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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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나에게는 불경스러운 책이었다. 이런 뭐, 콩가루 집구석이 있어 하고 던졌다가 며칠이 지나서 다시 집어 들게 하는 책이었다. “이상한 점을 얘기하자면 끝이 없다. 반도덕적, 반사회적이며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소설이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작품이다. 이것을 세상에 내놓고 한 번 묻고 싶었다.”제138회 나오키상 수상작에 대해 이 상의 심사위원인 기타카타 겐조 씨는 이렇게 칭찬인지 혹독한 비판인지 분간하기 힘든 심사평을 내놓았다.(알리딘 서평인용)

 

 

그렇다. 뭔가 뒷부분에서는 반전이 있던지, 바로 잡아 가겠지 하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바람은 가차 없이 무너졌다. 뉴스에서, 간혹 이 소설과 동일한 상황을 저지르는 도라이 같은 놈들을 본다. 그런 패륜이 보도되면 이런 내용을 내보내는 방송국을 욕하며 TV를 꺼버렸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고,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를 저주했다. 일본은 사촌과도 결혼을 하는, 성 문화화가 개방된 나라라고 중얼거리며 나 자신을 위로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논리가 가당치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부모 자식 사이애 해서는 안되는 일이, 이 세상에 어디 있어"(258p)  "우리 피붙이라고! 다른 사람과는 달라! 해서 안되는 일이 어딨어, 아버지와 딸사이에!(258P)
 

 


그런데.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말았다. 던졌다가도, 집어 들고, 외면하면 할수록 보고 싶어 졌다. 이 불경스러운 책이. 안개가 서서히 강가로 내려앉듯이, 작가의 끈적끈적한 문체가 나를 휘감겨 들어오면 나는 벌써 축축해지고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든다.  아무리 쇼킹한 경험을 소재로 한 여행기도 문체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나는 읽지 않는다.  이 소설의 표현은 진지하면서도 개성적이고 참신하면서도 대중적이다. 다시 말하면 글발이 최고라는  나의 판단이다.

 


등장인물의 묘사 또한 압권이다. ‘내 남자’구사리노 준고는 큰 키에 서글픈 눈에, 고독하며, 무엇인가 결핍된 사람으로 등장한다.  살인을 하면서 까지 하나를 지켜 줄 때는 강한 면모를 보이지만, 대부분, 그는 나약하고 처절하게 고독하게 보인다.  하나 역시 ‘내 남자’를 위하여 올인 한다. 자신을 진정으로 걱정해 주는 기성의 온정주의를 과감히 척결해 버린다.  그러면서도 그 남자를 떠나려 한다.  걱정하면서도 다가가지 못하고, 죽도록 사랑하면서도  완전하지가 않다.

 

 

준고와 하나의 섹스 장면은 더러우면서도 소름이 끼친다. 그런데 그런 완전한 사랑이 없을 정도로 서로가 하나가 된다. 준고가 하나고 하나가 준고이다.  일체의 합일이고, 영혼도 한 몸이다. 이불 속에서 서로 뒹구는 모습은 지저분하면서도 애절하다.    

 


문제는 있다. 준고는 아버지를 여위고 지독하게 엄격한 모친에게서 자란다.  소설 내용 중, 준고가 하나의 가랑이에 얼굴을 묻고  엄마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다. 이것이 엄격한 엄마를 겪으면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이 아닌지 의문을 가져 본다. 또한 준고 자신이 아동 취향의 성장애자는 아닌지. 청소년기, 모친의 애정 결핍이 성인 여자를 꺼려하게 만든 이유가 아닌지.

 

 

아무튼 일본 소설이 국내에서 잘 읽히는 이유는 이 소설과 같은 부류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이 4쇄가 나온 것을 보면 많이 읽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설은 개인 체험이나 내적인 갈등 위주의 정서에 머물고 있지만 일본 미스터리는 인간 내면의 추악한 밑바탕까지 파고들기 때문은 아닌지. 일독하여 추악하고 불경스러운 사랑을 느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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