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인간이 가지는 선과 악의 근원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이런 문제에 대해 현재까지 논란이 많았고 또한 쉽게 그것을 규명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폭력 영화를 반복해서 본다고 해서 반드시 모두 폭력배가 되지 않듯이, 나는 선천적인 영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신문에 보니 자기 계모와 내연녀를 감쪽같이 살해하고도 버젓이 살다가 사기 협의로 구속된 남자의 기사가 실렸다. 호감 가는 외모에 벤처 사업가이며 지방대 교수인 범인은 명확한 증거가 없어 살인죄로 기소를 하지 못한다. 그런데 사기혐의 형량에서 판사도 살인죄를 가미한 형을 선고 했다. 아무리 학식이 많은 사람도 도덕심과는 크게 영향이 없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생각된다.

  왜 장황하게 이런 내용을 소개하는가 하면 이 소설 『다크』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악의 화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로 쫓고 쫓기면서 죽이는 내용에 많은 지면을 활해한다. 탐정을 하는 ‘무라노 미로’는 사랑하는 남자를 감옥에 보내고 그 남자가 출옥하기를 기다린다. 내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무라노 미로가 그 남자를 필연적으로 기다려야 할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의붓아버지 ‘갠조’를 죽이고 주인공인 그녀는 부산으로 튄다.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를 흥미 있게 본 기억이 있는데, 이 소설은 그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리뷰를 보니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작품에 비해 이 책이 수준이 높다고 했는데 그러면 나의 독서 수준이 낮은 것으로 보아야 하나. 하기야 관점에 따라서 달리 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한 마디로 여자도 폭력적이고 살인을 거침없이 할 수 있다는 내용, 즉 여자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특이한 면은 약간은 뜬금없기도 하지만 우리 한국이 주요 배경 무대가 된다는 점이다. 그것도 우리 역사의 치욕일 수도 있는 광주민주화 운동이 다루어진다. 어쩐지 걸맞지 않는 구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소설은 어떤 경우든지 존중하여야 할 인간의 생명을 어떤 필유곡절 없이 파리 목숨 빼앗듯이 한다. 사건의 인과 관계가 좀 더 섬세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또한 의붓아버지 갠조의 내연녀 맹인 ‘히사에’의 갑작스런 행동은 의문이다. 갠조와 히사에와 그리고 주인공 미로의 어떤 필연적인 설명이 더 있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은 때와 차일피일 미루다 쓴 리뷰와 시간차가 있어 확실한 자신감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서운했던 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기리노 나쓰오가 지금의 한국을 가난하고 범죄의 온상의 국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를 ‘여권 위조’와 ‘짝퉁 천국’으로 취급하는 이유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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