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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의 제목을 나름대로‘대자대비한 여사 납치 자작극’으로 달리 붙여 본다. 이 책 제목만 보고는 ‘처절하고 악랄한 유괴 사건이 일본 열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책 일거야.’생각했다. 왜냐하면 유괴 앞에 ‘대’자 붙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아주 인자한 부자 할머니와 대체로 극악무도한 남치범의 캐릭터랑 맞지 않는 어설픈 유괴범 삼인이 벌이는 맬러 드라마 정도의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유괴범들과 경찰이 벌이는 쫓고 쫓기는 대 로망은 이 책의 제목과 부합한다. 다른 유괴 소설과 같이 잔인한 면이 없고, 특히 기존 이런 소설과 크게 다른 점은 불안에 떨고 목숨을 보존하기에 급급해야 할 인질이 지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발한 발상이다. 유괴범이 유괴범답고, 인질이 인질다운 전형적 납치를 다룬 소설이라면 얼마나 식상할 것인가. 그렇다고 부자 할머니가 유괴범에게 유연하게 대하는 장치를 황당하게 설정했다면 바로 이 책을 던져버렸을 것이다.
우선 할머니의 대가없는 사회봉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쏟은 자비로, 폭 넓은 지역으로부터 신처럼 받들어 지고 있는 것으로 캐리터를 강화 한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할머니의 이탈된 행위를 모두 해명하고 필연성을 부여하고 있어 자연스럽다. 부자 할머니가 자기가 죽고 없을 때, 온실 속에서 자라온 자식들에게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메시지를 주는 것만으로도 이런 엉뚱한 설정이 그럴듯하다. 그리고 세금 문제 등을 통하여 100억 엔의 몸 값 지불에 크게 문제가 없음을 독자가 인식하게 한다.
부자 할머니를 대장으로 한 유괴범들의 돈을 받아내는 과정은 참으로 창대하다. 대부분 이런 유의 사건은 뻔하다. 어디 어느 지점에 돈을 갔다 놔라. 범인들이 지시하고, 그 장소를 몇 번 바꾸고, 그 장소에 경찰이 있니 없니 하다가 결국 범인이 잡히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헬기가 동원되고 텔레비전을 통해 입체적 중계로 전 세계의 전파를 탄다. 한 마디로 스케일이 크다.
요즘 실제로 100억 대의 할머니가 필리핀에서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자식들 등 주변 인물들의 사주에 의한 청부 살해로 보고 있다. 그리고 강남의 몇 백억 부동산 부자가 대학 동창으로부터 80여 일간 감금되고 백억 대를 갈취 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인 부자 할머니처럼 베풀고, 지혜롭게 해결하려 했다면 좀 더 원만하게 해결됐을 거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