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러가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한 나에게는, 영화감독들의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화에 문외한이지만, 박찬욱 만은 낯설지가 않다.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등, 비록 TV를 통해서 보았지만, 그의 작품을 접해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우리나라 영화보다는, 보여 주려는 메시지가 폭 넓으면서도 분명하다. 시사성을 포함하고 있지만, 거창하게 나가지 않고, 소박한 소재에서 조그마하게 시작해서, 영화 말미에서 우리의 가슴에 폭풍을 불어오게 만든다. 더욱더 중요한 사실은, 그의 작품의 최우선 덕목은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박찬욱은 개성 만점, 창의성의 덩어리로 보인다. 그가 자기 딸의 숙제로 쓴 가훈이나, 동화만 보아도 그가 남다른 참신한 뇌구조를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하기야 작품성 있으면서, 또한 돈 되는 영화를 그렇게 많이 만들었으니 그 능력이 어디 가겠나.   

 


그의 딸과 공동으로 창작했다는 ‘짝짝이’라는 동화는 재미있으면서도 남과 같은 삶을 살기를 거부하는 그의 개성을 알 수 있게 한다. 그가 평범하고 밋밋한 삶을 싫어함은 이 책 곳곳에 보인다.  누구든 그리 하니, 나는 그리 하지 않았다. 남과 달리하면 불안하고 불편함을 그는 감수하고 체질적으로 같음을 싫어한다.  짝짝이 신발을 유행시키고, 다른 사람이 모두 따라하니, 다시 같은 신발로 돌아오는 행위는 그가 항상 일탈을 꿈꾼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런데 그의 선천적 재능만으로는 그의 성공은 불가능했으리라. 거기에 그의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불굴의 노력이 작품의 가치를 배가 했을 것이다. “<공동경비구역 JAS>,배경음악을 위해서 김광석의 노래를 5백번 정도 들었다." 100번도 아니고 5백번씩 같은 노래를 듣는 의지가 그에게는 있었다. 사소할 것 같은 뒷배경 신도 20번씩 반복해서 촬영하는 지극정성의 노력이 있었다. 그것이 오늘의 박찬욱을 만들었으리라. 

 

 

“처음 박찬욱 감독임의 <공동경비구역 JAS>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남북문제라는 소재 면에서 상당히 의외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소재를 택하게 되었습니까?” 이 영화를 본 사람이, 영화 속 남북한 병사의 교류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공상영화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가능하다. 최전방 GP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나의 경험으로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내가 근무했던 곳에서는,  목이 터져라 소리쳐야 하지만 수시로 그들과 대화가 거의 매일 있었다. 내 앞의 부대는 간식으로 나온 라면 및 과자를 가지고 작전 나가서 그들의 담배와 바꾸어 즐기다가 부대가 해체되는 불운을 겪었다. 

 


“이른바 80년대 세대로서, 내가 가진 시대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혁명을 애기하던 시절  B무비와 히치콕에 탐닉하던 나와, 인터넷이나 밴처니 매트릭스니 뭐니 떠드는 지금 이런 영화를 만들고 --- 자신이 당대의 유행에 거슬러 가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승인해야 되려 맘이 편해지고 안정감이 생기는, 그런 타입이니까요, 나는.”(161p) 그렇다. 민주화에 무임승차했다고 부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 시대에, 영화에 몰입하여, 남북문제 등 현재의 과제를 우리에게 진지하게, 때로는 흥미 있게 제기하고 있지 않은가.

 

 

영화감독의 배우 캐스팅도 영화의 성패 여부를 좌우한다고 볼 때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도 박찬욱의 안목은 탁월하다. “영애씨처럼 불면 날아갈 것같이 생긴 사람이 이를 악물고 불의에 대항하는 모습이 더 멋지지 않은가요?”(168p) 소피라는 역할로 왜 이영애 씨를 캐스팅 했는가의 답변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서는 그가 본 B급 영화 수십 편을 소개했다. 거기에 무지한 나에게는 너절하게 느껴졌다.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이 책이 아주 달콤하고 매력 덩어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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