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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 피어싱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7월
평점 :
도대체 사람의 몸에 그런 행위를 왜하는 것인가? ‘신체발부는 수지부모요 불감훼손이 효지시야라’ 고 말하면 마치 박물관에 온 것으로 착각할 것이지만, 귀고리 정도만 보아온 나로서는 처음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간혹 배꼽에 피어싱을 한 젊은 사람들만 봐도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이 작품에서 소개되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자기 학대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읽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게 만드는, 혀를(스플릿 텅) 망가트리어 가면서까지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젊은 혈기에 못 마땅하게만 보이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 할 수 없는가. 삶에 대한 허무를 자학이 아니면 견뎌내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남과 다른 , 그들 말로‘신체개조’라는 것을 하며는 어떤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단 말인가.
많지 않은 분량의 이 책을 읽는 내내 편치 못하였다. 섬뜩하여 소름이 끼쳤다. 마치 예민한 내 혀에 구명을 뚫는 것 같아서 몇 행은 그냥 읽지 않고 넘긴 적이 있었다. 이것이 그들만의 소통이자 사회에 대한 단절인가. 온 몸에 문신을 새기며, 그것을 마치 자기의 정체성인 것 마냥 개발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들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조폭들이 어떤 동료의식과 위협의 도구로 문신을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인 들은 드문 일로 알고 있다.
주인공 ‘루이’는 ‘아마’는 동거를 시작한다. ‘아마’의 ‘스플릿 텅’을 보고 ‘루이’는 혀를 둘로 가르는 ‘신체개조’를 선망한다. 피어싱 전문가 ‘시바’를 만나고, 그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 스플릿 텅은 날이 갈수록 혀의 구멍이 점점 커져 가는데 또한 그것만큼 그들은 공허해한다. 결국 루이와 아마, 시바는 삼각관계가 되고 서로를 경계하는 것이 조금 빗치지만 그것이 뚜렷하게 부각되는 것은 아니다.
가네하라 히토미는 스무 살에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작가이다. 이 소설만큼이나 처절하고 힘든 삶은 살은 그는 ‘무라카미 류’의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무라카미 류의 소설 경향과도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밥을 먹고 배설하는 자체도 귀찮은 루이는 뼈만 남아서 ‘미라’같이 말라가고, 날이 갈수록 술로 슬픔과 공허를 메워 나간다. 자기를 떠날까봐 ‘기린’과 ‘용’의 눈을 그려 넣지 않은 문신을 하고, 아마의 실종을 안타까워한다. 그런데 내가 잘못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루이와 아마가 그렇게 결속력이 있었던 것이 아닌 것이라 생각된다. 루이는 아마의 진짜 이름도 모르고, 주소도 무슨 직업을 가졌는지도 알지 못한다.
아마가 죽고 난 다음에 시바가 범인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향’을 없애고, 그와 천연덕스럽게 섹스를 하고 같이 사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되나. 그것은 아마 루이가 존재의 불안을 느껴서, 고독해서, 사회로부터의 단절에서 자기와 소통할 사람을 찾기 위한 일탈 행위가 아닌가 짐작해 본다.
대단히 감각적인 이미지의 문체로, 또한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전율하면서 어느새 읽었는지 모를 정도의 가독성이 높은 소설이라 하겠다. 끝으로 이 책의 제목 으로 인용되는 ‘피어싱’ 과 ‘문신’은 그들만의 공허를 해소하고, 사회와의 단절에 의미일 것이다. 그들만의 소통 부재에서 유독 그것만이 위안을 주는 것으로 여겼을 지도 모른다. 동거남이 죽고 말라가는 루이의 몸에서 좌절의 옥쇄는 점점 조여 가지만, 절망이 크면 극복이 있듯이, 루이는 그 속에서 서서히 삶의 희망의 끈을 잡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