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3 - 중국 라오스 미얀마 편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3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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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희의 여행기를 3권 째 읽게 되었다. 한비야의 스케일이 크고 거침없는 오지 탐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김남희의 주로 걷기를 통한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여행기도 흥미 만점이다.  이 두 맹렬 여성 여행가의 또 다른 점은 한비야는 어떤 불가피한 일이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행기를 타자 않고 차량 및 걸어서 국경을 넘어 여행한다는 것이다. 반면 김남희는 교통편은 개의치 않고, 가공하지 않는 생생한 자기의 경험담을 범상치 않는 문학적 재능으로 잘 전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시중에는 여행에 관한 책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 어느 책은 가이드북에 불과한데도 버젓이 여행 기행문으로 소개되어 우리를 혼란시킨다. 한비야와 김남희는 직접 현지에서 부딪치고 경험한 체험기에 자기 여행 중의 감상을 덧붙인다. 그리고 범상치 않은 글발에 사진도 전문가 수준 이상인 것으로 본다. 여건상 직접 가보지 않고 세계 여행을 꿈꾸는 자들은 전직 동아일보 기자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과 함께 한비야, 김남희의 책을 강추 한다.

  여행지에서 김남희가 보고 느끼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재나 괴기한 자연의 조화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다. 중국의 자금성 크기나 규모에 놀라지만 다른 면을 보는 눈도 날카롭다.
 “궁궐의 크기 따위는 하나도 부럽지 않다. 내가 정말 부러운 것은 따로 있다. 자금성과 텐안먼 주변뿐 아니라 베이징 시내 모든 건물의 높이가 철저하게 규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주변의 조화를 깨뜨리며 홀로 치솟은 건물은 하나도 없다. 화교가 지었다는 왕푸징 거리의 동방신천지 쇼핑몰을 보자. 초고층으로 지려 했으나 허가가 나지 않아 주변의 십여 개 건물을 하나의 쇼핑몰로 이어서 만들었을 정도로 베이징 시내의 건물은 높이가 철저히 규제된다.  덕수궁과 경복궁 주변의 고층빌딩들, 급기야는 궁터에 남의 나라 공관 직원용 숙소를 허용하려는 우리나라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본문 48)
  우리나라 같으면 개발논자와 보수신문들이 난리를 치고 매일 규제에 대해서 떠들 것이 자명하다.   

 서태후의 여름 궁전 이허위안에 대한 이 여행기의 묘사는 오랜 역사의  흥망성쇠 속에  인간의 욕망과 그것의 허망함을 느끼게 한다.
“ 장랑(長廊)은 서태후가 비나 눈을 피해 호수의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새운 728미터에 달하는 세운 지붕의 긴 화랑이다. 주인 잃은 과거의 잔영들이 점점 희미해지고 마침내는 먼지처럼 사라지고만 말 것 같아, 비단 치맛자락이 회랑을 쓸고 가는 소리가 불현듯 그리워진다.” (본문 57)

   김남희는 오지 중에서도 ‘벽오지’를 다닌다고 하는데, 몇 년 있으면 과연 세계에 오지가 존재할까 ? 거역할 수 없는 거대 자본과 문명의 물결이 민심을 급격하게 변하게 하고 있다. 물질문명을 통한 풍족함과 편리성을 찾으려는 것은 인간이면 유전자에 새겨진 것처럼 본능적이다. 이젠 얼마 안 있으면 오지 여행이라는 말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또한 중국은 소수 민족이 독립을 요구할까봐 예민해 한다고 하는데 현재 보다 잘살게만 해 준다면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민족이니 나라라는 개념이 점점 달콤한 문명의 쵸크렛 아래에서 퇴색되어 가고 있다.
“아저씨들께 주자이거우가 유명해진 지 이제 20년이 지났는데 변화에 만족하느냐고 물었더니 다들 만족한다고 하신다. 내 앞에 놓인 과자를 집으며 이렇게 애기하신다. ‘전에는 이런 과자를 명절 때만 먹을 수 있었지. 이제는 매일 이런 걸 먹을 수 있으니 좋아진 거 아닌가?’ ‘하지만 창족들의 전통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지 않아요?’ 내가 되물었더니 그건 어쩔 수 없다. 한족과 어울려 사는데 변화는 당연하다고 중국어로 열변을 토한다.”( 본문 92. 중국 쓰촨 주자이거우)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위안짠)은 시간이 멈추어 있는 곳으로 소개한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한쪽으로 빗겨나 있는 곳. 피 말리는 경쟁이 없어도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이 수도의 이름은 ‘달이 걸린 곳’의 뜻이란다.
“ 한 나라의 수도가 이렇게 소박할 수도 있다니 놀랍다. 고층건물 없고, 차량도 많지 않고, 가게도 없고 분수대 주변의 몇 개의 식당이 시대 중심부의 전부다. 신용카드도 없고 삐그덕리는 선풍기 아래에서 수기로 돈 계산하는 곳이 은행이다. 지구상에 이렇게 한 나라쯤은 성장과 소비의 문화에서 자유로운 모습으로 남아 있어도 좋지 않을까.”(본문 233. 라오스 비엔티안)
 
   이 책을 보니 동남아의 개인 여행은 중앙아시아  만큼이나 힘들어 보인다. 후진국의 어쩔 수 없는 교통편이나 숙소의 문제가 아니다. 악착같이 요구하는 관리들의 뇌물 관행이나 바가지요금이 마음을 상하게 하고, 선택이 아닌 주어지 조건에 따라야하는 모든 상황이 이국을 홀로 떠도는 사람을 더욱 쓸쓸하게 한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캄보디아를 포기하고 미얀마로 들어간다.

  미얀마는 아주 오래 전에 ‘버마’라고 불렀다. 박경리의 ‘토지’에도 보면 키 크고 마른 사람을 ‘버어마 제비 같다.’ 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나라와 축구를 하면 수중 전에 강한 나라가 ‘버마’이었다. 남자도 치마(롱지)를 입고, 여자들은 전부 얼굴에 노란 칠(타니카)을 하는 나라. 지금은 미얀마라고 불리지만.
 
  미얀마는 전두환 시절의 ‘아웅 산 국립묘지 폭발 사건’, ‘아웅 산 수지 여사’등이 생각나게 하는 나라다. 치안이 불안하고 인플레이션 등 경제가 엉망인 아시아에서 유일한 군사독재국가로 알고 있다.  김남희는 이 나라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 교통경찰이란다. 뇌물하고 연관시키면 쉽게 이해가 된다. 또 이 나라의 인레라는 호수에서는 이상하게 발로 노를 젓는다고 한다. 발로 노를 젓는 사공들을 소개하는 잘 찍은 사진을 보니 글보다 더욱 생동감이 있고 신기했다.

  텔레비전의 오지탐험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았던 목에 목걸이를 한 여인의 사진이 있었다. 김남희는 이 글의 소제목을 “카렌족 여자들 목을 늘리는 ’돈‘”이라고 달고 분노했다. 카렌족의 마을을 간 것이 아니라 중국인 호텔 주인이 우리의 민속촌처럼 운영하는 업소에 이 카렌족 여자 몇 명을 데려다 놓은 것이다. 거의 감금하다시피 하여 관광객 사진 촬영용으로 이용한다하니 서글프다. 일인당 3달러의 입장료로 모신다니 그 놈의 돈이 뭔지.

  개인 이메일 계정을 쓸 수 없는 나라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저자는  9개월째 여행하는 프랑스인 중년 부부를 만난다. 그것도 열네 살 아이가 제일 큰 아이 넷을 데리고. 자기들이 정해진 시간에 아이들을 가르쳐서 나중에 학교가도 공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행하는 동안 익혔다는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부모보다 나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남희는 이렇게 말한다.
 “ 나는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바로 여행 경험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꼭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라도 좋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인심이 좋고, 보고 느낄 거리도 많다. 우선 가까운 주변 나라들로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가족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본문 296. 미얀마 수도 양곤) 

     백 번 천 번 동감하는 이야기다. 패키지로 힁하니 갔다가오는 여행 말고, 이 책같이 현지인과 같이 숨쉬고 느끼는 여행을 나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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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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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킥(psychic)을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초상적(超常的) 능력 말하는 것으로 한국의 무당이나 샤머니즘에서의 샤먼 등도  이에 속한다고 한다. 이 소설은 사이킥을 가진 청년이 이런 능력을 가짐으로써 겪는 고뇌와 사회에 기여하는 내용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이 책을 대충 보고, 판타지나 S F 같은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상당히 당황했다. 그래도 한 번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니 한 번 읽어  보자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작가의 <이유> 나 <모방범> 과 달리 이 소설은 집중이 잘 안 되었다. 이것은 내 개인의 취향의 문제 일 것이다. <용은 잠들다>를 읽으면서 나의 책읽기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왜 이 작품의 제목이 <용은 잠들다>인가 하는 의문이 풀리게 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 “우리는 각자 몸안에 용을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 어마어마한 힘을 숨긴, 불가사의한 모습의 잠자는 용을, 그리고 한 번 그 용이 깨어나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하는 일밖에 없다. 부디, 부디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무서운 재앙이 내리는 일이 없기를- 내 안에 있는 용이  부디 나를 지켜주기를- 오로지 그것만을”(본문 481)
 즉 인간은 엄청난 잠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미리 사이킥 같은 것을 부정하고 들어가기 때문에 용은 잠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용’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개연성이나 어떤 인과관계가 분명한 책만 읽으려고 하지 말고 비현실적 내용의 책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본다. 그래야 현재 실현 불가능한 것도 더 발견하고 발전시킬 것이 아닌가. 주로 판타지 책이라도 많이 읽은 아이들이 대입 수능 언어영역 시험에서 점수가 많이 나오는 것을 종종 본다. 어휘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언어 센스, 감각이 향상되었기 때문으로 본다.

  아무튼 이 소설은 잡지사 기자 ‘고사카 쇼고’가 태풍이 오는 도로를 지나다가 히치하이커 소년을 차에 태우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소년을 흘러가는 생각을 잡아서 다른 사람을 스캔하는 초능력자다. 이 ‘신지’라는 소년 외에 ‘오다 나오야’라는 청년도 역시 초능력자다. 이 소설의 말미에서 이야기가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오다 나오야’가 초능력을 통해 ‘고사카’의 전 약혼자를 구해내고 자기는 죽는다. 즉 그는 초능력을 ‘유리 겔러’라는 사기꾼 마냥  숟가락 구부리는데 쓰지 않았다. 초능력을 선한 일을 하는데 사용하여 무고한 시민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다른 이의 마음을 스캔하는 초능력을 가졌다고 했을 때 역시 반대급부인 부작용이 따르는가 보다. 이 작품에서 신지가 성 관계를 하는데, 여자 친구가 마음속으로는 ‘싫어 싫어’하는 것을 읽고 그만 두어 버린다. 인간은 모를 것은 알지 못하는 것이 행복한 것이다.


  이 소설은 초능력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초능력에 의해서만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 않는다. 화자인 ‘고사카’와 동료 ‘이코마’의 일본 고전을 빗댄 흥미 있는 대화와 ‘고사카’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가나코’등이 작가 특유의 뚝심으로 그려내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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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 유재현의 역사문화기행
유재현 지음 / 창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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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이 마음에 끌려서 읽게 되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를 여행하려는 사람은 일독을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곳들을 가보지 않은 나는 약간의 코멘트를 하면서 계속 이동하니 잘 집중이 안 되고 연결이 되지 않았다. 여행 가이드북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와 같이 여러 에피소드와 심도 있는 묘사가 없다구나 할까. 내가 이 책에 적응력이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벌써 5쇄까지 간 걸보면 상당히 문제작으로 일단은 독자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기행문을 읽으면서 방현석의 <하노이에 별이 뜨다>나 그의 소설<랍스터를 먹는 시간>을 생각했다.  방현석의 이 작품들도 베트남을 배경으로 쓴 것인데 아직까지 여운이 남는다.

 

   저가의 동남아 여행이 유행처럼 번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중 하나가 베트남, 캄보디아다. 불과 얼마 전 ‘앙코르와트’를 여행하던 우리나라 사람이 비행기 추락으로 13명이 목숨을 잃은 적도 있다. 이 글을 쓰는 (07.09.16) 오늘에도 태국의 20년 노후 비행기가 풋겟에서 추락 1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한다. 망설여지지만 베트남에 가서 원조 쌀 국수도 먹고 싶고, 필자처럼 달밤에 앙코르와트의 찬란한 유적도 느껴보고 싶다. 

  

  베트남은 우리에게 친근한 나라이다. 월남전에서 용병으로 싸워서 많은 달러를 벌고, 또한 방현석의 글에 언급한 것처럼, 전쟁이라는 미명아래 무고한 양민 학살등 나쁜 짓도 많이 했던 곳이다. 요즈음에는 이 나라 처자들이 장가 못간 농촌 총각들에게 돈에 팔려 시집와서 웃지 못 할 여러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글은 영화에서나 보고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나에게 인도차이나의 다른 면을 알게 한다.  100만 명이 넘는 민중을 쓰러트려 살인마라고 알려진 폴포트를 다른 각도에서 균형 있게 해석하고 있다. 비밀 폭격으로 많은 인명을 살해한 미국의 패권주의, 전쟁에 맛 들여 새로운 분란을 일으킨 베트남에게 똑 같은 책임을 묻고 있다.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는 미국은 이라크에서 이상한 명분으로 지금도 죽을 쑤고 있다.

  

   베트남은 문학적으로도 많은 소재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직접 베트남에 참전하였던 ‘박영한’이 생각나고,‘황석영’의 <무기의 그늘>은 월남소재 소설의  압권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1970년대 초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가 유행할 즈음에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과 황석영의 <낙타누깔> 같은 소설을 읽으면서 그 심오한 뜻은 제쳐두고 야자나뭇잎이 흔들리고 바나나가 천지에 널려 있다는 월남.”(본문 97)

 

   오래 전에 베트남의 영웅 <호치민 평전>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의 필자는 그렇게 호의적이지만 않다.

  “인해전술로 인민해방군의 시체를 넘으며 싸워 승리한 것을 마오쩌뚱은 자랑스러워할 것인가? 1968년 1월 남베트남에서 민족해방전선의 전사 3만 2천명과 16만 5천여 명으로 추산되는 민간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구정공세를 호찌민은 자랑스러워할 것인가? 단지 500명의 전사자를 낸 미군을 괴롭혔다는 이유로?”(본문 122)

  

  현대 과학의 첨단 무기를 가진 미국을 베트남이 이길 수 있었던 저력은 외침(프랑스)에 대한 경험과 민족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상의 도로와 같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꾸찌 터널이 공이 크다고 본다.

“ 꾸찌가 남긴 것은 미군과 싸워 이긴 용맹스러운 전사들의 영웅적인 활약과 초인적인 의지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참극과 맞서야 했던 인간들의 비명과 고통, 공포와 절망이 밴 터널의 끝없이 이어진 바닥과 벽이었다.” (본문 69)

  

  현재의 베트남 사회의 문제점도 필자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우리의 1970년대 정도의 경제력에서 급속도록 자본주의화 하면서 여러 예상하지 못한 부정적면이 돌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중의 위에 군림하려는 제복들의 횡포와 전횡, 개혁을 표방하면서 더 개혁적이지 못한 관리들.

  “베트남에서의 경찰과 군인은 저 멀리 손짓만 해도 달려가 부동자세로 서야 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존재였다. 제복 입은 인간들의 고개는 여간해서 굽혀지는 법이 없었으며 표정은 사납기 짝이 없고 태도는 오만방지하기 이를 데 없었다. 오죽하면 베트남사람들의 그 천성적인 듯 보이는 불친절함과 강퍅함도 결국 이렇게 살다보니 그리 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도덕적으로 혁명적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본문 76-77)

“ 호찌민 적자(嫡子)들이 권력을 틀어지고 한번도 내놓은 적이 없으니 고인 물이 썩지 않을 리 없었을 것이다.” (76)

   

  이 책이 집중이 안 되는 것은 일천한 베트남에 대한 배경지식 때문일 것이다. 좀 더 베트남 역사 등을 공부하고 다시 이 책을 읽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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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로의 비밀 -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2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2
막스 갈로 지음, 이재형 옮김 / 예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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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렴풋이 나에게 지금까지 인식되어 온 로마는 찬란한 문화와  힘의 제국이었다. 일천한 나의세계 역사 지식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로마는 피로 점철된 역사였음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봉건주의 시대에 부자간에도 서로 죽이고 음모하며 권력을 다투었던 역사는 로마에서도 반복되었다. 아니 오히려 더 야만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 때 우리 방송계에서 네로는 코미디의 소재로 희화화된 적이 있다. 폭군으로 규정되어진 전제 속에서 우리를 웃기는 특이한 존재로 그려졌었다. 이 소설이 어느 정도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 졌다고하더라고 엄연한 역사 소설이라 다소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네로는 기상천외한 인물임이 틀림없다.  그는 밀 같은 곡식을 풀어 빈곤에 허덕이는 평민들의 호감을 사고 자기에게 다소 불편한 상대를 가차 없이 살육하는 교활한 망나니였다. 더구나 머리가 비상하여 그것을 나쁜 쪽으로 쓰니 더욱 피를 보게 되었을 수밖에 없었다.

   한 편으로 네로는 엔터테인먼트이자 시인이요, 전위 예술가였다. 누가 로마 시내에 불을 지르고 희열에 잠기는 통 큰 전위예술을 하겠는가. 
“며칠 뒤 나는 그가, 젊은 신부들이 결혼식 때 쓰는 분홍색 면 베일을 쓴 채 어린 처녀처럼 눈을
내리 깔고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해방 노예인 피타고라스와 함께 그들의 결혼식을 주재할 사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본문 298)

    이 소설은 철학자 ‘세네카’의 제자‘세레누스’라는 관찰자를 입을 통해 전개된다. 네로의 어머니인 ‘아그리피나’는 네로를 황제로 만들기 위해 네로의 친부이자 자신의 남편을 죽인다. 그리고 자기 숙부와 근친상간에 해당하는 결혼을 한다.  나중에 그녀는 자기 자식인 네로와도 놀아나니 우리 현대의 가치관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튼 자기 자식의 권력을 위해서는 죽음도 서슴지 않는다.
“ 죽음은 강력한 동맹자가 될 수 있어요. 죽음은 자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 지지하지요.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 그러니 죽음은 나의 제일가는 동맹자예요.”(본문 65)  그리고 수많은 자기의 정적을 죽이고 끝으로 자신의 숙부이자 남편인 ‘크라우디우스’를 제거하여 ‘네로’를 황제로
만든다.

  본격적으로 ‘네로’는 자신의 스승 ‘세네카’의 말대로 "죽음은 나무의 가지를 치듯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데 제일이다."을 착실히 실천하듯이, 자신을 낳아주고 황제가 되게 한 ’아그리피나‘를  죽이는 등 살육의 향연을 계속한다. 두려워서 죽이고 변덕이 발동해서 죽이는 등 이 소설이 끝날 때 까지 계속 된다.

    황제로서 못 할 것이 없는 권력을 누리고 천하를 부들부들 떨게 만들 수 있었던 ‘네로’도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루었다고 한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던가. 막대한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자도 인
간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가 보다. “‘세네카’의  말에 따르면 괴물로 보이는 네로 역시 불안과 회한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래서 매일같이 마술사와 점성술사들에게 질문을 퍼붓는다는 것이었다.
그중 한 명이, 어떤 여자가 뱀을 낳았거나, 혹은 관계를 자지려는 순간 벼락을 맞았다고 알려주자 그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벼락이 치는 날 네로는 황궁의 가장 깊숙한 곳에 틀어박혔는데, 겁에 질린 나머지 이를 딱딱 마주치며 아그리피나가 죽은 뒤로 복수의 세 여신이 자신을 쫓아다니며  채찍과 횃불로 위협한다고 털어놓았을 정도였다. 자신이 회한으로 고통 받도록 어머니가 괴롭힌다는  것이었다.”(본문 197-198)

  이 소설은 ‘세레누스’가 그리스와 네로를 떠나 그리스도의 나라인 유대로 떠난 것으로 끝맺는
다. " 나는 내게 남아 있는 삶을 신에게 맡긴 채 베스파시아누스와 티투스 옆에서 말을 타고 갔다.   "(본문 390)  다음에 ‘티투스의 승부수’로 이어질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시오노나나미가 쓴 ‘로마인의 이야기’와 이 책을 비교 한다는 것이 여러 방법상의 차이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으로 대략 짐작해 보면, 시오노나나미에 작품의 특징은  섬세묘사로,  타고난 문학적 재능으로 전달하려는 내용을 명확히 제시한 것으로 기억된다.  반면에 막스 갈로의 글은 힘이 있고, 잔가지가 없는 뭉툭한 문체로 등장인물 등을 통해 굴곡있는 역사를 빠른 속도로 엮어 나간다. 

   고대 로마사에 관심이 두고 있거나,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등을 읽고 더 읽을거리를
찾는 사람은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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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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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 경쟁이라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약간의 신경정신과 소견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어떤 이는 혹시 남보다 뒤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항상 염려 하고 기를 쓰고 기대 이상의 것을 이루려 한다. 그래서 서두르고, 눈치 보며 불안해하고 다시 확인하려 한다. 신경강박증으로 인하여 모든 것에 경쟁의 잣대를 가지고 대들려 한다. 실패하면 좌절하고 성공해도 더 노력하려 초조함에 시달린다.  권력이든 돈이든 가진 자는 이 것을 지키려 아등바등하고 상대적으로 가지지 못한 자는 상대를 질투하며 세상을 원망한다.

  이런 현대인의 고민 해결사, 엽기의사 이라부 시리즈를 다시 읽게 되었다.
어찌 보면 얄팍하고 속이 모두 드러나 보이는 소설.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진지함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 볼 수 없는 허무개그 같은 소설. 나이 들어 읽기에는 쑥스러울 것 같은 장난 비슷한 습작같은 소설. 이 이라부 시리즈를 <공중그네>에 이어 다시 읽게 되었다.  이런 동기는 이라부의 촌철살인 같은 문제 해결 방식에 이끌리게 되었음이 우선이다. 그리고 인생문제에 있어, 꼭 무겁게 접근하여 어렵게 만들기보다 가볍고 유쾌하게 대하는 법을 알고 싶어서다.

  첫 이야기는 사회적 명성과 부를 잃고 일찍 은퇴할 까봐 괴로워하는 다나베 미쓰오의 치료기다. 그는 구단주이며 사회적으로 소위 명사에 속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두렵고, 그것을 가장 큰 고통으로 여기는 그는 필연적으로 이라부의 손님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미쓰오는 이런 걱정에 필라멘트 끊어지는 소리에 기겁을 하고, 술이 없으면 잠을 못자는 소심한 사람이다. 잠을 자다가 다시 깨어나지 못하고 영원히 잠들까봐 안절부절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신경과를 찾은 미쓰오는 이상한 의사와 동급의 간호사를 만나게 된다. 40대의 어엿한 성인인 이라부가 자기 부친을 ‘아빠’라고 지칭하는 것을 보고 미쓰오는 도대체 이해를 하지 못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미쓰오에게 ‘패닉 장애는 조금 나아졌나?’라고 크게 물어 그의 속을 뒤틀리게 한다.  어울리지 않는 ‘아빠’라는 호칭을 통하여 미쓰오의 허황되고 고정화된 사고에 자극을 주려는 것이 아닌지. 그리고  그에게 병명을 떠벌리게 하여 남이 알게 하는 것. 이는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마쓰오에게 자신 있게 자기 삶을 살라는 이라부의 주문일 것이다.

  또한 이라부는 차를 거칠게 몰아 ‘하늘이 무너질까’ 항상 걱정하는 미쓰오에게 거칠게 사는 방법을 가르친다.  점점 미쓰오는 이라부 자체를 신경안정제 정도로 신뢰하고, 자기를 좌불안석하게 했던 모든 직위를 내놓게 된다. 자기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것을 모두 버림으로써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이 편해지고 주변으로부터 더 좋은 평가를 얻게 된다.  그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젊은 기자들에게 인정받게 되고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된다.

  지금도 실실 웃으면서, 약간 정신이 나간 것 같은,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새된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오는 느낌이다. 그런데 변태 포르노 배우 같은 간호사 미유미가 아무 설명 없이 반강제로 무조건 한 방 꽉 놓고 시작하는 주사는 무엇인가? ‘공중그네’에서도 그녀는 열심히 주사를 찔러댔었다. 신경과에서 웬 주사?  비타민 영향제일까 ? 그런 설명이 나오기는 한다. 그런데 내 개인적 생각에는 ‘자기 권위, 환자제압, 치료의 가능성, 본인이 해결하라는 자극제, 이라부의 표현대로 정신 신경병은 어차피 논리에 맞지 않는 병이라 그냥 놓는 주사.’ 등이 아닐까?

  다음에 나오는 이라부 연작도 마찬가지다.
 매사에 따지기 좋아하는 아이티계의 총아 다카야키 안퐁맨, 호빵맨. 청년성 알츠하이머.  이 사람은 시간 낭비를 죽도록 싫어하고 필기 따위는 쇠퇴한 것으로 생각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문자를 잃어버려 망신을 당한다.  또한 그는 모든 것을 컴퓨터로 생각하여, 나라 말도 잊고 자판을 변환하여 기록하고 말하려 한다.
이 케이스도 이라부는 시원스럽게 해결하고, 카리스마 직업의 가오루 배우의 과민한 몸 관리, 불면증에도 비타민 주사를 들이 댄다.

  이 연작 소설의 표제작 ‘면장선거’도 에도시대의 유형지이었던 섬 ‘센주시마’에서 황당한 시추에이션으로 재미있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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