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사람들 - 하종강이 만난 진짜 노동자
하종강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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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직에 근무하는 나도 노동자지만, 우리는 협의의 개념으로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을 노동자라고 인식하려 한다. 우리의 주변에는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많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도 비정규직 동료가 있다. 2년이 되면 다시 직장을 옮겨야 하는 떠따방 신세지만 온갖 궂은일을 다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규직 전환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 직장 근무 년 수를 2년으로 했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물단지 제도가 되어 버렸다. 평등하고 억울한 일 당하지 않으며 일만 열심히 살 수 있는 시대는 요원한 것인가.

 하종강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조금은 낮게 음지에서 초지일관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50여 명을 인터뷰한 글이다.  원래는‘한울노동문제연구소’를 운영하며 노동 문제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저자가 『한겨레 21』에 연재한 글을 단행본으로 묻은 책이다.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니 인물이 훤한 하종강은 상당히 신뢰가 가는 사람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어려운 상황의 노동자들에게는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는 매신저 역할을 하는 고마운 분이다.  또한 그는“한 때,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부끄럼 없이 걷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그 길에서 내려와 길가에라도 남아 있으며 그리고 애쓰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최소한의 길을 막는 사람이 되지는 않게 노라”라고 말하는 분이다.

  대체로 이런 리더의 역할을 하는 자들은 노동자들의 지지로 권력층에 들어가면 더 친재벌적이고 노동자 때려잡는데 온 힘을 쏟는 인간들이 많다. 그런데 하종강은 영원히 노동자의 희망의 등불이 될 것 같은 강한 필이 온다. 그에 대한 평판과 여러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말이다.

 저자가 밝힌 인터뷰 대상의 선정 기준에 많은 공감이 갔고, 이 책을 내가 읽게 된 절대적 이유가 되었다. 아무튼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손해를 감수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우리 사회의 모순 된 억압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지 않는 사람, 운동권 내에서조차 중심에 우뚝 서 있지 않은 사람”또한 “그 본능적 정의감이 핏속에 흐르는 사람들”이 카테고리 안에 들어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감동적이고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삶을 살은 이들이다. 그 중에서도 더욱 더 애정이 가는 인터뷰를 힘들게 골라 본다. 우선 전향하거나 준법 서약하면 면 할 수 있는 옥살이를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기 위해 거부하여 14년 옥살이를 한 <구미유학생간첩단사건>.  “말을 바꾸면 생각도 바뀐다.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고 했다.”는 잊지 못할 말이다. 오늘날 김모 목사, 안모 학자가 갑자기 떠올랐다. 짐작이 가리라. 이들은 좌측으로 가는 척하다가 갑자기 우측으로 그것도 확 꺾어 버린 자들이다.

“자연의 온갖 사물에 풀꽃 상을 준다.”(17쪽) <가슴에 와 박히는 수상 표어>

“골목길은 메마른 땅에 흐르는 개울과 같습니다.”(22쪽) <인사동 골목길>

하종강의 인간적인 진지하게 이 시대를 사람들의 인터뷰는 항상 눈물겹게 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울컥울컥 눈물이 나올 수 있다. 부디 도서관 같은 공공  장소에서는 읽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참 좋은 사람들이며, 참 좋은 글이며, 참 좋은 책이다.  『그래도 희망은 노동 운동』도 꼭 읽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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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제왕의 생애 (반양장)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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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제왕의 생애』는 가상 역사 소설이다. 중국 오천 년 역사의 제도나 사건을 응축하여 가상의 왕조 세계에 옮겨 놓아 이야기를 엮어 간다. 즉 지난한 인생살이의 축소판이라 할 정도로 많은 삶의 갈등 요소가 부침을 거듭한다. 인생을 이야기하고 삶의 허무를 말한다.

  졸지에 제왕이 된 주인공 ‘단백’은 세상을 지배할 권리를 얻게 된다. 그런데 그는 봉건시대의 중국의 역사가 그러하듯이 첨예한 왕실의 권력다툼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된다. 왕실의 역사를 보면 행복과 고통의 사이클이 장삼이사의 일반인 보다 아주 짧다. 어찌 보면 하루 밤의 ‘꿈’에 불과한 인생을 음모와 배신, 처절한 응징으로 온갖 지난한 삶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살게 된다. 이 소설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요즈음 ‘쑤퉁’의 소설을 많이 읽게 된다. 『이혼 지침서』, 『쌀』,『홍등』
『처첩성군』『마씨집안 자녀 교육기』등을 읽었으니, ‘위화’와 더불어 가장 많이 접해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쑤퉁’의 소설이 구성이 조직적이지 못하고  스토리가 약간 처지는 단점이 있지만 마약처럼 그의 책이 나왔다면 찾게 된다. ‘쑤퉁’의 글에는 인생의 험난한 삶의 여정이 녹아 있다. 그것도 아주 쉬운 이야기 형식에 처절하고 몸서리치는, 때로는 역동적인 인물들이 그의 유머 있는 문체 빌려 독자를 사로잡는다.

  우리의 주인공이 하필이면 안전장치 없는 줄타기에 몰입하는 것일까. 14세의 왕으로서 외줄 타기에 대한 매료는 부침 있는 인생살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인가.
‘나, 제왕 단백’은 자기가 좋아하는 줄타기를 통하여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어떤 삶의 진정성을 맛보다고 말 할 수 있다. 또한 외줄에 매달린 그를 통해 곡예와 같은 인생의 불안함을 은연 중 암시하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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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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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 교수의 이 책을 읽은 지 꽤 시간이 흘렀다. 독후감을 쓰지 않으려다 얼마 전 사회적 이슈가 되어 당시의 독서 메모를 찾아보았다. 신기하게도 국방부 추천도서(?) 된 다음부터 이 책이 더욱 많이 팔렸다는데 아이러니 하다.

  아무튼 어느 여당 의원도 말했지만 우리나라는 과잉 충성하는 인간들이 문제다. 경찰서에도 신영복 교수의 ‘어깨동무체’글씨를 모두 떼어내 버리라고 지시 했다니 과연 우리는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의문이 간다. 장하준 교수는 국방부에서 이런 짓거리하기 전에, 극한 보수 신문인 조선일보에 명문가를 소개하면서 책도 소개 했는데, 조선을 국가보안법으로 걸어야 되는 것 아닌가?  

  장교수의 이 책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은 작금의 죽 쑤고 경제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관료들이 큰형님처럼 믿고 있던 미국 경제가 작살이 나고, 아울러 그 파고가 전 세계로 물밀 듯이 밀려가 여러 나라가 박살 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환율이 오르락내리락 하여 같은 일 두 번 당하여 개망신 당할까봐 만수 형님이 밤잠을 못자고 있는 처지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발음도 잘 안되는 글로벌이니 오릔지, 입만 열면 세계화라고 부르짖던 일이 어제 같은데 후회막심이다.

  장교수 말을 곰곰이 따져 보았더라면 좀더 지혜롭게 대처하고, 미국도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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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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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내가 사는 아파트 앞 동에서 전날에도 여러 번 거쳐 들어 보았던 어린 아이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들려온다. 간간히 물건이 박살나는 소리와 찌어지는 듯한 여자의 울음소리도 들리지만 아이의 비명 소리가 유난히 가슴에 들어온다. 반복되는 가정의 불화가 저 아이를 얼마나 불안하게하고 힘들게 할까 생각하니 잠이 싹 달아났다. 물론 어리기 때문에 쉽게 잊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거듭되는 외부적 충격으로 정서 불안을 초래하고 나가서는 그 아이의 인격 형성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은 상존하리라 생각한다.

 나의 유년 시절, 우리 집안은 불화의 연속 있었다. 양반의 잔반이라고 당신 스스로 여기는, 지금 생각하면 얼치기 선비라고 생각되는 조부가 항상 문제였다. 결코 존경할 수 없었던 조부의 자기중심적 욕망은 항상 가정을 폭풍 속으로 몰아넣었다. 절제되지 않은 아집과 고집은 가족을 항상 고통스럽게 했다. 거기에다 선량하지만 끊고 맺음이 없는 부친은 조부에 눌려서 완전한 복종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 시원한 해결도 아닌 애매모호한 처신으로 가족간의 불화만 더 깊게 했다.

  심윤경의 『아름다운 정원』에서도, 끊임없는 고부간의 갈등으로 어린 영혼에 상처를 받고 사는 주인공 ‘동구’가 있다.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동구네 집의 불화는 할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일방적인 폭력으로 야긴 된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떤 쪽으로든 하나라도 곪지 않고, 어느 정도의 갈등 없는 완전한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의 문제이다. 할머니의 심술에 가까운 가정 폭력은 도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하루 편안할 날이 없었던  집안 어른들의 불화는 동구의 어린 영혼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 그는 난독증에 시달리게 된다. 못 읽고, 못 쓰며, 말을 더듬는 증상이다.

『달의 제단』에서 보여 주었던 작가의 아름다운 문체는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다. 이 소설에서도 작가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어린 아이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안팎으로 가해지는 동구의 시련이 작가의 뛰어난 역량으로 아련한 연민과 가슴 조이는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또한 비틀리는 가정 사 뿐 만아니라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당시의 암울하고 처절했던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다시 복기할 수도 있다.

한 교사의 교육관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이를 (거칠게 표현하여) 죽이기도 하고 살릴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동구에게 박영은 선생은 구세주를 만난 것이나 다름없다. 난독증의 동구를 진단하고 교육시킨 이도 그 여자 선생이다. 아이들을 다 보낸 후 특별한 개인지도를 통하여 동구를 이끌어 간다. 서로 교감하고 불안정한 동구의 감성을 따스한 가슴으로 감싸 안으면서 눈물겨운 성과를 찾아 간다. 윽박지르고 억압하며, 아이들이 많다는 핑계로 무신경하게 하루하루 넘기는 것으로 교육을 마무리 하는 교사가 현실적으로 많은 현실에서 귀감이 될 수 있는 메시지다.

앞으로 심윤경의 책이 새로 나온다면 연일 제쳐두고 읽겠다.   왜냐하면 그녀의 글쓰기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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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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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런던 뒷골목의 음침하고 교활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다. 악한들과 상류층 인물들이 펼치는 음모와 사랑, 배신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어느 부분에서는 책을 던져버리고 싶도록 지루하게 전개된다.

 책이 두껍다. 보통 2-3권 정도로 분철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미리 질리지 마시라. 비교적 재미있고 몰입하면 금세 끝이다. 기막힌 반전이 있고, 황당하게도 아기를 서로 매매하는 등 기상천외한 사건이 읽는 이를 붙잡는다.

 이 소설의 초입에, 유산상속으로 벌어지는 사기꾼들의 모습이 등장하고 도둑질 등 온갖 악행을 자행하는 인물들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점을 고려할 때 빅토리아 시대의 어두운 사회상을 그린 세태소설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드와 수 트린더가 서로 엎치락뒤치락 거리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그녀들이 정신 병원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하는 스릴 있는 장면은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음모와 배신이 소설 전편에 게재되어 있고, 계속되는 의문이 꼬리를 물며 추적의 사고를 작동하게 하는 힘은 이 소설을 미스터리 스릴러로 보아도 무방하다 할 수 있다..

 처음 1.2장은 지루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갈등을 겪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인내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밤을 새워 읽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책이다. 책 소개 글을 보니, 이 책의 저자 세라 워터스가 찰스 디킨스를 흠모했다고 하고, 『올리버 트위스트』,『위대한 유산』의 영향이 받았다는 언급이 있었다. 이 소설을 읽는 중에, 같은 장면에 대해서 중언부언하는 상세한 묘사와 글의 흐름이 다소 늦은 감이 있어, 전형적인 소위 고전 문학 형태를 취했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이 책의 소개 글을 뒤늦게 읽어보니 내 독후감이 크게 틀리지 않음을 알았다.

  젠틀맨의 고단수의 음모와 계략에 따라 수 트린더는 모드의 하녀가 되어 그녀의 상속 재산을 가로채어 나누어 가지려 한다. 나중에 읽다보면 석스비 부인도 그 일에 가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하여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여자의 정신병원에서의 가혹한 혹사와 불랙 유머, 스릴 있는 탈출이 가장 흥미로웠다.

이 소설의 제목인 <핑거 스미스>는 소매치기를 뜻하는 19세기 영국의 속어이자, 이 소설의 한 축의 주인공인 수전 스미스와 각운을 이루고 있다. 수의 시각, 모드의 시각을 각각 나누어 서로를 경계하고 서로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이 책에서 얻은 또 다른 부수적인 정보는 이 소설의 번역자의 또 다른 작품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미 대충은 흐름을 알고 있는 책으로 아직 읽을 결심이 서지 않은 이 책들을 추석 연휴를 이용하든지 하여 꼭 읽어 보려한다. 『곤두박질』, 『키리나가』,『마지막 기회』, 『둠즈데이 북』, 『바람의 열두 방향』, 등이다. 그리고 읽다가 중도에 포기한 『위대한 유산』,『올리버 트위스트』도 꼭 완독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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