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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로의 비밀 -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2 ㅣ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2
막스 갈로 지음, 이재형 옮김 / 예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어렴풋이 나에게 지금까지 인식되어 온 로마는 찬란한 문화와 힘의 제국이었다. 일천한 나의세계 역사 지식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로마는 피로 점철된 역사였음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봉건주의 시대에 부자간에도 서로 죽이고 음모하며 권력을 다투었던 역사는 로마에서도 반복되었다. 아니 오히려 더 야만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 때 우리 방송계에서 네로는 코미디의 소재로 희화화된 적이 있다. 폭군으로 규정되어진 전제 속에서 우리를 웃기는 특이한 존재로 그려졌었다. 이 소설이 어느 정도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 졌다고하더라고 엄연한 역사 소설이라 다소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네로는 기상천외한 인물임이 틀림없다. 그는 밀 같은 곡식을 풀어 빈곤에 허덕이는 평민들의 호감을 사고 자기에게 다소 불편한 상대를 가차 없이 살육하는 교활한 망나니였다. 더구나 머리가 비상하여 그것을 나쁜 쪽으로 쓰니 더욱 피를 보게 되었을 수밖에 없었다.
한 편으로 네로는 엔터테인먼트이자 시인이요, 전위 예술가였다. 누가 로마 시내에 불을 지르고 희열에 잠기는 통 큰 전위예술을 하겠는가.
“며칠 뒤 나는 그가, 젊은 신부들이 결혼식 때 쓰는 분홍색 면 베일을 쓴 채 어린 처녀처럼 눈을
내리 깔고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해방 노예인 피타고라스와 함께 그들의 결혼식을 주재할 사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본문 298)
이 소설은 철학자 ‘세네카’의 제자‘세레누스’라는 관찰자를 입을 통해 전개된다. 네로의 어머니인 ‘아그리피나’는 네로를 황제로 만들기 위해 네로의 친부이자 자신의 남편을 죽인다. 그리고 자기 숙부와 근친상간에 해당하는 결혼을 한다. 나중에 그녀는 자기 자식인 네로와도 놀아나니 우리 현대의 가치관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튼 자기 자식의 권력을 위해서는 죽음도 서슴지 않는다.
“ 죽음은 강력한 동맹자가 될 수 있어요. 죽음은 자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 지지하지요.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 그러니 죽음은 나의 제일가는 동맹자예요.”(본문 65) 그리고 수많은 자기의 정적을 죽이고 끝으로 자신의 숙부이자 남편인 ‘크라우디우스’를 제거하여 ‘네로’를 황제로
만든다.
본격적으로 ‘네로’는 자신의 스승 ‘세네카’의 말대로 "죽음은 나무의 가지를 치듯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데 제일이다."을 착실히 실천하듯이, 자신을 낳아주고 황제가 되게 한 ’아그리피나‘를 죽이는 등 살육의 향연을 계속한다. 두려워서 죽이고 변덕이 발동해서 죽이는 등 이 소설이 끝날 때 까지 계속 된다.
황제로서 못 할 것이 없는 권력을 누리고 천하를 부들부들 떨게 만들 수 있었던 ‘네로’도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루었다고 한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던가. 막대한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자도 인
간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가 보다. “‘세네카’의 말에 따르면 괴물로 보이는 네로 역시 불안과 회한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래서 매일같이 마술사와 점성술사들에게 질문을 퍼붓는다는 것이었다.
그중 한 명이, 어떤 여자가 뱀을 낳았거나, 혹은 관계를 자지려는 순간 벼락을 맞았다고 알려주자 그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벼락이 치는 날 네로는 황궁의 가장 깊숙한 곳에 틀어박혔는데, 겁에 질린 나머지 이를 딱딱 마주치며 아그리피나가 죽은 뒤로 복수의 세 여신이 자신을 쫓아다니며 채찍과 횃불로 위협한다고 털어놓았을 정도였다. 자신이 회한으로 고통 받도록 어머니가 괴롭힌다는 것이었다.”(본문 197-198)
이 소설은 ‘세레누스’가 그리스와 네로를 떠나 그리스도의 나라인 유대로 떠난 것으로 끝맺는
다. " 나는 내게 남아 있는 삶을 신에게 맡긴 채 베스파시아누스와 티투스 옆에서 말을 타고 갔다. "(본문 390) 다음에 ‘티투스의 승부수’로 이어질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시오노나나미가 쓴 ‘로마인의 이야기’와 이 책을 비교 한다는 것이 여러 방법상의 차이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으로 대략 짐작해 보면, 시오노나나미에 작품의 특징은 섬세묘사로, 타고난 문학적 재능으로 전달하려는 내용을 명확히 제시한 것으로 기억된다. 반면에 막스 갈로의 글은 힘이 있고, 잔가지가 없는 뭉툭한 문체로 등장인물 등을 통해 굴곡있는 역사를 빠른 속도로 엮어 나간다.
고대 로마사에 관심이 두고 있거나,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등을 읽고 더 읽을거리를
찾는 사람은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