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작별> - 한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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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독서에 발을 들여놨을 무렵인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아주 큰 충격을 받았었다. 괴기스럽다고 할 수 있을 법한 소재를 너무도 덤덤하게 풀어내고 있는 그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되도록이면 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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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정용준 작가님의 에세이 <소설 만세>에서 한강의 <작별>이라는 작품에 대한 글을 보고선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읽게 된 <작별>이라는 단편 소설은, 이전에 내 머릿속에 강하게 새겨진 <채식주의자>의 느낌과는 완전히 다른 감상을 남겼다. 따뜻하고, 슬프고, 애처롭고, 아련하고… 눈물이 차오를 듯 울컥하게 만드는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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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주인공은 어느 날 불현듯, 정말 느닷없이 눈사람으로 바뀐다. 마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속 ‘그레고르 잠자’ 처럼, 눈사람으로 바뀐 이유나 원인을 전혀 설명하지 않은 채 이야기는 그대로 전개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별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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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본인이 곧 녹아버리게 될 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안다. 하지만 이를 부정하고 도망치려 발버둥치는 모습이 아닌,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주인공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연락을 드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녁밥 사먹을 돈을 쥐여주고, 앞으로는 혼자서 살게 될 중학생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작품은 그 과정의 중간중간마다 그녀가 살아온 삶을 간간히 묘사하는데, 이 역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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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빛에 저절로 떠진 그녀의 눈이, 미리 깨어 있던 아기의 검은 눈과 마주쳤었다. 왜 그랬는지 그날따라 아기는 보채지 않은 채 그녀가 눈을 뜨길 기다리며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둘의 눈이 마주친 순간 아기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렇게 절대적인 믿음이 담긴 웃음을 그녀는 그날 처음 보았다. 흔히 말하는 절대적인 사랑은 모성애가 아니라 아기가 엄마에게 품은 사랑일지 모른다고, 신의 사랑이란 게 있다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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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작별 비슷한 단어처럼 보이더라도 엄연히 다르다. 이별은 서로 갈리어지는 것만을 뜻하는 반면, 작별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말하기 때문이다. , 뉘앙스만이 다르다고 느꼈던 둘의 분명한 차이점은 바로인사 건네는 것이다. 작품의 제목이이별 아닌작별 것도 바로 여기에서 설명할 있다. 주인공은 눈사람으로 변했지만 곧바로 죽는 것이 아니다. 완전히 녹아버릴 때까지의 시간이 있었으므로 주인공은 주변 사람들에게작별인사를 건네는 데에 시간을 소모하는 것을 선택했다. 과정을 덤덤하면서도 쓸쓸하게 그려낸 작품은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같다. 만약 내가 죽음을 앞두고 잠깐의 시간을 얻게 된다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더불어 주변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로 했다면 어떤 방법으로 인사를 전할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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