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제단
김묘원 지음 / 엘릭시르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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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제단> - 김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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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엘릭시르’ 출판사의 ‘프로수다러’ 이벤트로 받은 책 두 권 중 한 권이다. 리뷰를 올려야하는 의무는 없었기에 아무런 기대와 부담없이 책을 들었으나,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재미를 만끽했다. 책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어느 여자중학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해가는 이복 자매 ‘채경’과 ‘지후’의 연작 미스터리 소설, 그리고 그들의 성장 과정을 담기도 한 청소년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줄거리나 개략적인 내용에 대한 건 다른 리뷰들에 많이 올라와 있어서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이 책을 재밌게 읽을 수 있던 이유에 대해서만 몇 자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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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소설’을 읽을 때 재미를 어떤 부분에서 느끼는 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개개인마다 재미를 느끼는 지점이 각양각색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스토리의 전개’가 흥미롭거나(장르문학), 문장 하나하나가 심금을 울리는 듯한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거나(순수문학), 혹은 등장인물 특히 주인공이 매력적이어야 한다(모든 소설). 그 중에서도 주인공의 매력은 가장 중요한 요소일 듯싶다. 주인공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행동거지가 고구마 먹듯 답답하기만 하다면, 나는 그 책을 ‘읽덮’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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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제단>은 그 ‘주인공의 매력’이 아주 뛰어났던 작품이었다. 극 중 ‘지후’라는 인물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나름의 ‘의뢰’를 받으며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의 주인공이다. 이때 지후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후에게 사건을 의뢰하려는 친구가 본인의 사연과 얽혀있는 부분을 미처 말하지 못할 때, 지후는 더이상 캐묻지 않은 채 그 친구가 제공한 협의의 정보만을 가지고선 사건에 뛰어든다. 꼭 사건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다른 친구들에 대한 뒷담, 뒷이야기 등을 들으려하게 될 때면, 궁금하더라도 듣고 싶지 않다고 하거나 본인에게 말하지 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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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모습이 참 멋있게 느껴졌다. 나랑은 정반대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극심했었다. 마치 ‘왕따’처럼 보이게 될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심하게 의식했던 것 같다. 이것은 물리적인 ‘혼자’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몇몇 친구들과 같이 모여있어도 그 친구들은 알지만 나만 모르는 이야기가 있다면, 극심한 ‘소외감’을 느끼며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떻게든 알려고 노력했었다. 그런 점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또 말하기도 좋아하는 성격을 만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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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격 때문에 친구와 사이가 틀어진 적도 (당연히) 있었다. 이후 군입대를 했는데, 그곳에서 간부님들의 서로를 향한 뒷담화를 거의 매일 듣고 있자니 아주 ‘환멸’이 날 지경이었다. (사회생활이란 이런 것인가…) 그제서야 내가 그 친구에게 아주 큰 잘못을 했구나 하는 반성을 했다. 죄책감이 들었고, 그 친구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지만, 내가 전하는 사과가 그저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또 쉽사리 말을 꺼내지도 못하였다. 그 후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최대한 전하지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으려는 것으로 나름 반성하고 속죄(?)하고 있다. 이런 차에 ‘지후’라는 인물을 보니, 내가 본받고 싶은 인물상 그 자체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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