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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서점에서 이 책을 쭉 넘겨보다가, 지은이도 생소하고, 젊은 여자들의 일상에 대한 내용이라고 판단, 선택을 포기하려 했다. 그런데 눈에 확 띄는 구절이 인연이 되어 읽게 되었다. 그것은‘나쁜 여자가 잘 팔린다’라는 소제목의 시작하는 글로, 이런 구절이었다. “나는 내 욕망에 솔직하고 부당한 것에 대한 분을 참지 않고 언제나 재밌는 것을 추구해 왔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런 내 자신의 약점을 감추지 않았다.”(219쪽)
뭔가 당당하지 않은가? 내가 소시민적 성격으로 그렇게 살아오지 못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김경은 같은 쪽에서 “나는 흡연, 음주, 동거, 문신 등 나쁜 여자들의 대표적인 전력을 모두 다 가지고 있다. 살인, 강간에 비해 그리 나쁠 것도 없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여자에게는 꽤 치명적인 것들이다.”라고 정말 솔직하게 말한다.
우리 사회가 여자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요구하고, 지나치게 봉건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이성인 나로서도 불만 가져 왔었다. 이런 경험을 일부러 할 필요는 없지만, 치열하게 절망하고 정열적으로 살아가는 과정의 전력이라면 무엇이 문제인가?
오히려 이런 전력이 오늘의 김경을 있게 했는지도 모른다. 즉 독특한 문체로 미쳐 남이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를 물흐르 듯이 흥미롭게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처녀막과 패션’이라는 도발적 제목 하에 나오는 ‘코톤 톱’이니 ‘탱크 톱' 등 낯 설은 용어가 종종 등장하지만, 그래서 문맥으로 때려잡아서 읽었다.
미셀러니 정도의 글이라 그런지 김경의 지인을 자주 인용한다. 역시 김경의 친구 중에 하나인데, 그녀는 한 마디로 은장도를 품을 정도로 요지숙녀였던가 보다. 그러던 그 친구가 결혼과 동시에 헤까닥하여 삼백 육십 도로 변해서 거의 홀라당 벗고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 혼인 전과 달리 결혼과 동시에 파격적인 의상을 입었다는 말인데, 미루어 보건대 어디 의상뿐이랴, 의식의 기층엔 문화 의식도 따라가기 마련, 그래서 천의 얼굴을 가진 것이 여자라 하지 않는가?
앞부분에서 언급했듯이 패션에는 별 관심이 없어 건너뛰려 했는데, ‘전여옥을 패션 제안’은 흥미 있게 보았다. 그것은 단지 옷에 대한 애기가 아니라, ‘전여사의 독설 정치와 패션’정도의 애기였다. 패션을 통한 현 정치인의 풍자였다. 농담식의 가벼운 스케치로 그녀의 정치이력에 대한 평이지만, 그것은 어는 정치 평론보다 더 예리하고 설득력 있었다.
이 책은 20.30대 초반이 읽으면 더 많이 공감하고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같은 시대의 흐름에 둔한 사람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은 난감해 할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 우선 영어로 표현된 생소한 것이 많다. ‘원나잇 스탠드’,‘쉬크한 운동’‘비치’. 등 영어가 꽝이면 문맥을 통해 읽어야 한다. 물론 패션의 전문적인 용어를 차치하고도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웃기는 부분은, 나는‘낸시 랭’이 외국인 줄 알았다. 글의 내용은 청담동이 나오고, 아빠는 죽고 엄마는 병환 어쩌고 하는 한국 버전인데 외국인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랬다. 그래서 고딩한테 물어보고서야 ‘낸시 랭’이 TV에도 잘 나오는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어떤가! 끼 넘치고, 능력 있어, 자신 있게 살아가는 필자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책에 대한 본전을 뽑은 것이다. 매일 술에 떡이 되던, 항상 이탈을 꿈꾸며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려 하던, 일 할 때 자기 일 시원스럽게 하면서 정열적으로 살아가면 그만인 것 아닌가? 남을 배려하고, 돈을 꾸어서라도 소외 된 자들을 도우려는 그녀의 마음은 또한 아름답다. 간간이 인용하는 문학 작품으로 볼 때, 필자의 독서량도 장난이 아닌 것으로 짐작된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좋다.
그런데 이 글에는 솔직하다 못해 과감한 성에 대한 표현이 자주 보인다. 문제는 남성과 동등하게 여성의 성에 대한 유연성을 강조하다 보니, 불필요한 성의 노출이 없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 친구가 어느 날‘발정난 암캐’가 되어, 우연히 걸려든‘다섯 살이나 어린 녀석’을 모텔로 데리고 가서(86쪽), “두 살 많은 선배가 ‘트리플 섹스 노하우’와 ‘신음소리 매뉴얼’에 대하서 앙큼하고 대담하게 ‘혀’를 놀린다.”(224쪽) 등 이런 것은 남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성에대해 점점 과격해지려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져 본다.
그리고 필자는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해 보인다. 어느 부분에서는 ‘여왕’ 같이, 다른 일화에서는 타락한 독신 여성으로 묘사된다.
아무튼 우리나라 작가의 글은 근래에 잘 안 읽었는데, 이 작품은 잘 선택했다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