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쉬운 소리를 하나 하자면, 그래도 나의 취향은 시의 내용이 직관적으로 다가올 때 느껴지는 묵직함이 더 좋은 듯싶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무슨 의미인지를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가게 되는 시가 많아서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모든 시가 그랬다는 것은 아니고, 분명 좋은 시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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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찾아

시린 창가 달 보며

아빠 손 잡고

길 쳐다보네


꾸벅꾸벅 달이 졸명

구름 가려 어두워진 창가


기다리는 막내 생각

어둔 길 오실 엄마


초조한 아빠 손

힘을 주니


아기만 우네


- <막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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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막내>이지만 어쩐지 주인공은 ‘아빠’인 것 같은 시였다. 어두운 길을 뚫고 집에 올 아내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남편의 마음을, 이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을 쥐게 되어 애꿎은 막내 아기만 울게 되는 것으로 표현한 이 시에서 나는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졌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을 풋풋하게 그려냈달까… 이 시집 중에서 가장 마음이 따뜻해졌던, 그래서 가장 좋았던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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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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