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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 ㅣ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960년대 런던 뒷골목의 음침하고 교활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다. 악한들과 상류층 인물들이 펼치는 음모와 사랑, 배신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어느 부분에서는 책을 던져버리고 싶도록 지루하게 전개된다.
책이 두껍다. 보통 2-3권 정도로 분철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미리 질리지 마시라. 비교적 재미있고 몰입하면 금세 끝이다. 기막힌 반전이 있고, 황당하게도 아기를 서로 매매하는 등 기상천외한 사건이 읽는 이를 붙잡는다.
이 소설의 초입에, 유산상속으로 벌어지는 사기꾼들의 모습이 등장하고 도둑질 등 온갖 악행을 자행하는 인물들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점을 고려할 때 빅토리아 시대의 어두운 사회상을 그린 세태소설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드와 수 트린더가 서로 엎치락뒤치락 거리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그녀들이 정신 병원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하는 스릴 있는 장면은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음모와 배신이 소설 전편에 게재되어 있고, 계속되는 의문이 꼬리를 물며 추적의 사고를 작동하게 하는 힘은 이 소설을 미스터리 스릴러로 보아도 무방하다 할 수 있다..
처음 1.2장은 지루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갈등을 겪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인내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밤을 새워 읽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책이다. 책 소개 글을 보니, 이 책의 저자 세라 워터스가 찰스 디킨스를 흠모했다고 하고, 『올리버 트위스트』,『위대한 유산』의 영향이 받았다는 언급이 있었다. 이 소설을 읽는 중에, 같은 장면에 대해서 중언부언하는 상세한 묘사와 글의 흐름이 다소 늦은 감이 있어, 전형적인 소위 고전 문학 형태를 취했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이 책의 소개 글을 뒤늦게 읽어보니 내 독후감이 크게 틀리지 않음을 알았다.
젠틀맨의 고단수의 음모와 계략에 따라 수 트린더는 모드의 하녀가 되어 그녀의 상속 재산을 가로채어 나누어 가지려 한다. 나중에 읽다보면 석스비 부인도 그 일에 가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하여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여자의 정신병원에서의 가혹한 혹사와 불랙 유머, 스릴 있는 탈출이 가장 흥미로웠다.
이 소설의 제목인 <핑거 스미스>는 소매치기를 뜻하는 19세기 영국의 속어이자, 이 소설의 한 축의 주인공인 수전 스미스와 각운을 이루고 있다. 수의 시각, 모드의 시각을 각각 나누어 서로를 경계하고 서로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이 책에서 얻은 또 다른 부수적인 정보는 이 소설의 번역자의 또 다른 작품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미 대충은 흐름을 알고 있는 책으로 아직 읽을 결심이 서지 않은 이 책들을 추석 연휴를 이용하든지 하여 꼭 읽어 보려한다. 『곤두박질』, 『키리나가』,『마지막 기회』, 『둠즈데이 북』, 『바람의 열두 방향』, 등이다. 그리고 읽다가 중도에 포기한 『위대한 유산』,『올리버 트위스트』도 꼭 완독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