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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력 - 내일로 가는 길을 책에서 찾다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사마천의 『사기』는 대나무 즉 죽간에 쓴 것으로 이것이 역사적으로 전해 온 것이라 한다. 사마천은 부친의 목숨을 앗아가고 집안을 풍지박산으로 만든, 올바른 ‘正史’에 관한 기록을 위하여 다시 한 번 도전한다. 남자로서 치명적이고 굴욕적인 수모를 당하면서, 오늘날 까지 고금의 보물로 여겨지는 『사기』를 썼다. 특히 그 중에서도 ‘열전’은 몇 번을 읽어도 새롭고 또한 감동적인 글이다. 한때는 이런 이유로 사기의 열전의 번역본을 다 모은 적도 있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 책 제목 때문이다. 『冊曆』도 아닌 책의 힘(冊力이)라는 제목의 책(冊)자가 마음에 다가왔다. 이 책자는 대나무를 반을 갈라서 그곳에 기록한 것을 뜻하는 상형문자이다. 그러면 ‘사기’는 몇 수레의 대나무가 필요했을까. 종이가 발명되기 전이라고 했을 때, 흔히 男兒湏讀五車書(남아수독오거서)라는 것은 대나무 다섯 수레를 읽어야 한다는 것인가. 물론 전체적으로 많이 읽어야 한다는 뜻이겠지만 말이다.
책 읽기 지침서 정도로 평가되는 안상헌의 이 책에서는 ‘看書痴’가 되기보다는 균형 있는 독서를 주문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죽어라 읽어야 하지만, 두 번째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읽고 생각하기를. 어느 정도에 이르러서는 조금 읽고 많이 쓸 것을 권한다. 책만 많이 읽고 그것을 자신에게 응용하고 적응하여 확대시키지 못하면 자기만의 카오스에 빠진다고 경계한다. 한 마디로 실용적인 독서를 하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부분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도식적이고 체계적인 것보다는 읽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기억에 남기고 싶으면 기록하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물론 자기 생각을 가미해서 말이다.
저자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자신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정보와 자료, 지식들을 입력하면 부작용이 올 수도 있습니다.”(134쪽) 라고 말한다. 그러면 필요에 따라 발췌독만 하라는 것인지, 앞부분의 본인의 글하고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라고 말하면서“책에서 배운 것은 일반적인 원리와 지식이기 때문에 현실에 적용할 때는 자신에 맞게 개선하거나 수정해야(중략) 지나치게 책을 읽다 보면 맹신이 생겨서, 무비판적 적용, 현실 도피처로 책을 선택(요약 인용), 책은 자신을 충전하고 발전하고 휴식할 수 있는 영혼의 집입니다.(134쪽) 이것은 마치 영화를 보고, 현실과 혼동해서 그 영화의 세계를 그대로 모방하려 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과 같다. 또 돈키호테 마냥 기사도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과대망상증에 이를 수도 있으니 지나치게 읽지 말라는 것과 별반 다름없다. 생활력도 없이 책만 읽는 백면서생을 경계하거나, 편중된 독서를 신중하게 생각해서 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 할 수 있어도 “필요한 것 이상의 정보를 얻지 말라.”는 것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그것의 한도를 규정하는 것도 어렵고 그대로 실행한다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 글의 제목처럼 그 책력 을 통해서 알게 모르게 얻게 되는 지혜와 통찰력으로, 본인의 독서의 완급을 조정하고 자발적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한 경쟁 시대의 도래로 인하여 인간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더욱 고단하다. 무엇하나 희망은 보이지 않고 절망과 어려움만이 엄습해 올 때, 이런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 책을 드는 사람도 있다. 비록 많다고 보지는 않지만. 이 글에서도 재미있는 책을 통하여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기분이 좋아지는 삶을 누리라고 충고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책 말고도 요즈음에는 재미나게 놀 수 있는 것이 무척이나 많지만, 그것은 일시적이고 순간이며 돈 또한 많이 들으니 책을 통한 위안과 기쁨이 제일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피터 드러커의 지식사회라는 용어를 들어, 저자는 우리나가 IMF 구제금융 시기를 지나면서 산업사회를 벗어나 지식사회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요즈음 각 회사에서는 독서 클럽을 만들고,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며 책도 많이 사준다고 들었다. 이런 제도가 매스컴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특색사업이라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은 좀 부끄러운 일이지만 예산이 책정되어 있는데도 책을 사는 것에 인색하다. 그것은 오너의 식견과 의지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 일 것이다. 앞으로 책을 통하여 조직을 창의적으로 만들고, 지식 축적을 통하여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야 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책을 많이 읽으면 지적 오만에 빠지는 것을 이 글에서 경계한다. 조심해야 될 충고이다. 무조건 모든 것에 논리를 들이대고, 다른 사람과 자신이 아는 양을 비교하여 외면하고 무시하는 작태를 또한 항상 성찰해야 한다. “책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로 읽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기 위한 도구로 읽혀져야 합니다. 그래야 지적 오만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118쪽) 필자의 이 지적은, 지금은 그럴 주제도 못되지만, 앞으로 명심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성공이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면서 내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그러기 위해서는 ‘책은 최고의 신하’다. ‘책으로 마음 닦기’ ‘깨어 있는 즐거움’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등등 이것은 이 책의 소제목들이다. 필자의 정결하고 심층적인 책읽기를 통한 내공의 응결체인 촌철살인의 글귀다.
이 책을 읽어 나의 부진한 책읽기에 활력으로 삼고, 잘못 가려는 독서의 길을 바로 잡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