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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권지예 지음 / 이가서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권지예의 <폭소>와 <꿈꾸는 마리오네뜨>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들의 내용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흥미 있었고 진지하게 대했던 괜찮은 작품이었던 것으로 나에게 인식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독서 경험도 일천하지만 그나마 독후감 등을 쓰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일에 치어 시간도 없었지만, 그래도 독후감을 짧게나마 써 왔다면 하는 성찰을 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못쓰는 글이나마 ‘꼭 몇 줄이라도 메모해 놔야지’ 거듭 다짐한다.
나는 여행, 특히 외국 기행적 수필류를 선호한다. 내가 외국 중 동경하는 곳이 많고 또 해외여행을 최고의 희망사항으로 여겨왔다. 한 때는 뉴질랜드로 이민 가려고 그 곳의 정보를 알아보고 이민 투자 설명회도 나가 본 적이 있다. 모든 것이 여의치 않았고,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함을 책을 통한 대리만족으로 그냥 살아가고 있다.
시중에는 수많은 외국의 ‘여행’ ‘이민’ ‘체류’에 관계된 후일담의 책이 쏟아져 나와 있다. 그런데 읽은 만한 것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아무리 특이한 외국 여행 및 거주 경험이 있더라도 문장, 즉 ‘글발’이 따러 주지 않으면 잘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권지예의 이 작품은 나에게 딱 이었다. 별 고민 없이 선택하고 킬킬대면서 쉽게 읽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쇠퇴하고 있지만 과거만 하더라도 유학하면 프, 영, 독 이었다. 그 중 프랑스 파리에서의 필자의 좌충우돌 유학 생활은 흥미진진했다.
내가 지금까지 여기저기서 조금 학습한 파리의 인상은 인간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나라라는 점이다. 홍세화의 책을 통해 알은‘똘레랑스’의 나라. 근로자 자신의 권익을 찾기 위한 파업으로 교통대란이 일어나도 대체적으로 참고 기다리는 나라. 거리에서 만나는 3명 중 한 명은 흑인일 정도로 인종 전시장같이 포용적인 나라. 경제가 아무리 나빠도 문화적 틀이 워낙 튼튼하여 걱정 없고, 소외된 자를 중시하고 분배에 신경 쓰는 나라 정도이다.
이 책에도 필자의 딸이 공휴일도 아닌데, 학교에 가지 않는다. 선생님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데모에 참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학부모들이 그것을 수용하고 존중해 준다는 이야기는 우리와 다른 면이다. 물론 목에 힘만 주는 일부 교장샘이 존재하는 우리 현실하고는 또 다르지만 말이다.
이 책에는 황당한 일화가 종종 등장하여 책을 읽는 흥미를 배가 시킨다. (1) 고속도로여행 중, 한국식 공무원 버전의 생각으로 인한 오해에서 생긴 사건,(2) 프랑스는 7을 쓸 때 반드시 허리 중간에 뭔 표시를 해야 하는 데서 발생한 오해. (3) ‘단추 구멍 꿰매기’는 직접 읽어보시라. 생각했던 것과 아주 자른 애기니. (4) 한국도 여자가 담배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도록 허 하라. (5) 거지도 도서관에 책을 대출하고, 책꽂이를 갖추고, 크리스마스 추리를 준비하는 것은 차라리 여유 있고 낭만적으로 보인다. (6) 사람 사는 곳 대동소이하듯이 ‘똘레랑스’의 나라 여기도 인종차별 하는 인간이 있는가 보다.
그런데 필자가 이 책 곳곳에서 자주 가난한 유학생 운운하는데, 차있고, 아파트에 사르면 양호한 것이 아닌지. 필자가 유학을 마친 것이 98년인가 언제가 본데, 정작 책이 나온 것은 2004년이다. <폭소> 등 인기에 편승해서 책을 낸 것이 아니라 믿는다. 아무튼 많이 읽히면 되지 않나 생각도 해 보고. 이런 작품도 좋지만,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처럼 필자도 좀 더 전문적인 기행문적 수필을 쓰면 그것도 훌륭한 작품이 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