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일포 1
모옌 지음, 박명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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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욕망과 쾌락, 소유욕으로 꿈틀거리는 신 중국을 향해 육신(肉神)이 된 소년이 쏘아대는 호쾌한 대포 마흔 한 발’이 책을 소개하는 문구로, 이 글을 처음에 보았을 때 의아하게 생각했다. ‘육신이 된 소년이 쏘아대는 마흔 한 발’도대체 뭔 소린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작가의 『풍유비둔』을 읽다가 던진 경험이 있어 선택에 망설여졌다. 이런 의문은 이 책을 미친 듯이 읽으면서 말끔히 해소 되었다.

‘하늘은 크고 땅은 넓다지만 모든 것은 고기만 못하다. 지구상에서 내 혼을 다 빼앗아 갈 수 있는 물건이여!’ 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우리의 주인공 뤄샤오통, 고기를 너무 사랑해서 신(神)의 경지에 이른 그가 쏘아대는 대포 사십일 발은 그냥 읽기에는 너무 처절하다.

 살벌한 신자유주의의 경쟁 속에서 중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존의 패러다임은 급격하게 쇠퇴하게 된다. 빈부의 격차와 오로지 물신을 좇는 경쟁 사회의 돌입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여겼던 기존의 가치관마저 파도에 모래 쓸려가 듯 허물어지고 말았다.  주인공은 서로 물고 뜯고 싸우지 않으면 빵을 얻을 수 없는 신 중국에 대해 대포를 쏘아댄다. 촌장 란씨는 권력을, 아버지 뤄통은 애정 좇으며 어머니 량위전은 오로지 돈에 목숨을 건다. 그러므로 뤄샤워통의 고기 사랑은 단순히 고기를 이름이 아니라 권력이며 물질이며 욕망으로 짐작된다.

‘위화’와 ‘ 쑤퉁’을 통해서 알고 있는 중국인들의 끈끈하며 처절하기만 한 삶을 다시 한 번 이 책을 통해서 느껴본다. ‘야생 노새 아줌마’라는 욕망에 휩쓸려 둥베이 지방으로 도망간 아버지를 대신에 어머니 량위전이 생계를 근근이 꾸려 간다. 도망간 남편에게 보란 듯이 살기 위한 어머니의 아주 검소한 삶은 뤄샤워통에게 고기 한 점 허락하지 않는다. 어머니와 주인공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일화는 눈물겹다. 위화의 『허삼관매혈기』와 쑤퉁의『형제, 쌀』에 웃음 뒤에 눈물이 나는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사십일포』를 읽을 때  앞부분에서는 혼동이 올 수가 있다. 이는 두가지 이야기 축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스무 살의 뤄샤오통이 우통신 사찰에서 과거 열 살 무렵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란따 스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구조이며, 다른 하나는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중에 몽환적 구조로 사찰을 둘러싼 현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자의 것은 이야기 연결이 비교적 자연스러우나 몽환적 구조의 사찰 주변의 이야기는 약간이 혼동이 불가피하다.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고 생소하더라도 계속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연결 된다. 오히려 빤히 보이는 얼개보다는 이런 스타일이 더 낳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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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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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을 황석영이 네이버에 연재했다는 사실을 알고, 생경한 느낌을 받았다. 그들 세대 중, 어느 유명 작가는 집필 시 영혼을 담아 연필로 꾹꾹 눌러 쓴다는 분도 있었고, 어느 대하소설 작가는 손 관절이 훼손 될 정도로 만년필 몇 개를 축냈다는 소리도 들렸었다. 그런데 황석영이 이순이 넘어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젊은 사람들과 교류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나는 무지해서 그런지, 블로그에는 젊은이들이 환타지 소설 정도를 쓰는 공간으로 이해해 왔었다.

 세월의 폭탄에 무뎌져서 그런지, 아니면 세태에 물들어 감정의 고갈이 가져온 결과인지 읽는 중에 은연중에 자주 건너뛰게 되었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그 또래의 입장으로 돌아가 치기어리고 실험적인 사건에 빠져보는 것도 좋은 것인데 말이다. 예순이 넘은 우리 문학계의 거장이 풀어내는 본인의 성장기 자전적 소설이 집중할 수 없었다는 것은 슬픈 일이고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다. 젊은 세대의 긴 방황을 그들의 입장에서 풀어 써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아무튼 젊은 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강추하고 싶다.

 아마도 국내에서는 황석영처럼 많이 굴곡이 많은 삶을 살고, 이론과 관념이 아닌,  행동하며 실천한 작가는 없으리라 믿는다. 그는 중고교 시절의 가출로 시작해서, 북한 방문 및 교도소 생활 등 남다른 아픔의 격동의 세월을 살아왔다. 이런 기복이 큰 삶을 살아온 작가의 농익은 생활의 여유와 긴장이 이 책에 부풀림과 미학의 포장을 통하여 설득력 있게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이 책을 소개할 때 흔히 ‘사람은 씨팔, 누구나 오늘을 사는 거야’라는 대목을 명구로 내세운다. 경제 한파로 힘들게 살아가고, 극도의 빈부 격차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딱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나오는 부분을 읽다가 작가의 중편 『객지』를 생각했다. 노동자들의 자기 권리 찾기가 주된 내용인 그 소설에서 나오는 ‘대위’라는 자가 말한 것으로 기억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그의 책을 『장길산』으로 시작해서 모두 읽었다는 사실은 나는 그의 전작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물론 그의 삶 자체까지 연민과 존경심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느 방송에서 나오는 작가를 잠시 본 적이 있는데, 말도 청산유수고 때로는 회한과 당당함이 교차하는 표정은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 그는 오늘의 청소년들한테 말한다. ‘자기가 품고 있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조건에서 젊은 시절의 방황은 결코 손해만이 아니다.’ 방황을 위한 방황이 아닌 젊은 시절의 고뇌어린 절망은 더 큰 깨달음과 삶의 의지를 얻는다는 믿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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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씨 집안 자녀교육기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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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인해 촉발된 멜라민 파동은 온 세계를 골치 아프게 하고 전 인류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지방 함유량을 높이려고 인체에 치명적인 멜라민을 버젓이 우유에 넣어서 팔아먹고도 별로 놀라는 눈치가 아니다. 오히려 성공적 올림픽을 자축하며, 이어서 ‘우주선’의 성공적 발사를 세계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자국의 자랑스러움에 상기된 모습으로 들떠서 인터뷰하는 중국 사람들을 보았을 때 어이가 없었다.

  뻔뻔스러움인가, 아니면 대국적 기질로 봐야 하나. 몇 만 명 죽는 것은 눈도 깜짝 안하고 자기들 할 일만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땅덩어리는 크지만 수 십 억의 인구가 먹고 살려는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고 너무한 감이 들 때가 있다.

 그럼에도 이런 사실이 상당히 역동적으로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최소한의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아니면 더 유복한 삶을 꿈꾸기 위해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일을 스스럼없이 해치운다. 사형을 감수하더라도 돈 만 벌면 된다는 생각에 꿈틀꿈틀 거리며 돈 되는 곳을 찾는 그들.

 작가의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문학이 시대를 반영한다고 전제한다면 쑤퉁의 소설은 이에 적격이다. 그의 『마씨 집안 자녀 교육기』의 중편 소설에서도 풍자와 냉소적인 문체로 시대를 이야기 하며 우리를 웃기고 울린다. 특히 주인공 ‘마쥔’이 자기 부인에 의해서 화학 약품으로 제조된 밀주를 마시고 죽는 장면은 아이러니 하다. 고단한 삶을 사는 이들은 어디서나 몸을 아끼지 않고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 헌신한다. 거친 말투와 악다구니, 그리고 배신과 슬픔이 항상 공존한다. 이 소설에서도 이런 면을 잘 묘사하고 있다. 단지 아무리 슬프고 괴로워도 해학을 잃지 않는 쑤퉁의 문체를 빌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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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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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지는 선과 악의 근원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이런 문제에 대해 현재까지 논란이 많았고 또한 쉽게 그것을 규명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폭력 영화를 반복해서 본다고 해서 반드시 모두 폭력배가 되지 않듯이, 나는 선천적인 영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신문에 보니 자기 계모와 내연녀를 감쪽같이 살해하고도 버젓이 살다가 사기 협의로 구속된 남자의 기사가 실렸다. 호감 가는 외모에 벤처 사업가이며 지방대 교수인 범인은 명확한 증거가 없어 살인죄로 기소를 하지 못한다. 그런데 사기혐의 형량에서 판사도 살인죄를 가미한 형을 선고 했다. 아무리 학식이 많은 사람도 도덕심과는 크게 영향이 없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생각된다.

  왜 장황하게 이런 내용을 소개하는가 하면 이 소설 『다크』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악의 화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로 쫓고 쫓기면서 죽이는 내용에 많은 지면을 활해한다. 탐정을 하는 ‘무라노 미로’는 사랑하는 남자를 감옥에 보내고 그 남자가 출옥하기를 기다린다. 내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무라노 미로가 그 남자를 필연적으로 기다려야 할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의붓아버지 ‘갠조’를 죽이고 주인공인 그녀는 부산으로 튄다.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를 흥미 있게 본 기억이 있는데, 이 소설은 그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리뷰를 보니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작품에 비해 이 책이 수준이 높다고 했는데 그러면 나의 독서 수준이 낮은 것으로 보아야 하나. 하기야 관점에 따라서 달리 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한 마디로 여자도 폭력적이고 살인을 거침없이 할 수 있다는 내용, 즉 여자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특이한 면은 약간은 뜬금없기도 하지만 우리 한국이 주요 배경 무대가 된다는 점이다. 그것도 우리 역사의 치욕일 수도 있는 광주민주화 운동이 다루어진다. 어쩐지 걸맞지 않는 구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소설은 어떤 경우든지 존중하여야 할 인간의 생명을 어떤 필유곡절 없이 파리 목숨 빼앗듯이 한다. 사건의 인과 관계가 좀 더 섬세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또한 의붓아버지 갠조의 내연녀 맹인 ‘히사에’의 갑작스런 행동은 의문이다. 갠조와 히사에와 그리고 주인공 미로의 어떤 필연적인 설명이 더 있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은 때와 차일피일 미루다 쓴 리뷰와 시간차가 있어 확실한 자신감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서운했던 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기리노 나쓰오가 지금의 한국을 가난하고 범죄의 온상의 국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를 ‘여권 위조’와 ‘짝퉁 천국’으로 취급하는 이유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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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브레이크 3
폴 셰링 원작, 고지마 유키코 각색, 조윤정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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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호텔은 모두 ‘하, 추, 동, 춘’의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3권 ‘동’을 읽었다. 1.2권과 장소와 주요 등장인물은 큰 틀에서 같지만, 새로운 사건으로 부수적 인물이 약간 교체 되면서 시작된다. 옴니버스 소설의 성격을 띤 연작으로 보면 틀림없다.

 1권에서 언급했듯이 나카조는 빤스를 만드는 나의(조폭 소설 작가 ‘기도 고노스케’) 아버지에게 용돈을 타 쓰고 온갖 못된 짓만 하던 삼촌이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의 젊은 공원들과 나쁜 짓만 골라서하고 다니던 삼촌은 나의 생모(자신의 형수)를 젊은 놈팡이 공원과 도망치게 한다. 나의 생모와 도망친 구로다는 기도 조폭의 젊은 두령으로 삼촌 호텔의 부지배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영화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얼마 전에 이 소설과  비슷한 우리 국산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는 어느 호텔에 채권이 있는 사채업자가 조폭을 이용하여 추심을 하러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부도난 호텔에 도착한 조폭들이 초기에는 자기들의 임무를 충실히 행한다. 종업원을 폭행하고 겁을 주며 돈을 빨리 갚은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본성이 약간 착한 조폭이라 그런지, 아니면 ‘아사다 지로’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요즘 보기 드믄 물렁한 강패라 그런가. 이들이 어울리지 않게 휴매니티를 보이기 시작한다. 호텔 종업원과 조폭들이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정이 들고 마침내 조폭이 자신들의 임무를 망각하게 된다는 스토리다.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모티프가 이 소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3권에서도 가슴 아픈 가지가지 사연을 가진 자들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우리 ‘프리즌 호텔’을 찾는다. 허무한 죽음과 매일매일 전쟁을  치러야 하는 간호부장 ‘마리아’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녀는 관광 협회의 성의 없는 소개로 이 호텔에 투숙하여 응어리진 삶의 편린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사회로부터 도망쳐온 옛 연인의 뜻하지 않은 상봉은 이런저런 이야기로 확대되고 사건화 된다. 겨울 등산가가 악전고투 끝에 죽음의 위기에 처한 소년을 구하여 ‘프리즌 호텔’의 이야기에 동참한다.

 무엇보다도 매 권에 고정 출연하는 비딱한 소설가, 실제 ‘아사다지로’ 같이 조폭 소설로 성공한 고노스케의 우왕좌왕 창작 헤프닝이 압권이다. ‘감옥 호텔’이라는 제목과 달리 기가 막힌 사연을 줄줄이 달고 사는 라이너들의 안식처요 피난처인‘휴식 호텔’. 나도 한 번 이 감옥 호텔에 투숙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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