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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책 읽기가 양적 ․ 질적으로 부족한 나로서는, 똑똑하고 유명한 독서의 고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책을 읽었고, 그로 인한 어떤 고민과 성찰을 했는가. 이것이 내가 엿보려는 것이다. 한 편으로는 스스로 읽고 느끼지 못하며, 남의 독서 로드 맵이나 스토킹 하듯이 따라다니는 내가 한심하게 느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유명 고수들이 읽고, 멘트 하는 부분을 나의 책읽기에 귀감으로 삼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위로 삼는다.
“30년 전 <맹자>를 읽었을 때도 이 말들은 거기 있었다. 나는 분명 그것을 읽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저 ‘공자님 말씀, 맹자님 말씀’이었을 뿐이다. 옳은 것 같기는 한데, 뭘 어쩌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말이었다.”(132p) 그래 30년 전의 유시민이라 생각하자.
직장에 얽매여 살아 왔고, 직장 생활 외에는 다른 분야에서 뭐하나 이루어 놓은 것 없이 없다. 물론 생업을 위하여 직장에 충실 할 수밖에 없었지만, 좀 더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냈으면 하는 후회가 남는다. 휴일 등을 술로 때우고 어영부영 보낸 세월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 그러면 책읽기에 더 매진했을 것인데.
언젠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 편지 내용이 막내아들과 손자들에게 무슨 책을 읽어라 하는 등 독서를 권장하는 내용이었다. 원래 책을 가까이 한 분이라 <김대중 독서 일기>라는 책도 나와 있지만,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다독한 분으로 알고 있다.
그분이 청주 교도소에 있을 때, 사모님이 책 사다 나르느라고 고생깨나 했다고 한다. 아무튼, 욕먹을 소린인지 모르지만, 그는 감방에서 불행하지만 또한 행복했었다. 머리를 박박 밀고, 차가운 마룻바닥에 앉아서, 불편한 노안으로 책을 읽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초라하고 안쓰럽지만 그래도 내개 보기에는 행복해 보이기도 했다. 왜, 간섭받지 않고 마음대로 책을 읽을 수 있으며. 그것도 독방에서 오로지 읽고 생각 할 수 있어서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큰 어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젊은 세대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통일의 꽃 임수경도 감옥에서 3년 동안 수백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차라리 감옥에나 들어갈까.(?)
내가 존중하는 유시민의 독서의 이력을 엿보게 되었다. 그가 대학생 시절 등 젊었을 때 감동을 주었던 고전을, 다시 읽고 쓴 독후감이다. 그가 읽은 책 목록 중에는 읽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어쩐지 따분할 것 같아서, 내가 읽지 않은 책이 많았다. 그가 읽은 감상을 훔쳐보고 많이 늦었지만 나도 경험해 보리라는 생각에 집어들은 책이다. 읽는 동안, 그와 삶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서 반갑기도 했고, 나의 여러 멘에서 그보다 부족함에 씁쓸했다.
“초 ․ 중등 학생 시절 문교부가 주최하는 ‘자유교양대회’라는 게 있었다. 일선 학교들은 ‘책 읽기 선수’를 선발해 ‘자유교양 도서 목록’에 올라 있는 책들을 읽게 했다. 나도 학교 대표로 뽑혀 두 번 참가한 적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논어> 등이 도서 목록이다.”(114p)
나도 그런 ‘얄궂은 시합’(114p)에 참여한 적이 있다. 지금도 읽은 기억이 나는 그때 그 시절의 도서목록이 <촛불의 과학>, <춘향전>, 등이다. 학교에서 책을 사서 나누어주면, 읽고, 학교 대표들끼리 상위 단위의 교육청에서 시험을 보았다. 거기에 따르는 문제집도 나왔으며, 시험도 개관식으로 된 문제로 보았으니 오죽했으랴. 그러나 당시의 교육 당국이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만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지금은 너무 아이를 안 낳아서 문제지만, 박통 시절에는 산아제한 정책이 있었다. 그래서 교과서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는 말을 뜻도 모르고 배운 기억이 있다. 물론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다. 유시민이 발췌한 내용만 봤을 때, 맬서스는 인구가 증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즉 질병이나 전쟁 등을 방치하여 사람이 죽게 만들고, 극단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를 악으로 보았다. 시대적 상황이 변해도 그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유시민은 이 책을 통하여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 위험성을 경계했다. “생각은 때로 감옥이 될 수 있다!”(91p)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의 푸시킨, 그의 <대위의 딸>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한 번 읽어보아야겠다. 아니 읽었다.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아서 그렇지. 다시 한 번 재독해야겠다.
맹자, <맹자>
맹자가 말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社稷)이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벼운 것이다.”(119p)
나는 유학의 성인 반열에 오른 맹자가 이와 같이 ‘불온한 혁명 이론’을 펼쳤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다. (119p) 그러면서, 이혜경의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을 통하여 맹자를 탐구해 나간다. “보수가 이념이 아니라 ‘연속성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통적인 제도와 관습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라면, 맹자는 정말 멋진 보수주의자였다고 할 수 있다.”(131p) 진짜 보수주의자는 타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을 성찰하고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탐한다고 한다. 그러면 보수주의라는 말을 신경을 써서 사용해야겠다.
표도르 도스토옙프시키, <죄와 벌>
“왜 사람들은 가난한가. 가난은 누구의 책임인가.”이 책을 읽고 가지게 된 저자의 유년 시절에 품은 의문이다. 이제 중년이되어 다시 읽은 <죄와 벌>을 통하여, 소냐와 동일시되는 라스꼴리니꼬프의 누이동생 두냐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그녀들은 작가가 끝없이 흠모했던 ‘도스토옙프시키의 연인’들이다. 라스꼴리니꼬프가 바라던 ‘초인론’을 실행한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체주의 체제는 실패하고 만다.
결코 소수의 ‘비범한 사람들’ 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라 결론 내리고 <죄와 벌>의 독후감을 마친다.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옷을 입지 않은 임금을 보고 벌거벗었다고 말할 수 없었던 시절,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르면서도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잃지 않았던 참 지식이 리영희. 나도 그의 자서전 <역정>을 읽어 본 적이 있다. 허나 유시민처럼 책을 읽었지, 시대를 몸으로 부딪치며 살지 않아서 그런지 내용은 별 기억이 없다. 유시민은 리영희를 이렇게 반추한다. “리영희 선생은 놀랍도록 맑은 영혼을 가진 지식인이다. 그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며 무서울 정도로 예민하고 날카로운 자기 성찰의 능력을 지닌 지식인이다.”(44p)
리영희의 책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기자에 대한 언급이 있다. 고등학교부터 남의 눈총을 받으며 공부하여 어렵게 대학 마치고 신문기자가 되면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잊어버리고 만다고 한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만찬에다 기생과 술로 밤 지새우느라고 전에 가졌던 의식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만다고 한다. 그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기사는 ‘매니큐어의 예술’이니 ‘바캉스를 즐기는 법’ 따위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게 언제 적 얘기 인가. 1971년의 <기자 풍토 종횡기>의 글이다. 노통 시절에 기자가 밥 얻어먹고 다니고 기사 쓴다고 하자, 메이저 신문 기자가 우리는 법인 카드 쓴다고 반발했던 말이 생각난다. “언론 자유가 신문사 사주의 독점적 특권이 되고, 언론사가 사회의 목탁이 아니라 세습적 권력이 되고, 기자가 언론인이 아니라 기업의 직원처럼 행동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이글이 더 귀하게 다가온다.”(47p)
유시민 본인도 많이 당했다. 보수 신문에서 동료들이 ‘유 촉새“라고 한다고 희화화하지 않았나. 아무튼 요즘 보수 신문에는 기사가 없다. 있다는 게, 현재는 태평성대요, 아무 문제될 게 없다고 만사태평이다.
노무현 시절 그 투철하게 투쟁하고 권력을 감시하던 기개는 어디로 갔는가. 죽은 노무현 꺼내서 가지고 노는 것도 싫증나면, 종종 이런 기사가 메이저 신문에 톱으로 장식한다. ”당신의 아내 거기가 가렵다“, ”노인의 성생활이 건강에 좋다“ 수십 번 보았다. 그것도 인터넷으로 말이다. 지금은 이런 신문을 보지도 않고, 보아도 믿지 않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는 게 그래도 희망이다.
이영희를 읽고 난 유시민의 성찰이다.”너는 지식인이냐, 너는 무엇으로 사느냐. 너는 권력과 자본의 유혹 앞에서 얼마나 떳떳한 사람이었느냐. 성찰을 게을리 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핑계 삼아 진실을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았느냐. 어는 언제나 너의 인식을 바르게 하고 그 인식을 실천과 결부시키려고 최선을 다했느냐.“(48p)
카를 마르크스, 프리딜히 엘겔스 <공산당 선언>
유시민이 읽은 공산당 선언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고 한다. “권력을 쥔 적대 세력에게 공산당 같다고 비난받지 않은 야당이 어디 있으며”(55p) 얼마 전 타개한 김대중 전 대통령도 공산주의자로 엄청난 피해자이다. 나는 성장해 오면서 정말로 그가 빨갱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오히려 박정희가 친일주의자이고 여수 반란 시에 그가 빨갱이 짓을 하다가 목숨이 위태로웠던 위기를 맞았었다는 사실을 안지 10년도 안 된다. 족벌 신문을 너무 열심히 보았고, 나의 시사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다. 이 번 지방자치 선거에서 유시민이 서울 시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소원성취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