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2 -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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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물이야 논밭을 비옥하게 하고, 강물은 사람을 이롭게 하고, 도랑물은 들풀을 자라게 하고, 연못의 물은 물고기를 잘 자라게 한다지만 사람의 눈물은 대체 어디에 쓴다는 거야. 세상에서 제일 값어치 없는 게 바로 눈물이라고!”(200쪽) 과연 그럴까?  ‘비누’의 일구월신 남편을 향한 눈물, 관리들의 가렴주구에 대한 저항의 눈물, 노역으로 내몰려 피를 통하면서 죽어간 민초에 대한 눈물은 마침내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

쑤퉁의 ‘눈물’이라는 책은 손에 딱 들어오고 가벼워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읽기 안성맞춤이다. 어려움 없이 한 여인의 순애보와 파란만장한 만리장성의 중국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맹강녀 설화를 쑤퉁의 글발로 재창조한 ‘눈물’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봉건주의 사회의 냉혹한 현실문제에 접근한다. 즉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지배자의 횡포와 탄압을 고발하고 풍자한다. 진시황의 장성 축조에 노역으로 끌려간 남편을 만나러 ‘비누’는 겨울옷을 가지고 간난신고 끝에 찾아가지만 남편은 죽고 없다.
마침내 사람은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바위에 올라가 비누는 눈물을 흘리면서 울부짖는다.
여기서 비누가 흘리는 눈물은 무엇의미를 가졌는가.

물론 남편의 죽음을 맞고 울지 않을 여자가 있겠는가. 그런데, 여기서 비누의 눈물은 남편을 잃었다는 슬픔을 넘어서 그 이상의 숭고함과 역사  의식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 모두 비의 눈물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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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Lemon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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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이나 또 다른 작품과 달리 죽이고 파괴하는 내용의 묘사가 가장 적은 것으로 생각된다. ‘레몬’은 클론으로 복사되어, 어떠한 물리적 필요에 의해 기구한 운명으로 태어난 마리코와 후타바가 서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주요 내용이다. 원래의 제목은 ‘분신’이었으나 독자들에게 친절한 제목이라 ‘레몬’으로 원제와 다른 제목을 달았다고 한다. ‘레몬’이 두 자매를 연결하는 상징물이 되고 원제보다 의문을 갖게 하는 적당한 제목이라 생각된다.

길을 가다가 자기랑 똑같은 외모의 사람을 만나면 의심해 봐라. 어찌 보면 꿈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모르는 또 하나의 존재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부모의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 못한다. 과학의 발달은 우리에게 항상 달콤한 열매만 제공 할 것인가. 아무튼 이런 내용이 이 추리 소설의 시발점이 된다.

책 읽는 시간이 몇 십 분 단위로 불규칙하고 회사 일을 끊임없이 생각해야하는 위치에 있어, 읽다가 다시 돌아갈 때가 많다. 한참 책에 몰입하려 하면 누가 와서 업무에 대한 코멘트가 있다 보면 흐름이 자주 끊어질 수밖에 없다. 책을 읽고 리뷰를 달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고, 이런저런 부담감 때문에 가벼운 소설을 읽게 된다.

이 소설도 그런 취지로 집어 들었는데 시간 보내기에는 딱 이다.   마리코와 후타바를 바꾸어 가며 자기를 찾아나서는 장면이 눈물겹다. 그리고 가끔은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면 삽입이 있어 흥미를 더한다. 그런데 후타바가 텔레비전에 한 번 출연한 것 가지고 큰 사건이 비화된다거나, 어찌 보면 단순한 소재로 도식적 결말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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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1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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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들의 고혈을 빨아서 축조한 만리장성에 관련한 맹강녀 설화를 축으로 소설로 창작된 작품이다. 그의 ‘쌀’이라는 작품 이후 이 소설에서 천성적 이야기꾼 쑤통의 재주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 이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그의 기발한 착상에 놀라고 지아비를 위한 한 여인의 집념의 눈물에 젖는다.

북산이라는 곳에 울고 싶어도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 ‘눈물 금지령’을 내렸을 때, 쑤더 노인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장면을 한 마디로 중국식 코미디이다. 우연히 사람도 아닌 돼지로 인해서 목숨을 건지는 것이다. 그런데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것도 큰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본능을 타율적으로 제지한다는 것은 죄악이다. 힘없는 백성들은 아들과 지아비를 잃은 슬픔 앞에서도 각기 우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즉 귀, 발, 또, 입술 등으로 눈물을 흘리는데, 도촌에 사는 여자가 유방으로 운다는 부분은 웃으면서도 눈물이 나게 한다.

머리카락으로 우는 비누는 만리장성 공사장으로 끌려간 남편 완치량을 찾으러 고난의 먼 여정에 나선다. 그 당시의 노역에 동원된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가족이 파괴되고 부부가 서로 생사여부를 모르는 체 살아가야하는 현실은 비극적이다. 오늘날도 병역을 피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쓰듯이 노역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두 손목을 자른 수레꾼은 권력의 횡포에 극치이다.

권력층을 대변하는 형명군들은 호외호식 하지만, 노역에 동원되어 말이 씨가 마르자 인간이 말을 대신하는 말 인간이 등장 한다. 관리들의 수탈과 폭압 정치는 민중들의 삶을 왜곡 시키고 분노하게 만든다. 이런 제도 정치의 희생자 비누의 남편을 만나기 위한 여정은 고난의 연속 일수 밖에 없다. 그녀가 흘리는 눈물은 슬픔을 대변하지만 한편으로는 권력자의 부당한 횡포에 대한 저항이요, 가타르시스며 참회의 눈물로 상징된다.

비누의 힘든 남편을 향한 힘든 여정은 2권에서는 성공할는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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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1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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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년 시절에, 조부께서 시간만 나면 낭독하셨던 서책이 ‘옥루몽’인지 아니면 ‘홍루몽’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아마 홍루몽이었든지 싶다. 고전표기의 필사본으로 아래아 및 방점도 쓰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얼치기 선비 비슷한 조부께서 하라는 일은 안하시고 낭랑한 목소리로 낭독하셨던 그 소리는 그 당시 기억으로 참으로 듣기 좋았다. 인터넷에서 그 때 그 책의 그림을 찾아보니 기억이 새로웠다. 그래서 추억이 그리워서 또 호기심 반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걸리지 모르지만 마오쩌둥이 “적어도 다섯 번은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할 정도의 고전이니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아 본다. 모든 고전이 그렇듯이 대체적으로 밋밋한 전개에 전지적 시점으로 쓰였고, 또한 현재 동시대와 동떨어진 내용으로 읽는 이에게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더구나 방대한 대하소설이니 고전분투 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이 작품은 장회(章回) 소설로, 매 장 끝에 “어떻게 될지는 다음 회를 보시라.‘ 는 말이 나온다. 다음 장을 보라는 것이다. 염상섭의 ’삼대‘가 그렇던가.
그리고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어느 독자는 노트에 등장인물의 가계도를 그리면서 읽었다고 하는데 이해가 갔다. 물론 가계도는 이 책 뒤편에 나오고, 내용 속에도 도식화 되었지만.

아직 1권이라 본격적인 내용은 없지만, 번역 문장이 유려하고 고전 치고는 재미있다고 할 수 있다. 앞부분에서는 유불선이 모두 나온다. 도사와 스님이 등장하고, 옥이 말을 하는 초자연적인 언급이 있다. 가보옥이 꿈에 태허환경을 노닐다 거나, 가상인물과 운우의 정을 나누는 장면은 차라리 신선의 세계를 보는 것 같다. 원체 이 이야기가 ‘여와보천’이라는 신화에서 출발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수적으로 얻는 지식은 봉건주의 시대의 그 당시 생활상(18세기 중반)을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대하소설 박경리의 ‘토지’를 통해 일제시대 전후의 우리 민족의 숨결을 느낄 수 있듯이 말이다.  가씨 집안의 대관원이라는 아름다운 정원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어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어떤 놀이 문화로 여가 생활을 하였는가가 잘 묘사되어 있다.

1권을 읽고나서 앞으로 이 책의 내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빨리 다음 책을 준비하려 한다.  가보옥과 임대옥의 호감은 아무 문제 없이 지속되고 설보채와는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가?  행방불명되었다가 잠시 행방이 밝혀진 진사은의 딸 영련은 어떻게 될 것인가?
수많은 등장인물이 벌이는 풍자와 해학, 사랑의 갈등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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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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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도 그런대로 재미있지만, 본격적인 작가의 노림수는 2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만큼 더 몰입할 수 있다. 전 권에서 갈피를 못 잡았던 내용도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어 흥미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유키호와 료지가 각자 벌이는 행적이 다양해서 등장인물이 많다. 그렇다고 그들이 각자 노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생뚱맞다가도 끝에 가면 이 두 사람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2권에서는 아직 유키호와 기리하라 료지의 분명한 캐릭터는 들어나지 않는다. 가난한 바람난 과부의 딸 유키호는 어떤 인간이가? 먼 친척의 양녀로 변신하여 모든 것을 거침없이 행하는 그녀 유키호는 왜 그렇게 되었나? 늑대로 변한 기리하라의 특별한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전편에서 읽은 기억이 없다. 그것이 가난이나 부모의 무관심등이 아니면, 혹시 내가 소홀하여 놓치고 읽은 것은 아닌지. 아무튼 기리하라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기리하라 씨, 그렇게 불규칙적인 생활을 있어요? 내 인생은 백야 속을 걷는 것 같으니까.”(141쪽) 왜 백야 속을 걷게 되었는가? 그에게 태양이 있는 밝은 세계를 걸을 수 있을 날이 올 것인가?  

왜 이 두 사람은 서로 가까운 곳에서 되돌릴 수 없는 악행을 반복하는지 3편을 기대해 본다. 서로 어떠한 끈으로 연결이 되는지. 섬뜩함을 넘어서 괴기스럽기까지 한 그들의 행동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지켜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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